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다국적제약사 영업사원이자 유튜버인 박상욱씨가 전하는 제약영업의 편견과 현실

제약영업은 영업직 중에서도 까다롭고 힘든 영업군으로 꼽힌다. 의사들을 상대해야 하는 만큼 전문성이 요구되고, 영업 활동에 대한 규제가 많다는 등의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제약·바이오산업이 차세대 산업으로 각광받고, 과거 리베이트가 판치던 영업 관행이 사라졌으며,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급여를 제공하는 등은 많은 젊은이들을 제약영업에 도전하게 만들고 있다.

'주노의 일상'이란 유튜브 채널은 이런 젊은이들에게 제약영업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알려주고 있다. 이 채널의 운영자는 모 다국적제약사 현직 제약영업맨인 박상욱씨(34세)다. 박상욱씨가 몸담고 있는 제약사는 다국적제약사 중에서도 매출 규모와 신약 개발 역량 등에서 손꼽히는 회사다.

박상욱씨는 유튜브에 자신의 하루를 공개함으로써 제약영업을 꿈꾸고 있는 사람들에게 구체적인 실무를 소개한다. 또 제약영업에 필요한 역량, 면접 스킬, 국내제약사와의 차이점 등 다양한 정보를 알려줌으로써 미래 제약영업맨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박상욱씨의 '주노의 일상' 유튜브 캡처 화면

"내 고객은 의사", 전문가 영업이라는 자부심

박상욱씨는 여타 다른 영업직과 제약영업의 결정적 차이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고객"이라고 답했다. 보험, 자동차 등 일반적인 영업은 '불특정 다수'를 고객으로 상대하지만, 제약영업은 의사, 약사란 전문직을 상대하기 때문에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박상욱씨는 자신의 브이로그에서 담당 제품에 대한 최신 논문을 공부하고, 의사에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요약 정리하는 모습 등을 보여줬다.

박상욱씨는 "회사가 영업에서도 학술 부분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제품이나 질환에 대한 회사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욱씨가 고객으로 관리하고 있는 의사는 60여명으로 짧게는 1주에 1번, 길게는 2주에 1번 방문 스케줄을 잡는다. 한 의사를 한 달에 2번 내지 3번 만나는 것이다.

박상욱씨는 하루종일 환자가 끊이지 않는 병의원의 특성상 의사와의 미팅 시간은 평균 5분 정도에 불과하지만, 이 5분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라고 말했다.

박상욱씨는 "제품 이야기를 꺼내기까지 대화를 시작하는 기술이 가장 어렵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박상욱씨는 의사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 혹은 의원 운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아이템을 찾는데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박상욱씨는 "다른 영업직들과 달리 내가 상대하는 고객은 최고의 전문직으로 꼽히는 의사"라며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다른 영업직들과 차별화된다고 생각하며, 자부심도 있다"고 말했다.

제약영업에 도전하고 싶다면, 실무를 알아야

모 글로벌 제약사에서 의원급 영업을 담당 중인 박상욱씨

박상욱씨가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하루를 가감없이 공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제약영업이 어떤 직업인지 보여주기 위해서다.

박상욱씨는 제약영업을 꿈꾸고 지원하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실무를 알고 면접장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그저 연봉이 높다는 이유로 제약영업이 뭐하는 직업인지도 모르면서 무턱대고 지원한 사람들은 면접관 눈에도 그 상황이 보일 수밖에 없단다. 또한 의사와 미팅하는 상황극을 시키는 등 면접 자리에서 어떤 미션이 주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실무를 이해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했다.

특히 왜 제약영업을 하고 싶은지, 왜 이 회사여야만 하는지 이 두 질문에 대한 답변은 늘 준비돼 있어야 한다.

박상욱씨는 자신의 경험을 빌어 제약사 '인턴' 경력도 합격에 가까워질 수 있는 하나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글로벌 제약사에서의 인턴 경력이 현재 회사 임원에 '이 사람은 적어도 실무는 확실히 알고 있겠구나'라는 믿음을 줬다는 것이다.

박상욱씨는 "여성의 비율이 높은 글로벌 제약사들은 육아 휴직이 잦은 관계로 인턴을 뽑는 횟수가 많다"며 "인턴이기 때문에 임금은 적지만, 제약영업 문턱을 두드리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런 인턴 경력을 십분 활용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박상욱씨는 그밖에 국내제약사에서 글로벌 제약사로 이직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도 팁을 전했다.

실제 박상욱씨의 유튜브 댓글을 살펴보면, 국내제약사 경력직에서의 이직이나 국내제약사와 어떤 점이 다른지 등의 질문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박상욱씨는 "코프로모션 인맥을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현재 대다수의 글로벌 제약사들은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과 같은 만성질환 치료제의 의원급 영업을 국내제약사와 함께 진행 중이다. 자사의 제품을 함께 담당하고 있는 국내제약사 영업사원과 접촉할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

박상욱씨는 "경력직의 경우 주변 사람들의 평판과 추천이 큰 힘을 발휘한다"며 "현재 우리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과거 국내제약사에서 옮겨온 사람들도 결국 함께 일해왔던 동료의 추천으로 오게 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과거 편견은 금물, 저녁이 있는 삶 누려요

박상욱씨는 "과거와 같이 제약영업이 의사의 허드렛일이나 해주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며 "학술 정보 전달에 주력하고 있는 글로벌 제약사의 경우 지원자들의 학력과 스펙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며, 리베이트 등의 처벌 수위가 강화되면서 의사들의 인식도 개선돼, 과거와 같은 행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글로벌 제약사의 경우에는 술자리 강요나 험악한 사내 문화도 거의 없으며, 여성 비율이 높은 기업답게 남성 직원들도 주위를 의식할 필요 없이 자유롭게 육아 휴직을 사용하는 등 근무 여건이 상당히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박상욱씨는 "보통 하루에 10군데 정도 의원을 방문하는데 글로벌 제약사의 경우 술자리 강요도 없어, 6시 이후로는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고 있다"며 "하루종일 의원을 돌아다니는 게 주 업무인 만큼 '체력'이 '영업력'인 직업이라, 저녁에는 빠짐없이 운동을 하며 자기 관리를 하고 있다"고 했다.

박상욱씨는 "글로벌 제약사에서 자신의 최종 목표는 영업사원을 교육하는 교육담당자가 되는 것"이라며 "제약영업은 영업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이 일을 시작으로 교육, 마케팅 등 회사 내 또 다른 업무를 시도해볼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으며, 그 외 도매상과 같은 창업 등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제약영업의 실무를 확실히 이해하고, 사람 만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목표지향적인 사람이라면 이 일을 진심으로 즐기면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