경과관찰 소홀 및 간호사 관리감독 부실로 태반조기박리 진단 못한 과실 인정
의료인으로서 최소한의 주의의무 위반…유족과 합의 여부도 불리하게 작용

사산아에 대한 유도 분만 중 산모가 사망한 사건에서 의사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한 법원의 판단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구지방법원은 지난달 29일 사산아에 대한 유도 분만을 진행하던 중 태반조기박리에 의한 과다출혈을 부주의로 인지하지 못해 산모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금고 8월 및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으며, 분만 담당간호사 B씨에게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산모에게 태반조기박리가 발생한 시각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응급상황이 발생하기 수 분 전에 시작됐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이상, 의사와 간호사가 산모의 생체활력징후를 확인했더라도 아무런 이상을 발견할 수 없었을 가능성이 인정된다며 의사 등 의료진에게 업무상과실치사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자 A씨는 사실오인 및 양형부당을 이유로, 검찰은 사실오인 및 무죄 부분에 대한 법리오해, 양형부당을 이유로 각각 항소했다.

이후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수술 이후 상당한 양의 출혈을 동반했으나 병원 측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과 상황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도 유죄로 판단, 금고 8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1심 판결 뒤집은 항소심 재판부 판결문 들여다보니…

본지가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A씨가 1심과 달리 업무상과실치사 부분에서 유죄를 인정받게 된 이유는 피해자 가족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출혈 및 통증의 양상·정도, 생체활력징후 등을 확인하기 위한 경과관찰을 소홀히 했으며, 간호사들이 자신의 지시내용을 제대로 따르고 있는지 여부를 감독하거나 확인하지 않아 조기에 태반조기박리를 진단하지 못한 과실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산모 C씨는 지난 2016년 5월 3일 오후 1시 40분경 간헐적 설사와 구토, 오심, 복통 등으로 A씨가 운영하는 의원에 내원했다. A씨는 C씨에게 초음파 검사를 한 결과 전치태반은 아니나 자궁 내 태아가 2주 전에 사망했다고 진단하고 사산 분만을 권유했다.

A씨는 같은 날 오후 2시 45분경 C씨에게 양수파막 시술을 했고 간호사에게 자궁수축제를 30분마다 4가트씩 증가 투여하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C씨는 양수파막 시술 후 복통을 반복적으로 호소했으며 하혈을 계속했다.

A씨는 간호사 B씨로부터 ‘C씨가 통증을 호소하고 하혈을 해 의사의 회진을 원한다’는 C씨의 가족을 말을 전해 듣고 4시 24분경 C씨의 병실을 회진했다.

이후 C씨는 오후 8시 13분경 상태가 빠르게 악화되면서 손발이 뒤틀리는 현상을 보이고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으며 의식을 잃기 시작했다. 이에 A씨와 B씨는 C씨에 대해 응급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기관삽관을 했으며 8시 30분경 D병원으로 전원조치 했다.

5분 후 D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C씨는 당시 혼수상태, 심정지, 호흡정지 상태였으며 9시경 결국 사망했다.

부검 결과, C씨의 자궁은 팽대돼 표면이 자주색 또는 암청색을 띄고 있었으며 태반은 자궁의 우상방 내측에 위치해 있었다. 태반과 자궁벽 사이는 분리돼 있었으며 분리된 공간에 최소 200ml의 응고된 혈종이 형성돼 있었고 응고된 혈종은 태반조기박리에 의한 은폐성 출혈이라는 소견이다.

또 자궁외표에서 파열이나 열창 등의 개방성 손상은 보이지 않았으나 태반이 부착됐던 자궁근육층과 장막 아래에서 광범위한 출혈 소견을 보이고 이로 인해 최소 1700ml 이상의 대량 출혈이 발생, 태반조기박리로 인한 저혈량성 쇼크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C씨의 태반에 이상이 있을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또 ‘28개의 패드에서 확인되는 혈액량만 하더라도 500~700cc로 추정되고, 위 출혈양만 고려하더라도 양수파막 시술로 인해 발행한 출혈이라고 보기에는 많아 태반조기박리로 인한 출혈이라고 판단된다’는 내용의 감정촉탁 회신결과도 A씨에게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C씨의 하혈을 알지 못했다고 가정하더라도 이는 의료인인 피고인들이 환자 및 보호자의 호소에도 환자의 구체적 증상과 상황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의료인으로서 요구되는 최소한의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그 자체로 업무상과실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A씨가 4시 24분경 C씨의 병실을 회진하면서도 C씨, C씨의 유족 및 간호사들에 대한 문진 또는 C씨에 대한 촉진 등으로 하혈과 통증의 양상 및 정도, 생력활력징후 등 기본적인 사항을 전혀 확인하지 않았고 분만기록지 또는 간호기록지 등도 확인하지 않았다”면서 “C씨에게 발생한 질 출혈이 태반조기박리로 인한 것인지 다른 원인이 있는지 여부를 감별하기 위한 조치도 전혀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허위 진료기록 작성이나 수사과정에서 허위 진술을 한 점도 재판 결과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결국 C씨에 대한 경과관찰 소홀 및 간호사들이 자신의 지시내용을 제대로 따르고 있는지 여부를 감독하거나 확인하지 않아 조기에 태반조기박리를 진단하지 못한 과실이 인정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실이 C씨의 사망과 인과관계가 있다는 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다.

양형과 관련해선 “A씨와 B씨가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피해자의 유족들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했고 약간의 위로금을 제시한 것 외에 그들의 정신적인 충격을 위로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이 사건은 본질적으로 위험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의료영역에서 발생한 것이고 A씨는 벌금형을 초과하는 범죄전력이 없고 B씨도 초범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각각 금고 8월에 벌금 500만원,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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