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9.23 월 23:24
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
[칼럼]수가인상만이 해결책은 아니다안양수(전 대한의사협회 총무이사)
  • 청년의사
  • 승인 2019.07.09 06:00
  • 최종 수정 2019.07.09 06:00
  • 댓글 0

진찰료 30% 인상을 앞세우고 대한의사협회가 또다시 파업을 예고했다. 투쟁을 앞세워 당선된 회장이 투쟁에 나서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수가인상 깃발을 앞세운 건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 같다.

안양수 전 대한의사협회 총무이사

미국에서는 진료비가 무서워 어지간히 아프지 않으면 병원에 가지 않는다. 영국은 진료비는 싸지만 밀려드는 환자를 다 소화하지 못해 의사 얼굴보기가 힘들다. 한국은 진료비도 싸고 의사 얼굴보기도 쉽다. 영국의 경우 의사가 월급제 아래에 있다 보니 의사가 환자를 더 많이 보려는 동인이 없다. 영국의 환자적체는 비행기에 환자를 싣고서 독일로 나갔다는 뉴스가 나올 정도로 만성적이다.

한국의 경우 ‘행위당 수가제’, 즉 환자를 봐야만 수입이 발생하는 제도 덕분에 영국과 같은 만성적인 환자적체는 없다. 미국보다 진료비가 턱없이 싼 덕분에 진료비 무서워 병원을 못간다는 사람도 별로 없다. 그러다보니 급기야 한국은 국민 1인당 병원 방문횟수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가 됐다.

수가인상이 미미해도 내원환자수가 늘어나면 병의원의 수익도 늘어난다. 그리고 실제로 의약분업이후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은 내원환자수(내원일수)가 100%넘게 증가했다. 규모가 조금 작은 병원급은 요양병원의 폭발적인 증가덕에 무려 400%가 넘게 환자가 증가했다. 그런데 같은 기간(2001년~2017) 의원만 환자증가가 36.4%에 불과했다. 더구나 이 기간동안 의원의 의사수가 61.3%가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의원의 환자수는 오히려 감소했다고 봐야 한다.

좀더 정밀하게 비교를 하려면 의사 1인당 환자수 변화를 봐야한다. 의약분업 이후인 2001년에서 2017년의 통계를 보면 종합병원 이상의 의사 1인당 환자수는 2,534명에서 3,508명으로 38.5% 증가했고 병원의 경우는 6,070명에서 9,650명으로 59.0%가 증가했다. 그러나 의원의 경우는 1만5,824명에서 1만3,387명으로 오히려 -15.4%의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 17년동안 오로지 ‘의원’만이 환자수가 줄었다. 한방병원도 13.8%, 한의원도 11.3%의 증가를 보여주었고 약국도 11.6%가 증가했다.

통계는 환자들이 1차의료기관인 동네의원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손보험의 등장으로 가격에 의한 문턱이 사라지자 환자들은 동네의원보다는 보다 규모가 큰 곳으로 몰리고 있다는 뜻이다. 심지어 한의원에게도 밀리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으니 동네의원의 상황은 자못 심각해 보인다.

수가가 오른다고 하더라도 환자는 대형병원으로만 가니 결국 동네의원은 오른 수가와 상관없이 망할 수밖에 없다. 수가 인상을 앞세울 일이 아니다. 결국 동네의원은 문턱이 사라진 대형병원과 무한경쟁을 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우리는 대형병원과 동네의원의 무한경쟁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지부터 물어야 한다. 이제까지 진료전달체계에 대한 논의는 많았지만 진행된 것은 없었다. 일부 관료들은 국민들이 대형병원을 좋아하는데 그걸 어떻게 막느냐는 말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1차의료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궁극적으로 전체 국민의 의료비를 절약하는 길이라는 건 명약관화하다. 국민의 건강을 증진시킨다는 명분으로 국민들에게 막대한 불편을 초래하는 의약분업도 강행했는데 진료전달체계를 제대로 못할 이유가 없다. 골목상권 보호품목처럼 동네의원 보호상병이라도 만들어서 적극적으로 개입을 해야 고사위기의 동네의원이 살아난다.

종별가산율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건강보험은 국가 전체적으로 가난에 시달리던 시절에 시작했다. 대형병원, 동네의원 제각각으로 받던 수가가 건강보험으로 단일화가 됐다. 보험실시에 따른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해서 종별가산율이라는 걸 도입했고 규모가 클수록 가산율을 더 주는 방식을 도입했다. 40년이 지나 경제가 발전하고 실손보험 등의 도움으로 환자들이 가격에 대한 문턱이 사라져 환자들이 대형병원으로만 몰리는데도 종별가산율은 아직도 여전히 규모가 클수록 더 주고 있다. 지금은 동네의원이 고사상태이니 정책적으로라도 동네의원의 가산율을 올려주어야 한다.

똑 같은 시술을 했는데도 단지 병원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가산율을 높여주는 것은 상식에도 맞지 않는다. 난이도가 높은 시술은 어차피 대형병원에서 밖에 할 수 없다. 가산율이 얼마가 붙어 있던 그건 오로지 대형병원의 몫이다. 하지만 난이도가 낮은 시술을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가산율에 차등을 두는 건 역차별이다. 가산율이 더 붙으니 대형병원이 난이도를 가리지 않고 환자를 불러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정책적으로 동네의원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바꾸어야 한다.

1999년 9조6,000억원이던 건강보험 급여비가 2017년 거의 70조원에 다다랐다. 수가인상만을 앞세우면 지금도 많이 들어가는데 뭘 또 올려 달라는 거야라는 볼멘 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의 의료제도 하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원의들이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이 진정 무엇인지 더 깊게 고민해야 한다.

청년의사  webmaster@docdocdoc.co.kr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청년의사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카드뉴스
  • [카드뉴스] 개 키울 자격 6가지는 무엇일까?
  • [카드뉴스]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의 터닝포인트 ‘알룬브릭’
  • [카드뉴스]민감한 Y존 건강 지키는 방법은?
여백
쇼피알 / 라디오
  • 1
  • 2
  • 3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