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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만성림프구성백혈병 재발 환자에 ‘희망’의 길 열어줘야가톨릭혈액병원 엄기성 교수(만성백혈병센터장)
  • 청년의사
  • 승인 2019.06.11 06:00
  • 최종 수정 2019.06.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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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 서울성모 가톨릭혈액병원 엄기성 교수(만성백혈병센터 센터장)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노인에 대한 국가의 의료 지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정부차원에서 고령 발병률이 높은 인플루엔자나 폐렴 등 감염병 예방을 위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인 치매에 대해서는 예방과 치료 모두를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고령층을 위한 의료혜택이 확대되는 추세지만, 여전히 사각지대에 있는 고령 취약 질환들이 있다.

발생 당시 평균연령이 서구에서는 60대 후반, 아시아에서는 60대 초반일 정도로 60세 이상의 환자가 많아 ‘고령 백혈병’으로 불리는 만성림프구성백혈병(Chronic Lymphocytic Leukemia, CLL)도 의료 지원 혜택이 필요한 대표적 경우다.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은 혈액 내에 림프구가 급증하는 질환이다. 서구에서는 가장 흔한 백혈병이지만, 국내에서는 전체 백혈병의 0.4~0.5%이기 때문에 희귀질환에 속한다.

국내에서 만성림프구성백혈병 신규 환자는 매년 150~200명씩 발생하지만 초기 증상이 피로, 열, 체중 감소, 소화불량 등으로 특징적이지 않아 조기진단이 쉽지 않다. 또한 대부분의 환자가 고령이고 병의 진행속도가 느리며 현실적으로 가능한 치료 옵션이 많지 않아 그간 치료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병이 진행되면 빈혈과 같은 혈액학적 증상뿐만 아니라 감염, 악성종양, 자가면역질환 등이 동반되기 때문에 결국 환자의 수명은 짧아지게 된다.

만성림프구성백혈병에 대한 약물치료는 오랫동안 화학적 항암치료제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이 마저도 독성이 심해 환자 치료에 많은 어려움을 있으며, 특히 고령의 환자에서는 항암치료 자체를 시도하기조차 쉽지 않다. 더 힘든 점은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이 초기 치료에 대한 반응 자체는 좋지만 장기적으로는 재발하는 경우가 잦아 최초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이 더 이상 치료를 받지 못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다행히 2000년대 초반부터 전 세계적으로 만성림프구성백혈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신약이 개발되고, 국내에도 도입되면서 치료 옵션이 늘어나게 됐다. 기존 치료 후 5년 이내 50% 환자에서 재발하는 질병 특성을 감안하면, 환자들에겐 더없이 기쁜 소식이었다. 2차 치료 이상에서 새로운 표적치료제(B세포 수용체 경로 저해제)가 국내에서 2016년 허가되고 2018년부터 급여가 적용되면서 고령의 만성림프구성백혈병 환자들도 부담 없이 치료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최근 약 10여 년 간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의 치료 환경이 개선되어 왔지만, 또 다른 문제들이 남아 있다. 재발이 잦은 질환 특성에도 불구하고 화학 면역요법이나 표적치료제에 실패할 경우, 다음 치료 방법이 없는 상황에 다시 맞닥뜨리게 된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면역력과 신체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고려하면 고령환자에서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의 반복적인 재발은 독성이 심한 항암치료를 어렵게 한다. 실제로 표적치료제가 2차 치료에서 급여 처방이 가능하게 된 지 약 1년이 지난 지금, 실제 진료현장에서 해당 치료에 실패하는 환자 사례가 생기고 있다. 또한 부작용으로 인해 치료를 이어가지 못하는 환자들도 있다.

환자 수가 적은 희귀 암이지만 만성림프구성백혈병 환자들이 겪는 신체적, 사회적 고통과 절실함은 다른 위중한 질환과 다르지 않다. 대다수가 고령 환자임에도 이들과 가족들의 치료 의지는 젊은 환자들과 똑같다. 의료진의 입장에서 기존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에게 치료를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는 희망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미국, 유럽 등 해외 국가 경우, 이미 효능은 우수하면서 부작용을 기존 항암제 대비 대폭 줄인 다양한 새로운 치료제를 도입해 환자들의 치료 기회를 지속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새롭고 다양한 치료 옵션으로 치료가 지속되면서, 전신상태가 좋지 않거나 다른 기저 질환이 있는 고령의 만성림프구성백혈병 환자에서도 치료 성적이 좋아지고 있어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신약 도입으로 많은 만성림프구성백혈병 환자들이 더 오래 삶을 지속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면서, 그 다음 치료에 대한 국내 환자들의 요구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행히 최근 국내에도 3차 이상에서 후속 치료 옵션이 도입되면서 1, 2차 치료에서 화학면역요법과 표적치료제에 실패한 환자들이 한계 없는 치료를 지속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치료 비용이다. 이미 이전 치료에서 상당한 비용을 지불한 고령의 환자들이 신약의 약값을 부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미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환자들이 치료 기회를 포기하지 않도록 정부차원에서 희망의 길을 열어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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