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처럼 살고 싶다" 국회서 1인 릴레이 시위…심평원, "이르면 12월 1일 급여"

아토피피부염 치료에 사용하는 생물학적제제인 사노피 '듀피젠트(성분명 두필루맙)'가 급여권 진입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이 국회 앞에 모여 급여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들 모임인 중증아토피연합회(이하 연합회)는 지난 11일 이명수 보건복지위원장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를 만나 듀피젠트의 급여화를 요구하는 한편, 국회 앞에서 1인 릴레이 시위를 진행했다.

듀피젠트는 국소치료제로 적절히 조절되지 않거나 이들 치료제가 권장되지 않는 중등도에서 중증 아토피피부염 성인 환자에 단독 또는 국소 코르티코스테로이드와 병용 요법으로 허가받은 유일한 생물학적제제다.

국내 도입된 지 1년이 지났지만 1회 주사 300mg당 100만원 가량 호가할 정도로 고가의 약제다. 첫 회 600mg 투여 후 2주 간격으로 300mg을 투여하기 때문에 연간 치료비용만 약 2,500만원 정도가 소요된다.

11일 국회 앞에서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인 성민지씨(만 22살)가 듀피젠트의 급여화를 촉구하는 1인 릴레이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11일 1인 시위에 나선 성민지 씨(만 22살)는 기자에게 자신의 일기를 건내며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로서 삶의 고충과 듀피젠트 급여화의 간절한 소망을 피력했다.

성씨는 "온몸에서 각질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화끈거리며 따갑고 진물이 나서 제대로 움직이기 힘들다. 가려움이 온몸을 지배해서 정말 영혼만 증발시키고 싶은 느낌이다. 물을 가져다 대면 고문 당하는 것 같은 따가움에 몰을 씻지도 못한다. 사회적으로 인간 구실을 하지 못하면 어쩌지, 평생 직업도 없이 부모님께 손을 벌리면 어쩌지, 불안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일기장에는 성민지씨의 유아기 시절부터 겪어온 아토피피부염 환자로서의 물리적·심리적인 고통은 물론, 편견 어린 주변의 따가운 시선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또한 스테로이드와 면역억제제 치료에 의한 탈모 등의 부작용, 반복되는 증상으로 인한 무기력증, 우울증 및 불안장애로 결국 학업을 중단하고 휴학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도 묘사돼 있었다.

성씨는 "이 병은 사람을 직접적으로 죽이진 않지만 삶을 갉아먹고 날 절벽 끝으로 내몬다"며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들도 일반인처럼 스스로의 삶을 열심히 노력해서 성취하고, 제대로 사랑하고, 쉼없이 도전하는 삶을 영위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학업, 취업은 물론이고 연애, 결혼도 꿈꿀 수 없는 지금, 마치 벼랑 끝에 내몰린 기분"이라며, "현재 약가로는 듀피젠트 치료는 엄두조차 낼 수 없어 조속한 급여 적용으로 듀피젠트 치료를 받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연합회는 14일까지 국회 앞 1인 릴레이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며, 오는 7월 4일에는 단체 농성도 계획하고 있다.

한편, 연합회는 "심평원 관계자가 듀피젠트의 경우 이미 급여 적정성은 통과한 만큼 사노피와의 가격협상만 남은 상태라고 전했다"며 "이르면 오는 12월부터 급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듀피젠트를 국내에 공급하고 있는 사노피 젠자임 측은 "지난해 3월 국내 허가를 받은 이후부터 보험급여를 위해 정부와 꾸준히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오랜 유병기간과 치료 옵션의 부재로 어려움이 큰 환자들에게 듀피젠트의 접근성이 더욱 향상될 수 있도록 정부와의 급여화 논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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