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약진흥원 이응세 원장, 한의학 위기 직면…해결책으로 '표준화·과학화' 제시
“급여화 위해 첩약 표준화 필요…원외탕전실 질 관리에 적극 동참해야" 강조

12일 한국한의약진흥원으로 새출발하는 한약진흥재단 이응세 원장이 한의학에 대한 신뢰회복을 위해 표준화와 과학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의사들이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하기 위해서라도 한의산업 발전이 필수라는 점을 한의사들 스스로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식 출범을 앞둔 한국한의약진흥원 이응세 원장은 최근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이 원장은 “30년 넘게 한의학을 공부했던 사람으로 한의학 위기론은 ‘신뢰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한의학이) 국민과 괴리가 생긴 것인데, 한약에 대한 신뢰문제가 오래 되다보니 한의학 전체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한의학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표준화와 과학화를 통해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우리가 (신뢰도와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정도까지 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원장은 한의학 발전을 위해서는 관련 산업 발전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이 원장은 “의학이나 약학도 마찬가지인데 의사, 약사, 한의사 등만 존재해서는 (관련 학문이) 발전할 수 없다. 한의사가 의료행위를 잘 하기 위해서는 관련 산업이 발전돼야 한다”며 “한의계를 보면 (산업은 없고) 한의사만 남아 있는 것 같다. 한의학 관련 산업도 잘 만들어서 발전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국제적으로 일을 하다보면 대만 등의 경우 과거 한의사 상황이 굉장히 열악했지만 지금 보면 관련 산업이 폭발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한의사 관련 산업이) 점점 뒤쳐지는 곳은 우리나라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최근 한의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첩약 급여화 관련 갈등에 대해서는 한약제 생산 시 품질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원장은 “(한의학이) 국민을 상대하고 이를 통해 산업을 육성, 세계적인 의학으로 독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근거 중심 객관성과 표준화를 확보해야 한다”며 “때문에 한의약진흥원이 복지부와 협력해 한약제 생산과 관련한 공공 인프라를 확보 중”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8월 전남 장흥에 전문 비임상독성실험실(GLP)를 완공하고 대구첨단복합단지에는 GMP시설을 만들고 있다”며 “하지만 이런 시설이 아무리 잘돼 있어도 GMP에 오기 전 원자재가 어떤 과정에사 오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전주기 관리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원장은 “한의약의 장점이면서 단점이 (한의원마다) 조금씩 다른 약을 사용한다는 것”이라며 “이렇게 해도 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표준화된 진료를 받고 공용화된 약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첩약 급여화에 따른 표준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일부 한의계에서 불만을 표하고 있는 한방분업에 대해서도 원외탕전실 질 관리 등 일단 한약시장을 살리는 정책에 동참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원장은 "원외탕전실이 난립돼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상황에서 복지부 위탁을 받아 원외탕전실 인증사업을 하고 있다"며 "그런데 한의계에서 이 사업이 불법이라고 감사원 청구와 직원고발 등을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기분이 나쁘고 성질난다고 해서 다 불질러 버리자는 식으로 가면 안된다. 일단 (제대로 된) 시장이 살아야 뭐든 나눠가질 수 있는 것이다. 시작조차 안되면 분업이고 뭐고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원장은 "한약시장 자체가 사라질 판인데, 일단 (신뢰회복을 통해) 불을 지펴 살려놓아야 뭐라도 할 수 있다"며 "지금은 제로섬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인데, 이러지 말고 관련 산업을 육성할 길을 찾아야 한다. 이대로 가면 몇년 후 한약시장 자체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ㅂ

한편 2006년 대구경북한방산업진흥원으로 시작해 2016년 한약진흥재단으로 출범한 재단은 12일부터 한의약진흥원으로 새출발한다.

한의약진흥원의 주요 업무는 ▲GMP, GLP 등 공공인프라 구축 ▲한의약 소재은행 구축을 통한 한의신약 개발 ▲한의의료기기 개발 및 지원 ▲토종 한약자원 보존 관리 ▲우수한약제제 현대화 및 산업화 ▲한약제제 품목허가 및 보장성 강화 ▲한의임상 진료지침 개발 및 확산 등이다.

이 원장은 “12일 이후 한의약진흥원으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새로운 업무가 많이 추가된다. 복지부의 여러 산하기관 중 작은 기관이지만 한의약을 근본 소재로 잘 성장시켜 (한의산업 발전에서) 국가 중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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