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학회 관계자 “반대 위한 반대로 밖에 보이지 않아…누가 누구에 신뢰 운운하나”
B전문학회 임원 “의료계, 피해망상 사로잡힌 것 같아…겁만 내며 유치한 행동”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마련한 심사평가체계 개편(안)에 대한 의료계의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건별 심사에서 의학적 근거 중심의 분석심사(경향심사)로의 전환은 의료계가 먼저 요구한 사항으로 의료계의 대안 없는 반대가 오히려 정부와의 신뢰관계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임상보험의학회는 지난 9일 서울 흑석동 중앙대병원 송봉홀에서 개최한 제18차 정기학술대회에서 ‘건강보험 심사평가체계 개편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심평원은 건별 심사를 의학적 근거 중심의 분석심사(경향심사)로 바꾸고 폐쇄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심사결정 구조도 개방·참여형 구조로 전환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심평원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못 믿겠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하며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A학회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경향심사로의 심사체계 개편은 의료계가 10년 이상 요청한 사안”이라며 “하지만 지금에 와서 말 바꾸기를 하고 있다. 특별한 핑계가 없으니 신뢰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그간 의료계는 심평원 신규직원이 100원짜리 주사기 하나 더 썼다고 삭감하고 항의전화도 무시하던 문제의 해결책으로 정말 문제가 있는 병의원의 행태만 찾아내서 심사를 진행해 내부정화에 나서겠다고 이야기했다”면서 “심평원이 심사 인력을 계속 늘리며 비대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경향심사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의사도 아닌 신규 간호사 출신 직원이 의료 현장도 모르고 삭감한다고 울분을 토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전문가인 동료의사가 평가하는 걸 왜 반대하냐”면서 “지금에 와서 반대를 하는 건 반대를 위한 반대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평균치에서 아주 벗어나 특정 검사와 약제가 사용되는 병의원만 지금 하는 것과 같이 청구 자료를 심사하고 그 이외의 기관은 믿고 그냥 두겠다는 걸 반대하면 지금처럼 모든 의료기관의 모든 의료행위를 계속 심사하는 것에 동의를 하는 것이냐”며 “아니면 심평원을 없애고 의료기관 맘대로 무한 청구를 하겠다는 생각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의료계가 특별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무조건적인 반대 입장을 피력하는 것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경향심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서로 논의를 해야 발전이 있는데 그냥 모두 거부하겠다고만 하는 건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이냐”면서 “복지부 사무관, 서기관들을 불러서 해달라고 요청할 때는 언제고 해달라는 대로 해주니까 이제는 생떼를 쓰고 있다. 누가 누구에게 신뢰를 운운하냐. 정말 부끄럽다”고 피력했다.

다른 학회 관계자도 심사체계개편과 관련한 의료계의 태도에 대해 답답함을 호소했다.

B전문학회 임원은 “말도 안 되는 급여기준과 깜깜이 심사를 없애고 의료 전문가인 의사들의 의견을 들어달라고 요구한 부분을 정부가 받아줬는데 이를 거부하는 모습이 너무 당황스럽다”면서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그냥 싫다고만 한다. 이것도 싫다고 하고 저것도 싫다고 하면 떼쓰는 어린애도 아니고 도대체 어쩌라는 것이냐”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의료계가 피해망상에 사로잡힌 것 같다”면서 “고양이를 보고도 호랑이라고 한다. 경향심사가 시행됐을 때 발생하는 문제는 논의를 통해 의료계가 충분히 바로잡을 수 있는데 너무 겁만 내며 유치한 행동을 하고 있다.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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