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병원협회 “병동제 오히려 요양병원에 불리”…구간 세분화로 기준 완화 요구

재활의료기관 진입 장벽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진입 장벽을 낮추는 방법에 대해서는 의료기관들 사이에서도 이견을 보인다.

대한요양병원협회는 재활병동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지만 대한재활병원협회는 현재의 틀에서 지정 기준만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재활병원협회 우봉식 회장은 지난 25일 서울 용산역 인근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재활의료기관 지정 기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재활병원협회 우봉식 회장은 지난 25일 서울 용산역 인근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재활의료기관 지정 본사업은 한국 회복기 의료 도입을 위한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제도 도입 초기 문제점이 다소 있더라도 안정적으로 연착륙할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재활병원협회가 지적한 ‘초기 문제점’은 높은 진입 장벽이다. 의료 인력 기준과 회복기 재활환자 구성 비율 등이 의료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재활병원협회는 재활의료기관 지정 평가 구간을 세분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현재는 재활의학과 전문의 1인당 입원환자 35명 이하는 10점, 36~40명 이하는 8점, 그 외는 점수를 주지 않는다. 재활병원협회는 이 구간을 세분화해 41~50명 이하 6점, 51~60명 이하 4점을 주자고 제안했다.

간호사 1인당 환자수도 마찬가지로, 6명 이하까지만 10~6점이 배점되지만 8명 이하까지도 최소 2점은 주자고 했다.

회복기 재활환자 구성 질환 범위에 슬관절 골절 및 치환술을 포함하고 구성비율도 20% 이상까지로 세분화해 배점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현재는 전체 환자의 40% 이상이 회복기 재활환자일 때 10~6점을 배점하지만 40% 미만인 기관도 4~2점은 받을 수 있도록 세분화하자고 했다.

우 회장은 “재활의학과 전문의 구간별 배점 기준을 세분화해 회복기 재활의료기관 본사업 지정 병상 수 확대 적용 시 탄력적 대응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며 “요양병원은 재활의학과 전문의 1인당 입원환자 40명 이하 기준을 충족하기 쉽지 앟은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 회장은 “일본의 회복기 재활병동 질환 구성 변천자료에 따르면 2001년 회복기재활병동 입원환자 중 뇌혈관계 환자가 70.8%, 정형외과계 환자가 15.1%였지만 2015년에는 뇌혈관계 47.3%, 정형외과계 44.0%로 조사됐다”며 “인구 고령화로 인해 하지골절, 인공관절치환술 등 정형외과계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 회장은 또 “현실적으로 회복기 재활환자 비율이 40% 미만인 경우가 다수인 상황에서 40% 미만 구간에서 기관별 차이를 반영하기 위해 세분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재활병원협회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재활의료기관 지정 및 운영 등에 관한 고시 제정안 검토 의견서’를 보건복지부에 제출했다.

대한재활병원협회가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의견서 중 재활의료기관 지정 기준

“큰 그림 없이 정책 추진하는 한국 정부”

우 회장은 이어 정부가 조금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 회장은 “지난 2000년 당시 일본은 회복기 재활병상 수를 인구 10만명당 50병상인 6만 병상으로 예측하고 제도를 추진했으나 불과 3년 만에 회복기 재활병상이 6만 병상에 이르게 됐다”며 “이후 1,500개 기관, 8만 병상 정도로 회복기 병상 총량을 유지하며 조절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재활의료기관 본사업 1기 목표 병상 수를 30개 기관 5,000 병상으로 했는데 일본과 비교해도 한참 부족한 숫자”라고 말했다.

우 회장은 “우리 정부는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일단 해보자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3년 동안 30개 기관, 5,000병상은 너무 적다. 병상을 확대하고 요양병원 등이 진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활병동제 도입하면 오히려 요양병원에 환자 안온다”

요양병원협회가 요구한 재활병동제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종별로 의료기관 기능을 나누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재활병동제를 도입하면 대학병원들도 재활병동을 운영할 수 있어 재활의료전달체계가 왜곡된다는 지적이다. 고도급성기-급성기-회복기-유지기 등 기능별로 병상을 구분하고 병상총량제를 적용하고 있는 일본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했다.

재활의료기관 자격을 병원으로 제한한 ‘장애인건강권법’ 때문에도 병동제 도입이 불가능하다는 게 재활병원협회의 지적이다.

우 회장은 “우리나라는 현재 의료법상 병원 단위로 의료기관의 기능을 나눠 운영하고 있으며 병상총량제가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병동제를 도입하면 의료체계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 회장은 “만일 병동제가 실시되면 형평성 차원에서 급성기병원과 한방병원에도 회복기 재활병동을 허용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일부 대형 요양병원을 제외한 중소형 요양병원에는 재활환자가 오지 않을 것”이라며 “병원제보다 훨씬 투자 부담이 적은 병동제를 허용하면 대학병원뿐만 아니라 장기입원 시 입원료가 삭감돼 어쩔 수 없이 환자를 내보냈던 종합병원을 비롯한 다수 급성기병원에서 재활병동을 개설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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