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 법에 따른 의사면허관리 한계 지적…"관 주도 면허관리 효율성 떨어져" 주장
법조계·복지부, '독립면허기구' 부정적…“전문가평가제 먼저 제대로 해야”

대한의사협회 주도 독립 면허관리기구 설립을 노리는 의료계가 ‘진료면허제도’ 도입까지 언급하며 독립 면허관리기구 설립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전문가에 의한 자율징계권 강화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독립 면허관리기구 설립 논의 이전에 전문가평가제 등을 통한 국민신뢰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유한국당 박인숙 의원은 17일 오후 국회에서 ‘합리적인 의사면허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면허관리 선진화와 면허관리기구’를 주제로 발표한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안덕선 소장은 면허관리기구를 통해 의사면허를 법이 아닌 윤리의 관점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소장은 법에 따라 의사면허를 관리할 경우 ▲배상 역할에 중점을 둔 결정 ▲강제적이고 타율적인 결정 ▲방어진료 유발 ▲의사 안전 추구 우선 ▲전문성 훼손 우려 등의 단점이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의사들 스스로 윤리적 관점에서 의사면허 관리를 하면 ▲예방 역할 수행 ▲자발적 준수 ▲표준을 통한 면허 관리 ▲시대변화에 능동적 ▲전문성 강조 등의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안 소장은 영국의 예를 들어 독립된 의사면허 관리기구는 의사들이 중심이 돼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소장에 따르면 영국에는 의사들이 가입할 수 있는 단체가 두 개 있는데, 그 중 의사들이 의사 권익 보호를 위해 임의단체로 만든 영국의사협회(British Medical Association)는 전체 의사 중 60%만 가입돼 있다.

하지만 의사들이 법에 따라 법정단체로 만든 영국의학협회(General Medical Council)는 의사들이 만들었지만 의사 권익이 아닌 환자와 사회보호를 목적으로 하며, 의사들이 의무가입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1심 기능’을 하는 등 면허관리를 하고 있다.

안 소장은 “우리나라와 같은 면허관리체계에서는 나쁜의료를 행하는 의사에 대한 방지책이 없다. 때문에 몇몇 (비윤리적) 의사 때문에 의사들이 비난받는다”며 “의사들이 처벌을 원해도 법망을 빠져나가면 처벌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안 소장은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공무원 몇명이 몇십만 의사면허를 관리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며 “사회 공공기구를 만들어서 관리해야 하며, 이는 의협 주도 자율규제로 가야 한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관 주도 면허관리는 지속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면허관리 선진화를 위한 중앙윤리위원회 및 전문가평가제 역할’을 주제로 발표한 의협 임기영 중앙윤리위원 역시 독립 면허관리기구 설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선 임 위원은 중앙윤리위원회와 전문가평가제의 한계를 지적하며, 중앙윤리위 한계로 ▲최고 징계가 회원 자격정지 3년에 불과 ▲복지부 행정처분 의뢰 시 피드백 없음 ▲민형사 소송 시 개입 불가 ▲징계 대상자가 비협조적일 시 강제 수단 미흡 ▲전문가평가제와 정리되지 않은 관계 등을 꼽았다.

전문가평가제의 경우 ▲윤리위원회와의 관계 문제 ▲조사-청문-판정 중 어디에 개입해야 할지 모호성 ▲전문가평가제 역할이나 범위에 대한 충분하지 못한 합의 등을 언급했다.

임 위원은 “현재 의협 중앙윤리위와 전문가평가제 모두 뚜렷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며 “의사면허를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독립된 면허관리기구 설립이 궁극적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 위원은 “독립 면허관리기구 설립은 현재 전문가평가제와 중앙윤리위원회를 발전시키는 청사진을 바탕으로 추진돼야 하며, 이를 염두에 둔 설계와 운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변호사 징계절차를 통해 본 자율규제의 방법과 미래’를 주제로 발표한 대한의학회 박형욱 법제이사 역시 의사면허 관리를 위한 독립 면허관리기구 설립 필요성을 밝혔다.

