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째 이어진 '혁신 파티' HiPex 성료...전국 104개 의료기관에서 250여명 참석

지난 2014년 시작돼 6년째를 맞은 HiPex(Hopital Innovation and Patient Experience Conference, 하이펙스)가 올해도 전국 의료기관에서 250여명이 참석해 혁신사례를 공유하고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명지병원에서 열린 하이펙스 2019는 환자경험서비스의 숨겨진 영역 찾기, 의료진은 모르는 환자 이야기,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와 환자경험평가 등을 주제로 개최돼 참석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첫날에는 '환자경험 서비스, 무한대의 영역과 숨겨진 이야기들'을 주제로 순천향대 서울병원 사례가 소개됐다.

순천향대서울병원은 정부에서 환자경험을 평가해 점수를 주고 수가를 책정하는 정책 시행 후에도 점수에 연연하지 않고 환자경험 향상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병원 구성원이 잘 지내는 것이 정부 평가에서 점수를 잘 받아 수가를 많이 받는 것보다 더 가치있는 일이라는 게 순천향대서울병원의 설명이었다.

특히 병원에서 가장 힘든 직종으로 여겨지는 인턴, 전공의, 간호사들을 위해 '우리 잘 지내요'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실제 잘 지내지 못하는 구성원을 위한 프로그램을 통해 그들의 고충을 들어주고 해결해주는 것의 중요성을 공유했다.

첫날에는 이 외에도 ▲‘라이프로그로 파악하는 환자들의 삶’을 주제로 한 서울대 사용자경험연구실 사례 ▲‘병원 노동자가 알아야 할 필수 생존 법률 : 근로기준법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한 발표 ▲‘스마트병원을 향한 움직임-스마트수술실과 메이커 스페이스’를 주제로 한 서울아산병원 사례 등을 중심으로 강의가 진행됐다.

특히 근로기준법 관련 강의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을 앞두고 의료기관에서 주의해야 할 점이 소개돼 참석자들의 호응을 이끌어 냈다.

양지훈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은 아주 포괄적이면서 일반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면서 “예를 들어 사용자가 많은 업무를 부여해 정신적 고통을 받게 된 경우나 근무 환경이 악화되는 상황도 직장 내 괴롭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 변호사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사용자의 의무를 매우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면서 “‘할 수 있다’가 아니라 ‘해야 한다’로서 사용자가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병원은 물론 어느 직장에서든 꺼리는 업무가 있는데 ‘다른 근로자들과는 달리 특정 근로자에 대해 근로계약서 등에 명시돼 있지 않는 모두가 꺼리는 힘든 업무를 반복적으로 부여하는 것’도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될 수 있다”면서 “앞으로는 전직이나 전환배치도 정당한 사유가 입증되지 않으면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둘째날 주요 프로그램은 ‘의료진은 모르는 환자 이야기’를 주제로 한 세션으로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의 ‘기자, 간병인 체험을 해 보았다’ ▲전문 간병인 오종순 씨의 ‘의료진이 없을 때 환자를 지켜보았다’ ▲명지병원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 조은숙 팀장의 ‘간호사가 간병까지 해 보았다’ 등 ‘해봤다’ 시리즈로 기획됐다.

이 중 17년간 중환자 간병을 해오고 있는 김종순(갸명) 씨는 지금까지 간병을 통해 지켜봤던 완치환자들과의 사연과 아직도 병원 내 남아있는 간병인에 대한 하대문화를 지적해 의료기관 내에서 사라져야할 문화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

특히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사연으로 많은 공감을 받고 있는 영화배우 박철민 씨의 강연도 열려 참석자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박 씨는 의료진이 병원에서 힘든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환자와 보호자는 항상 희망을 본다며 의료진이 이들의 작은 희망이라도 함께 볼 수 있는 사람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

이밖에도 ▲‘간호사 2교대 근무하면 병원이 이렇게 된다’를 주제로 한 인천사랑병원 사례 소개 ▲‘진화의학의 관점에서 본 질병, 의사, 환자’를 주제로 한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전중환 교수 강의 ▲‘의사들은 절대 바뀌지 않아요 : 조직문화 변화의 출발법’을 주제로 한 H.Value 김준철 대표 강의 ▲‘조직문화가 전략을 살림다’를 주제로 한 안근용(ConceptCorea, Experience Designer) ,박경수(삼정KPMG SCG1 헬스케어 부문 이사) ,최유진(삼정KPMG SCG1 헬스케어 부문 매니저) 등의 강의 ▲‘환자경험센터/병원혁신센터 운영 노하우’를 주제로 한 명지병원 케어디자인센터 이경숙 센터장의 강의 등도 마련돼 주목을 받았다.

행사 마지막날인 21일에는 고려대 기계공학부 정석 교수의 ‘오간온어칩과 오가노이드 : 미래의학의 단편을 만나다’ 강연이 문을 열고, 이어 ConceptCorea, Experience Designer인 안근용 씨의 ‘병원혁신센터장 4명을 인터뷰해 보았다’ 강의가 진행됐다.

정 교수는 오간오어칩과 오가노이드를 사례로 들면서 현대 기술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 교수는 이같은 기술은 누군가의 아이디어와 실행으로 현실화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스타트업을 꿈꾸는 의사들은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아도 스스로 제품을 만들어보는 등의 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하이펙스만의 자랑거리인 ‘우리병원의 혁신 사례를 소개합니다’ 코너에서는 ▲‘새로운 모바일 EMR 솔루션을 이용한 회진/간호 환경 개선’을 주제로 한 고신대 복음병원 사례 ▲‘서북병원 건강돌봄 디딤돌 사업’을 주제로 한 서울특별시 서북병원 사례 ▲‘사용자 중심의 병원 문화를 위한 동영상 이용’을 주제로 한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사례 ▲‘하지정맥류를 위한 서비스 디자인 : 이상을 실현하다’를 주제로 한 레다스 흉부외과 등의 사례가 소개됐다.

마지막을 장식한 ‘파괴적 조직문화를 파괴하라’를 주제로 한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H.Value 김준철 대표의 강의도 참석자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받았다.

유명순 교수는 전공의 폭행·간호사 태움문화 등 의료기관 내 대표적 악습을 없애기 위해 의료기관 조직문화 개선, 특히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수많은 ‘무례함’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해 참석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한편 하이펙스는 지난 2014년을 첫 회를 개최한 이래 매년 보건의료계 관계자 수백명이 참가하고 있으며, 올해는 국내 104개 기관에서 25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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