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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석전문의가 여행투석 네트워크 형성에 직접 나선 이유[창간특집]‘여행투석 시대’② 범일연세내과의원 이동형 원장 “해외서도 안전한 투석 받아야”
  • 송수연 기자
  • 승인 2019.07.05 06:00
  • 최종 수정 2019.07.05 06:00
  • 댓글 1

일주일에 3번은 혈액투석을 받아야 하는 말기신부전 환자들에게 여행, 특히 해외여행은 쉽지 않다. 심·뇌혈관질환을 동반한 환자가 많아 오랜 시간 비행을 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여행지에서 투석을 받을 의료기관을 찾는 일도 쉽지 않다. 그래서 많은 말기신부전 환자는 해외여행을 포기하거나 아니면 의료기관을 찾지 않고 직접 할 수 있는 복막투석을 하며 여행을 해 왔다. 사업차 해외로 나가야 하는 말기신부전 환자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들의 삶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변화의 바람은 대만에서 시작됐다. 대만은 지난 2007년부터 말기신부전 환자들을 위한 ‘여행투석’이 시작했으며 이들을 위한 사단법인 TDQ(Taiwan Association for Dialysis Patients' Quality of life, 台灣腎友生活品質促進協會)도 설립됐다.

대만에서 시작된 여행투석은 일본과 한국으로 확산돼 이들 3개국에서 투석치료를 하는 의료기관들이 참여하는 네트워크도 형성됐다. 지난 2016년 설립된 ‘World Travel Dialysis Medical Network(WTDM)’은 해외여행을 원하는 말기신부전 환자를 돕는다. 한국과 일본, 대만 현지에 있는 의료기관과 MOU를 맺고 말기신부전 환자가 여행지에서 안전하게 투석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WTDM은 TDQ와도 연계돼 있다.

WTDM은 의료기관과 MOU를 체결하기 전 현지에 실무진을 파견해 시설 등 투석 환경을 점검한다. 말기신부전 환자들이 ‘낯선 땅’에서 안전하게 투석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한국은 서울 2개소, 부산 3개소, 인천 2개소 등 총 7개 의료기관이 WTDM에 참여하고 있다.

WTDM은 안전한 투석치료를 위해 표준화된 진료기록을 마련해 현지 의료기관과 공유한다. 여행투석을 신청한 환자가 2주 동안 받은 투석기록을 현지 의료기관에 보내 환자 상태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1회 투석비용도 3개국 모두 비슷한 수준으로 정했다.

한국에서 WTDM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곳은 부산 범일연세내과의원이다. 지난 6월 18일에는 대만 말기신부전 환자 10명이 범일연세내과의원에서 혈액투석을 받기도 했다. 이는 WTDM를 통해 진행된 여행투석 중 가장 규모가 큰 ‘단체 투석’이었다.

범일연세내과의원 이동형 원장은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여행투석은 시대흐름”이라고 했다. 오랜 기간 말기신부전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그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한다. 개별적으로 알아 본 현지 투석 의료기관이 질 관리가 되지 않는 곳이었다고 하소연하거나 에이전시를 통해 ‘바가지’를 썼다는 환자들을 많이 봤다는 것이다.

현지에서 안전한 투석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은 여행이 아닌 생계를 위해 해외를 다녀와야 하는 말기신부전 환자에게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 원장은 내과 전문의이면서 대한신장학회 인정 투석전문의다.

범일연세내과의원 이동형 원장은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말기신부전 환자들을 위해 여행투석 국제 네트워크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여행투석에 대해 어떻게 알게 됐는가.

지난 2016년 일본투석학회(Japanese Society for Dialysis Therapy, JSDT) 학술대회에 참석해 우연히 오야마 스기노키 클리닉 관계자를 만났다. 오야마 스기노키 클리닉은 일본 내에서 투석치료 TOP 10 안에 들 정도로 많은 환자를 진료하는 투석 전문 의료기관이다. 투석기만 110대가 넘는다. 아사쿠라 신지 이사장이 투석치료를 받느라 여행을 가지 못하는 말기신부전 환자들을 위해 여행투석을 구상했고 2010년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WTDM 이사장도 스기노키 클리닉 아사쿠라 신지 이사장이 맡고 있다.

