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요법연구회, 폐경전 유방암 환자 대상 국내 연구자 주도 임상 소개

대한항암요법연구회가 최근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ASCO 2019)에서 발표된 폐경전 유방암 환자 대상 국내 연구자 주도 임상 2편을 소개하며, 한국의 연구기관 및 연구자들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돋움했다고 평가했다.

대한항암요법연구회는 지난 1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된 ASCO 2019에서 활약한 국내 연구진들의 성과와 주요 연구 결과들을 소개했다.

대한항암요법연구회 강진형 회장

이날 발표에 따르면, 이번 ASCO 2019에는 구연 및 포스터 등 총 184건의 국내 연구진 발표가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연구회는 젊은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국내 연구자 주도 임상 2편에 주목했다.

연구회 유방암 분과 연구진인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연희 교수와 서울대학교병원 종양내과 임석아 교수가 구연 발표한 폐경전 유방암 환자 대상 연구를 주요 연구로 꼽은 것이다.

연구회는 "한국의 경우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50%가 50세 이하의 폐경전 환자로, 70~85%가 폐경후 연령에서 발생하는 서구에 비해 유방암 환자들의 나이가 젊다"고 설명했다.

유방암 발병 당시 연령이 젊으면 암 진행이 더 빠르고 공격적일 수 있는데, 암세포를 빠르게 증식하도록 도와주는 세포주기 관련 단백질들과 신호전달 단백질들이 증가돼 공격적으로 활동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연구회는 "팔보시클립(상품명 입랜스)과 리보시클립(제품명 키스칼리)은 세포 분열과 성장을 조절하는 사이클린 의존성 키나아제를 선별적으로 억제해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표적 치료제로, 호르몬 수용체 양성(HR+) 사람상피세포증식인자수용체 음성(HER2-) 전이성 유방암의 경우 호르몬제와 병용해 사용하는 것이 국제적인 표준치료"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서양에서 시작된 대부분의 다국가 임상시험은 발병률이 높은 폐경후 여성을 대상으로 진행돼, 국내에서 많은 폐경전 젊은 유방암 환자들에 적용하기엔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젊은 유방암 환자들은 난소 기능이 보존돼 있어, 난소절제술을 받은 다음에야 해당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연구회는 "이런 의미에서 젊은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박연희 교수와 임석아 교수의 연구들은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연희 교수는 이번 ASCO 2019에서 폐경전 HR+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KCSG-BR 15-10 연구 결과를 구연 발표했다.

일명, 'Young-PEARL'로 불리는 KCSG-BR 15-10 연구는 CDK4/6 억제제 '팔보시클립'과 내분비요법(엑스메스탄+류프롤리드)의 병용 효과를 세포독성항암제(카페시타빈) 단독요법과 비교 평가한 2상 임상시험이다.

연구회는 "특히 KCSG-BR 15-10 연구는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연구회의 유방암 분과 14개 기관에서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ASCO 2019에서 박연희 교수가 발표한 데이터는 추적관찰기간 17개월차 무진행생존기간 결과로 팔보시클립-내분비요법 병용군은 20.1개월, 카페시타빈 단독군은 14.4개월로 나타나, 대조군 대비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을 34%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3등급 이상의 혈액학적 독성은 병합요법군에서 더 많이 나타났다.

발표 당시 박연희 교수는 "현재 유방암 치료 가이드라인은 폐경 전후 환자 모두 내분비요법을 1차 치료로 권고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치료제가 폐경후 환자에서 허가 받아 항암화학요법이 주가 되어온 게 사실"이라며 "이런 가운데 내분비요법과 표적치료제의 병용이 항암화학요법 대비 개선된 결과를 보였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폐경후뿐 아니라 폐경전 환자에서 내분비요법이 표준치료법으로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라고 의의를 설명한 바 있다.

임석아 교수 역시 폐경전 HR+/HER2−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MONALEESA-7 연구 결과를 구연 발표했다.

MONALEESA-7 연구는 기존에 내분비요법[고세렐린+아로마타제 억제제(레트로졸 혹은 아나스트로졸) 또는 고세렐린+타목시펜]을 받고 있는 환자에서 CDK4/6 억제제 '리보시클립'과 위약을 각각 추가해 병용 효과를 비교 평가한 3상 임상연구다.

연구회는 "이 연구는 초기엔 아시아태평양에서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으로 기획됐으나, 유럽과 미국 연구자들도 합류하는 글로벌 대규모 3상 허가 임상시험으로 진행되면서 시작부터 최종 분석까지 임석아 교수가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해당 임상연구는 유방암 분과 회원인 서울아산병원 정경해 교수, 세브란스병원 손주혁 교수, 국립암센터 이근석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김지현 교수 등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에서 적극적으로 환자를 등록했으며, 전체 환자의 30%가 아시아 환자였다"고 강조했다.

임석아 교수가 발표한 데이터는 전체 환자군(ITT, 672명)에서의 추적관찰기간 42개월차 전체생존율 결과로 리보시클립-내분비요법 병용군은 70.2%, 내분비요법 단독군은 46.0%로 나타나, 대조군 대비 사망 위험을 29%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임석아 교수는 발표 당시 "임상 결과 독성이나 부작용은 과거에 보고된 것과 유사하게 나타났다"며 "리보시클립은 유방암 표적치료제로서는 최초로 암환자의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도 전체생존기간을 연장하는데 기여했다"고 평했다.

연구회는 "MONALEESA-7 연구는 국내에서 많은 폐경전 젊은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에게 큰 의미가 있는 연구이며, 해당 연구 결과는 임석아 교수를 제1저자로 하여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도 게재됐다"고 강조했다.

연구회 강진형 회장은 이날 "최근 ASCO에서 국내 연구자들의 주요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는 국내 연구기관 및 연구자들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돋움함과 동시에 국내에서 주요한 임상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나타난 쾌거"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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