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박지용 교수 “의학‧치의학 역사성·독자적인 면허제도 의도 등에 배치…사회통념에도 어긋나”
의성 이영호 변호사 “면허 범위 외 의료행위 형사처벌 관행, 의료인 업무영역 왜곡할 가능성 있어”

치과의사가 안면 미용 목적으로 보툴리눔 톡신(보톡스)을 사용해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한 지난 2016년 대법원 판결에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지용 교수는 지난 15일 서울서부지방검찰청, 대한의료법학회, 보건·의약·식품 전문검사 커뮤니티가 서울고등검찰청에서 개최한 ‘2019년 춘계공동학술대회’에서 해당 판결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박 교수는 먼저 “대법원 판결은 의료법에 의사와 치과의사의 면허 범위에 관한 구체적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각 의료인의 면허 범위에 대한 판단의 기준을 종국적으로 공중보건적 위험성의 정도로 귀결시키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러한 대법원 입장은 의학과 치의학의 역사성, 독자적인 면허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입법의도, 의료법의 임무 범위에 관한 법문언의 의미 등과 배치되는 법해석”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어 “치아와 구강 조직과 무관한 안면부 전체에 대한 보톡스 시술행위를 치과 의료행위의 범주 내로 해석하는 대법원의 입장은 일반인의 상식과 사회통념에도 어긋나게 보여 진다”고 평했다.

또 “의료행위와 비의료행위를 구별하는 기준으로 사용되는 공중보건적 위험성을 면허 범위 확정의 단계에서도 사용함으로써 오히려 그 법적 불명확성이 확대됐다”면서 “이로 인해 의사와 치과의사 간의 면허 범위를 둘러싼 갈등을 더욱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했다.

의료인의 임무 범위를 규정하고 있는 의료법 규정이 변화하는 의료 현실을 제대로 담아내기에 지나치게 간결한 게 사실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입법적으로 해결돼야 할 문제라는 게 박 교수의 생각이다.

박 교수는 “치과의사의 안면부 보톡스 시술과 같이 문제되는 특정 행위가 공중보건적 위험성이 낮다는 이유로 의료법상의 업무 범위를 일탈하는 의료행위를 허용하는 건 의료법이 채택하고 있는 종별 면허제도의 근간을 허무는 것”이라며 “이는 법해석의 한계를 넘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법무법인 의성 이영호 변호사도 해당 판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간호대학에서 내과학을 배운 간호사라 할지라도 스스로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하는 행위를 할 경우 면허범위를 벗어난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함이 명백하다”면서 “치과대학에서 보톡스나 피부레이저시술, 여드름 치료와 같은 의료행위에 대해 교육을 하더라도 치과의사가 이같은 행위를 하는 건 의료법에 따른 면허종별 허용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의과대학에서 설령 치과진료에 관한 전문적인 교육을 추가하더라도 의사가 치과진료를 시행하는 경우 역시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것.

이 변호사는 “치과의사에게 허용되는 의료행위라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문제되는 구체적인 의료행위가 최소한 치과의사의 업무영역인 치과의료나 구강보건과 직·간접으로 관련이 있는 사실 자체가 인정돼야 한다”면서 “이와 무관한 ‘의사와 치과의사의 중복가능성’이나 ‘대학에서의 교육과정’, ‘치과치료에 사용된 보톡스와의 위험성 비교’ 등을 근거로 치과나 구강진료와 직접 무관한 의료행위까지 치과의사의 영역으로 확대하는 건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의료인의 면허범위 이외의 의료행위에 있어 형사처벌로 일관하는 관행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 변호사는 “대상판결의 보충의견에서 ‘어떤 형벌조항의 포섭범위가 불분명해 공소가 제기된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는지 명확하게 가릴 수 없는 경우라면 그러한 행위는 처벌할 수 없다고 보는 게 옳다’고 밝혔듯이 ‘의료인의 면허범위 외 행위’를 무면허 의료행위로 형사처벌하는 경우 죄형법정주의가 적용될 수밖에 없다”면서 “의료법에 따른 허용되는 의료행위가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이상 장래 의료인의 행위범위가 문제될 경우 죄형법정주의가 적용돼 무죄로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 “의료법상 의료인에게 허용된 의료행위를 어디까지로 한정할 것인가와 허용된 영역을 벗어나 의료행위를 한 의료인 개인을 처벌할 것인가는 구별되는 문제”라며 “해당 의료인에게 반드시 형사처벌을 할 것인가는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문제”라고도 했다.

아울러 “의료인의 업무 영역에 대한 행정적인 판단과 행정처분이 충분히 가능함에도 이를 형사처벌의 문제로 일관하게 될 경우, 형사재판의 단계에 이르러 법령에 명확하게 규제되지 아니한 탓으로 죄형법정주의가 작용하게 되면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는 과정에서 의료인의 업무 영역이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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