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부외과학회, ‘전문의 근무실태 조사 결과’ 공개…전공의법 이전에도 ‘하루 12시간’ 근무

흉부외과가 전공의법 시행으로 번아웃 위기에 몰렸다며 ‘흉부외과전문의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젊은 의사들이 흉부외과를 기피하는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전공의 법 시행 이후 흉부외과 지원 기피현상이 더 심화되면서 일각에서는 10년내 우리나라에서는 수술을 하지 못하는 수술절벽 사태가 초래될 수 있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이에 흉부외과계에서도 번아웃이 오기 전에 특별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흉부외과전문의 특볍법이라도 제정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흉부외과 의사들에게 워라벨은 그림의 떡?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가 지난해 4월 흉부외과 전문의 9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문의 근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흉부외과 전문의들은 하루 평균 12.6시간을 근무하고 한달 평균 6.5일 당직을 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설문에는 흉부외과 전문의 97명이 참여했는데, 연령별로 살펴보면 ▲30대 23명 ▲40대 36명 ▲50대 35명 ▲60대 3명이다.

설문조사결과, 흉부외과 전문의들은 하루 평균 12.6시간을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하루 13시간을 근무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28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12시간 18명 ▲11시간 14명 ▲15시간 13명 ▲10시간 11명 ▲14시간 7명 ▲9시간·17시간·18시간 등이 각각 2명씩이었다.

주당근무일 수는 평균 5.9일이었으며 ▲주당 6일을 근무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48명으로 가장많았고 ▲5일 29명 ▲7일 20명 등이었다.

주당 근무시간은 평균 76.1시간으로 조사됐으며, 주당 51~60시간을 근무한다는 응답자가 23명으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81~90시간 17명 ▲61~70시간·71~80시간 각각 15명 ▲91~100시간 10명 ▲41~50시간 8명 ▲101~110시간 4명 ▲111~120시간 3명 ▲40시간·130시간 이상 각각 1명 등이었다.

한달 평균 당직일 수는 6.5일이었으며 ▲10일이 19명으로 가장 많았고 ▲11일·7일 각각 18명 ▲5일 15명 ▲3일 14명 ▲없다 13명 등으로 조사됐다.

흉부외과 전문의들에게 주 40시간 근무는 남의 나라 이야기였던 셈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노동자들은 주 52시간이니 주 40시간 근무니 하고 있지만 의사들, 특히 수술을 하는 외과, 흉부외과 의사들에게 주 40시간 근무는 그림의 떡”이라며 “오히려 지금까지 번아웃이 오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토로했다.

전공의법 시행 이후 근무여건 더 열악해져

흉부외과학회 오태윤 이사장(강북삼성병원 흉부외과)도 지난 14일 열린 춘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전공의법 시행 후 너무 힘들다. 심장수술을 하고 있는 대학병원의 상황은 무법천지다”라며 “더욱이 흉부외과전문의도 적어 힘든데 지원했던 전공의까지 빠져나가니 정말 죽을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오 이사장은 “전공의법 만든 이유가 환자안전 때문인데, 환자안전에서 전공의보다 더 중요한 전문의들이 번아웃 될 판”이라며 “이는 흉부외과뿐만 아니라 외과계의 공통된 문제다. 이런 상황이라면 진짜 누구하나 쓰러져서 큰 일이 발생해야 해결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오태윤 이사장은 “해당 설문은 전공의법 시행 전 조사한 내용으로, 전공의법 시행 후 상황은 더 안좋아졌을 것”이라며 “조만간 전국의 흉부외과 전문의들을 대상으로 근무환경을 조사한 후 이를 통해 흉부외과전문의 특별법 제정을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오 이사장은 “대한민국 의료계가 다 힘들다는 것은 안다. 흉부외과에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니라 흉부외과 전문의들이 건강한 육체와 정신으로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흉부외과 등 외과계 의사들이 외면을 받는 이유는 업무 강도가 높아서만은 아니다. 의료소송 등 각종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고, 전문의 자격 취득 이후 개원의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기피과 전공의들에게 지원하는 인센티브 정책도 무용지물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흉부외과 의사들은 외과 수술수가 현실화 등 다양한 지원책을 통해 대형병원 경영자들이 흉부외과 전문의들을 더 채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방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젊은 의사들이 흉부외과나 외과 등 수술을 하는 외과계 지원을 하지 않는 이유는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이후 병원에 남더라도 번아웃이 올 정도로 일을 한다고 해도 성형외과나 피부과 등 개원의들보다 수입이 적은 데다 병원을 떠나더라도 개원이 쉽지 않다는 미래의 불확실성 때문”이라며 “이들이 모두 떠나 수술절벽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게 하려면 정부나 국회가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