박 이사는 “행정처분 권한이 각 부처에 있는 우리 법체계에서 독립된 의사 면허관리기구를 도입하는 것은 체계와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때문에 변호사 징계의 계층적 구조처럼 복지부가 행정처분 최종 권한을 유지하면서 법 위임 하에 의협 또는 독립 기구의 자율징계 절차와 조화를 이루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이사는 “다만 의료기관 업무정지, 건강보험법상 징계 등 변호사에 비해 지나치게 중층적인 징계를 단순화하는 방법이 병행돼야 한다”며 “또한 조사위원회와 같은 기구가 필수적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제발표 후 이어진 토론회 토론자로 참석한 한국의약평론가회 이명진 총무이사는 ‘진료면허’ 부여 필요성까지 언급했다.

이 이사는 의사가 임상진료를 하기 위해 진료면허를 취득하게 해야 하며, 진료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대상자로는 ▲(의사국사를 통한) 예비면허 취득자 ▲최근 10년 중 7년 이상 진료공백이 있는 자 ▲외국 면허 소지자 중 소정의 면허시험에 합격한 자를 꼽았다.

또한 진료면허를 유지하기 위해 ▲매해 자진신고서 제출 ▲진료에 정신적 신체적 장애가 없는 경우 ▲의협 회비를 납부한 자 ▲이수 평점 및 필수 평점 이수 등의 제한을 둬야 한다고 밝혔다.

진료면허를 취소할 수 있는 사안으로는 ▲마약, 폭행, 성범죄, 살인 등의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자 ▲중앙윤리위원회에서 의사 품위를 현격히 손상시킨 자로 판단한 자를 제시했다.

최소된 진료면허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성범죄의 경우 형 결정 후 5년이 지난 때부터 심사를 거치도록 하고 ▲금고 이상의 형의 경우 집행이 끝난 후 심사를 거쳐 조건부 회복시키는 방법을 제안했다.

하지만 법무법인 세승 현두륜 변호사는 의료인단체와 복지부로 징계절차를 이원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의료법 개정을 통해 자율징계권을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밝혔다.

현 변호사는 “자율징계에 따른 변호사 처분은 대부분 과태료와 견책이고 이마저도 연간 60여건 수준이지만 의사의 경우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연평균 면허 관련 처분 사례가 404건에 이를 정도로 차이가 있다”며 “때문에 법조계와 의료계를 단순 비교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현 변호사는 “의료단체에 자율징계권을 줬을 때 징계를 위한 법위반 인지, 접수, 의결, 집행, 처분, 이의신청 등의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상당히 많은 인력 등이 필요하다”며 “의료단체가 이를 위한 능력, 조직, 인력을 갖출 수 있을지에 대해서 비관적이다”라고 전했다.

때문에 현 변호사는 현 의료법을 수정하는 선에서 자율징계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 변호사는 “의료법에 자격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는 사유가 많은데, 그 중에서 품위손상 관련 처분은 의료인 단체에서 징계를 요청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이같은 요청에 대해 복지부가 응해야 한다는 의무사항이 없다. 이 부분을 수정해 징계 요청 시 그 결과를 통보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사기 등도 품위손상 범위에 포함시켜 의료인 단체에서 이와 관련한 불법행위 시 징계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손호준 과장은 전문가의 자율징계권 강화 중요성을 언급했지만 독립 면허관리기구 설립에 대해서는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손 과장은 “법을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하면 좋지만 전문영역에서 법은 제한적일 수 없다. 결국 법 외 전문가들에 의한 자율징계권이 강화돼야 한다”며 “그런 차원에서 현재 진행 중인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을 통해 국민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손 과장은 “지금 당장 독립된 면허관리기구에 대해 말할 수는 없지만,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을 통해 (자율징계권 강화와 관련한) 성공사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며, 이렇게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순차적이고 현실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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