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소송 설명회서 극도의 불안함과 두려움 호소…"환자 소외되는 일 없어야"

"올해 1월에 인보사를 맞고 통증이 완화되기는커녕 더 심해져서 지금 더 강력한 진통제를 맞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너무 아파서 초음파 검사를 했더니 무릎에 몽글몽글한 게 돌아다니는데 도대체 이게 뭔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아무도 답을 해주지 않아요."

"석 달 전인 3월 22일에 인보사를 맞았습니다. 맞은 지 일주일 만에 이런 일(인보사 사태)이 터져버렸으니 얼마나 정신이 나갔겠어요? 의사 선생님도 본인도 속았다고 하고 장기추적조사를 한다고 등록은 했지만 그 뒤로 아무 얘기도 듣지 못했어요. 답답해 죽겠습니다."

불안함과 분노가 혼재된 채 환자들이 하나둘 답답함을 쏟아냈다. 이날은 법무법인 오킴스가 환자들을 대상으로 민사소송 절차와 대응방안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25일 서울 강남구 한국블록체인센터에서 이뤄진 설명회에는 40대부터 70대까지 130여명의 사람들이 홀을 가득 채웠다. 모두 코오롱생명과학의 무릎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를 맞은 환자들 혹은 그 가족들이었다. 지난 22일부터 전국 6개권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설명회에는 지금까지 총 약 330명의 사람들이 참석했다.

25일 인보사 민사소송 대응방안 설명회를 진행하는 법무법인 오킴스 엄태섭 변호사

환자들은 이번 '인보사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다. 이들은 날로 악화되는 퇴행성 무릎 관절염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한쪽 혹은 양쪽 무릎에 인보사를 맞았다. 그런데 연골세포가 아닌 종양원성이 높은 신장유래세포(GP2-293, 이하 293세포)가 주입됐다는 황당한 소식을 들어야 했다.

회사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안전성엔 문제가 없다는 말만 반복할 뿐 그들의 몸에 투입된 물질이 정확히 어떤 세포인지, 사람 몸에 주입해도 괜찮은 것인지 속시원히 설명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인보사 사태가 터진 지도 80일이 넘었지만, 지금까지 환자들이 받은 연락이라고는 장기추적조사를 할 테니 등록하라는 통보가 전부였다.

더 큰 문제는 '인보사'가 환자들에게 낙인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법무법인에 접수된 환자들 중에는 3월에 인보사를 맞고 실손보험금 청구를 했지만, 인보사 사태가 터지면서 보험사에서 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하거나 암보험 가입에서 인보사 투여를 한 전력이 있다는 이유로 보험가입을 거부당한 경우도 있다.

제대로 치료받을 기회를 놓쳐 증상이 더 심해지는 악순환이 발생하기도 했다.

설명회장에서 만난 A씨는 "아버지가 인보사를 맞았는데 의사도 이 약물의 정체를 모르겠다고 얘기한다. 다른 약물을 썼을 때 어떤 상호작용이 생길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현재로서는 향후 어떤 약물이나 시술을 받으면 될지, 치료의 방향을 전혀 설정할 수 없다. 인보사로 다른 치료를 받을 기회까지 박탈당했다"고 토로했다.

다른 환자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B씨는 "다니던 병원을 옮겼는데 인보사 투약 환자라고 하니 의사들도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라며 "통증은 심해지는데 병원에서도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어 진통소염제를 주로 처방받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들은 정체 모를 세포의 주입으로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점점 커져가고 있다고도 했다.

C씨는 "1월에 인보사를 맞고 도무지 증상이 나아지지 않아 더 강력한 진통소염제로 버티고 있다. 하루는 너무 무릎이 이상해서 초음파 검사를 했더니 무릎에 물만 찬 게 아니라 연골 주변에 동그란 무언가들이 떠다니고 있더라. 의사 선생님도 정확히 뭔지 알 수 없다는데 너무 두렵고 무섭다"라며 울먹였다.

어머니가 인보사를 맞았다는 D씨도 불안감을 호소했다. D씨는 "무릎 외엔 건강하던 어머니가 인보사를 맞은 후 한 달 뒤 갑자기 소변에 피와 함께 담석이 나오는 등 이상한 증상이 나타났다"며 "혹시나 인보사 때문은 아닌지 자꾸 의심이 생긴다"고 불안해 했다.

질환 특성상 노인들이 많다 보니 피해 사실조차 모르는 환자들도 여전히 많다. 그러다보니 환자들의 목소리가 모이기도 쉽지 않다. 이에 이날 현장에서 환자들은 앞으로 정보를 공유하자며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기도 했다.

환자 E씨는 "아무래도 환자들 중 어르신들이 많다보니 환자들이 처한 상황이 이렇다고 알리기도 쉽지 않은 것 같다"며 "이번 사태에서 가장 피해자인 환자들이 소외되는 일이 없어야 하는데 그 점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