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긴급 설명회 발언으로 주가 급락…추가 입장으로 진화 나서

코스닥 시총 상위 바이오 종목으로 꼽히는 메지온과 에이치엘비가 지난주 대표의 '말 한마디'에 낭패를 봤다. 이들은 주말에도 해명 자료를 발표하는 등 급격히 하락한 주가를 회복하기 위해 총력에 나섰다.

박동현 메지온 대표 "임상 성공 자신 있게 말 못 해"…주주 불안감 증폭

메지온은 지난 28일 실시한 긴급 기업설명회(IR)가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 전날 단심실증 치료제 '유데나필' 글로벌 3상 임상시험이 실패했다는 루머가 시장에 나돌자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 개최한 IR이었다. 그러나 박동현 대표의 설명 도중 주가가 도리어 폭락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박동현 메지온 대표

박 대표는 유데나필 3상 데이터가 아직 이중맹검이 해제되지 않은 상태(락업)이기에 임상 결과를 섣부르게 왈가왈부할 수 없다는 취지로 설명을 이어갔다.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사실만 알리겠다는 의지였지만, "(임상이) 성공한다고 자신 있게 말은 못 한다", "(임상) 결과는 하느님만 알 수 있다", "바이오는 1 아니면 0으로 성공하면 대박이고 실패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등의 발언 후 주주들의 불안감은 증폭됐다.

결국 이날 메지온은 장 마감 30분을 앞두고 급락해 전날 대비 23.82% 떨어진 6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주들의 한숨이 터져 나오며 한때 설명회장의 분위기가 차갑게 얼어붙었다.

현장에서 주주들은 "대표가 부정적인 말만 하니 주가가 이렇게나 떨어졌다"며 "약간의 지연이 있지만 잘 진행되고 있다고만 해도 주주들이 이렇게 불안해하지 않을 텐데 아무도 모른다는 표현이 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항의하며 적극적인 주가 부양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메지온은 30일 홈페이지에 추가 입장을 내놓으며 주주 달래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메지온은 "기업설명회의 진정한 취지와 달리 임상 진행에 대한 사실이 정확히 전달되지 않은 면이 있었다"며 "사전에 임상 결과를 취득할 수도 없고 공개할 수도 없다는 규정에 따라 이러한 상황을 전달하고 양해를 구하는 과정에서 오해를 사게 만든 점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메지온은 3상 결과 발표 일정이 지연되는 이유에 대해 "보다 확실한 결과 값을 얻기 위해 꼼꼼한 검수작업을 거치느라 시간이 더 소요되는 것뿐, 결코 임상 데이터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며 "11명의 이탈된 환자를 100% 다 찾아 데이터의 정확성과 통계적 완성도를 더 높였다"고 강조했다.

3상 데이터 중 20% 오류에 대해선 "소통 과정에서 일부 빚어진 오해"라며 "무산소 임계점(Anaerobic Threshold)을 측정하는 과정에서 자동측정 장치의 측정치가 정확하지 못한 상황을 발견하였고, 기계에 저장된 풀 데이터를 연구 책임자들이 직접 수동으로 검수해 문제없이 수정 완료했다. 결과적으로 임상 참여 환자들의 모든 데이터를 통계학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주주들이 강력히 요구한 대표의 장내주식 매수에 대해선 "법적 검토를 받은 결과, 향후 임상이 성공해 단기간에 주가가 많이 상승하게 될 경우 미공개정보 이용 위반으로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어 불가피하게 실행하지 못함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다만 대표는 물론 전 임직원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회사 주식을 3상 결과가 공시될 때까지 단 한 주도 매도하지 않겠다고 확실히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 "미국 허가 쉽지 않을 것" 발언 이후 '주주 호소문'

에이치엘비 역시 지난 27일 긴급 설명회에서 진양곤 회장의 발언으로 주말 내내 홍역을 치렀다.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

이 자리에서 진 회장은 '리보세라닙' 3상 탑라인 결과에 대해 "현재 분석이 완료된 데이터를 가지고 판단하기로 리보세라닙의 1차 유효성 평가 지표인 전체생존기간(OS)이 내부 임상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해 이번 임상치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신청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이 '임상 실패'로 받아들여지면서 설명회 직후 에이치엘비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다. 이튿날인 28일 역시 전일 대비 29.96% 하락했다.

악화된 투심이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진 회장은 지난 29일 '주주 호소문'으로 심경을 밝혔다.

진 회장은 "너무도 당혹스럽고 혼란스러운 상태로 불면의 밤을 보냈다"며 "현재 언급되는 것처럼 그냥 '임상 실패'라면 설명회에서 정확한 워딩을 부탁드릴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 회장은 리보세라닙 '임상 실패'가 아닌 '임상 지연'임을 강조했다. 그는 "리보세라닙에 대한 의구심은 전혀 없다"며 "임상은 0.5를 발견하고 이를 1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0.8을 1로 만들려던 게 애초 목표였으나 결과적으로 0.9에만 도달한 것으로 지각이 결근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어 "오는 9월 ESMO(유럽종양학회)에서 모든 데이터가 공개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임상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 리보세라닙의 효능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임상에서 있을 수 있는 어떤 해프닝 때문은 아닌지 모든 게 확인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이치엘비는 3상에서 무진행 생존기간(PFS) 중간값은 유의미한 수준으로 나타났고 부작용도 경미한 수준인 만큼 이 결과를 바탕으로 추가 임상을 예고하고 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