학술대회에서 스기노키 클리닉 관계자와 여행투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관심을 표했다. 이후 스기노키 클리닉 여행투석팀 2명이 우리 의원을 찾아와 시설 등을 점검하고 돌아갔고, 이듬해 일본으로 건너가 MOU를 체결했다.

- 한국에 비해 대만과 일본은 여행투석이 일찍 자리를 잡은 것 같다.

대만은 2007년부터 시작했고 사단법인 TDQ도 설립되는 등 여행투석이 이미 보편화됐다. 일본은 오히려 여행투석 에이전시 난립이 문제였다. 에이전시를 운영하는 말기신부전 환자가 직접 여행투석을 해보고 블로그 등에 후기를 올린 뒤 소개비를 받고 다른 환자들을 해당 의료기관과 연결해주기도 했다. 맛집을 소개하는 형식이다. 스기노키 클리닉이 WTDM이라는 단체를 만든 이유도 난립하는 여행투석 에이전시 때문이라고 한다.

대만과 일본은 말기신부전 환자가 투석치료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점도 여행투석 활성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대만 말기신부전 환자는 8만명 정도로 한국과 비슷하고 일본은 33만명 정도 된다. 한국은 투석치료비의 10%를 환자가 부담하지만 대만과 일본은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이 없다. 또한 대만과 일본은 해외에 나가 투석치료를 받은 비용도 진단서와 영수증만 제출하면 지출한 비용 100%를 정부에서 지급한다. 여행투석에 대한 비용적인 부담이 적을 수밖에 없다.

- 여행투석 네트워크가 왜 필요한가.

아직도 교과서에는 여행이 잦은 말기신부전 환자는 복막투석을 하라고 나와 있다. 투석기를 들고 가야 하는 불편도 있지만 감염 위험이 높아서 요새는 복막투석은 거의 하지 않는다. 말기신부전 환자는 신장이식을 받기 전까지는 투석을 받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들이 안전하게 혈액투석을 받으며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TDQ와 WTDM이 설립되고 우리 의원이 여기에 참여하는 이유는 말기신부전 환자들이 투석치료에 대한 걱정 없이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말기신부전 환자가 해외여행을 위해 현지 투석 의료기관을 직접 알아보는 불편도 사라질 것이다.

- 여행투석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무엇인가.

비행 중 말기신부전 환자에게 생길 수 있는 응급상황이 가장 큰 문제다. 그래서 여행투석을 보내기 전 환자 상태가 어떤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환자는 아예 비행기를 태우지 않는 게 원칙이다. 말기신부전 환자의 건강상태를 고려하면 비행시간은 2~3시간이 가장 현실적이다. 일본과 대만, 한국 간 여행투석 네트워크를 형성한 이유이기도 하다.

WTDM를 통해 여행투석을 오는 말기신부전 환자의 경우 현지 의료진이 진료정보 등을 미리 받아 상태를 파악하고 준비할 수 있다. 때문에 좀 더 안전한 투석치료가 가능하다.

- 여행투석에 관심 있는 국내 의료진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영리 목적이라면 하지 않는 게 낫다.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많다. 모든 서류를 다 영어로 작성해야 하고 낯선 외국 환자를 진료한다는 부담도 크다. 그래서 사명감이 필요하다. 하지만 말기신부전 환자를 진료하는 투석 전문의라면 결국 여행투석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행이 아니더라도 생계 때문에 해외에 나가야 하는 말기신부전 환자들이 많다. 자신이 다니는 의료기관을 통해 안전하게 해외를 다녀온 환자는 의료진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진다.

얼마 전 우리 의원을 다니는 말기신부전 환자를 베트남에 보냈다. 이 환자는 여행이 목적이 아닌 일 때문에 베트남을 가야 했다. WTDM과 TDQ를 통해 베트남 투석 의료기관을 섭외해 연결해줬다. 베트남을 다녀온 환자는 “신장이식을 받아야만 갈 수 있을 줄 알았다”며 고마워했다. 이럴 때 보람을 느낀다.

송수연 기자  soo331@docdocd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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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19-07-05 17:54:51

    이동형 선생님 역시 어디서나 큰일을 하시느군요. 존경스럽습니다. 감사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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