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대학 미첼 로스너 교수 "투석 환자 가치관과 선호도 고려해야…삶의 질도 중요"

환자 중심의 진료, 환자의 자율성, 환자의 자기결정권 등 한국 의료에서도 ‘환자’가 화두가 된 지 오래다. 하지만 실제 진료에서 환자의 자기결정권 등이 활용되고 있는 분야는 암 등을 제외하면 그리 많지 않다.

암 치료 분야에선 이미 의사, 환자, 환자 보호자 등이 참여한 공유의사결정을 통해 '진료의 질'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연구들이 발표되기도 했다. 치료 결정 시 환자참여 교육프로그램을 운용하는 것이 단순히 생존율 향상을 넘어 치료 전반에 대한 만족도와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다는 연구들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그렇다면 암 환자 못지않게 다양한 사항을 고려해 치료방침을 결정해야 하는 말기 신부전 환자의 치료는 어떨까.

최근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에서는 '환자 중심의 투석방법 결정'이라는 주제로 좌담회가 열렸다. 좌담회에는 가톨릭의대 신장내과 양철우 교수(좌장), 동국대 일산병원 신장내과 신성준 교수, 고대 안암병원 신장내과 오세원 교수, 분당 서울대 신장내과 김세중 교수, 이대 서울병원 신장내과 류동렬 교수 등이 참석했다.

특히 이 자리에선 미국 버지니아대학 신장내과 미첼 로스너(Mitchell H. Rosner) 교수가 미국에서의 환자 중심의 투석방식 결정, 즉 SDM(Shared Decision Making)을 활용한 투석 치료에 대해 발표해 관심이 모아졌다.

미국 버지니아대학 신장내과 미첼 로스너(Michell H. Rosner) 교수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을 비교하는 많은 연구들은 사망률 혹은 입원율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환자의 삶의 질 문제를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망률만이 적합한 결과 지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삶의 질’ 등 다른 결과 지표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을 받는 환자의 기대여명 차이는 근소하다. 그렇다면 두 가지 투석방식 중 어느 한쪽을 선택한 환자의 삶의 질이 큰 차이가 난다면 어떨까.

20여 년 간 관련 연구들을 진행해 오면서 복막투석이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시킨다고 믿고 있다. 혈액 투석 치료 후에는 회복 시간이 필요하고 대개의 환자들이 경련, 피로감을 호소하는 반면 복막투석은 이러한 문제가 없다.

런던의 한 연구자가 투석을 받는 고령 혈액투석 환자에서 기대여명이 연장되는지를 관찰했는데, 결과적으로 기대여명은 개선됐지만 추가적으로 확보되는 수명이 입원 기간의 증가나 치료 피로감의 증가를 동반했다. 기대여명이 하루 연장 되더라도 그 하루가 환자에게 매우 힘들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망률만이 적합한 고려사항이 아니라, ‘환자의 삶의 질’도 치료 지표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다음으로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는 전세계적으로 쟁점이 된 응급 투석 환자 문제다. 최근 병원에 입원해서 혈액투석을 응급으로 시작한 환자와 복막투석을 시작한 환자를 비교한 연구를 보면, 첫 6개월 동안 혈액투석으로 치료를 시작한 환자의 사망률이 4배 높았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다. 카테터로 투석을 하면 위험하기 때문이다. 응급한 상황이라 할지라도 복막투석도 방법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이제 SDM 논의가 시작된 배경을 살펴보자. 미국에서 SDM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은 뉴햄프셔 다트머스 대학에서다. Jack Wonber라는 교수가 몇 가지 데이터 분석을 하면서 환자 치료 패턴에서 큰 차이를 발견했다. 두 가지 데이터를 분석했는데 첫 번째 뉴햄프셔의 도시에서 편도선 제거 수술을 받는 아이들의 비율이었고, 두 번째는 시애틀과 마이애미에서 고관절 치환술(Hipper replacement)을 받은 환자 비율이었다. 뉴햄프셔에 나란히 위치한 두 도시에서 편도선 제거술을 받는 아이들의 비율을 비교했더니 아주 달랐다. 한 도시에서는 편도선 제거술을 받은 아이들이 거의 없었지만 한 도시에서는 13세 정도가 되면 70% 정도가 편도선 제거 수술을 받았다. 시애틀과 마이애미를 비교한 데이터에서도 마이애미에서 살면 고관절 치환술을 받을 가능성이 시애틀에 사는 사람보다 60%가 더 높았다. 이런 차이의 발생 원인은 바로 의사였다. 뉴햄프셔의 한 도시에는 편도선 제거 수술을 선호하는 외과의가 있었다. 다른 도시는 그렇지 않았다. 시애틀에서도 의사가 역시 원인이었다.

투석도 비슷하다. 미국 버지니아의 Charlottesville의 경우 복막투석을 할 확률이 30% 정도인데, 동쪽으로 60마일 떨어진 리치몬드로 가면 그 비율이 10% 이하로 떨어진다. 환자가 지역별로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지역별로 ‘의사의 편향성’, 즉 의사가 환자들의 옵션을 어떻게 설명하느냐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SDM에 대한 논의는 환자에게 주어진 옵션에 대해 환자가 중립적으로 정보를 전달받는다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이냐에 대한 물음에서 출발했다.

한 대기실을 살펴보겠다. 한 사람은 혈액투석, 나머지 한 명은 복막투석을 한다고 가정하고 두 환자가 대화한다. 혈액투석을 하는 환자가 “혈액투석을 하고 있는데 투석을 하고 나면 너무 피곤하고 심한 경련 때문에 너무 힘들었어요”라고 말했다. 그런데 복막투석 환자는 “저는 1년 전에 복막염이 있었지만 괜찮아졌고, 말씀하신 그런 어려움은 없는데요?”라고 말했다. 이 때 혈액투석 환자는 “만약에 내가”라는 가정을 해볼 수 있다. SDM의 목표는 “내가 복막투석에 대해서 잘 알았더라면 그때 나도 복막투석을 선택하지 않았을까?”라는 가정을 환자가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유방암의 경우, 환자가 “만약에 부분 절제술에 대해 알았더라면 다른 결정을 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할 수 있다. 결국 SDM은 환자가 의사결정을 내릴 때 충분한 정보를 기반으로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프로세스는 간단하지만 시간이 걸린다. 한 번의 환자 교육으로 끝나지 않는다.

1년 전쯤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한 그룹에서 SDM 모델을 적용해봤더니 환자와 최소 3번의 세션을 가져야만 환자와 보호자가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환자들의 70% 정도는 가정 내 투석을 했는데 55%가 복막투석을 선택했다고 한다. SDM은 환자들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그 결정을 바꾸기도 한다. 관건은 환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환자 결정을 돕는 적절한 교육자료를 많이 개발해야 한다. 자료 개발에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복잡한 의사결정이기 때문에 좋은 정보를 많이 제공해야 한다. 전세계적으로 사용되는 SDM 툴이 개발돼 있다.

영국과 캐나다에서는 SDM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캐나다, 영국 등 일부 국가는 SDM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미국은 자발적으로 선택하여 사용하고 있다. 프로세스는 매우 간단하다. 우리 센터의 경우, 모든 환자가 투석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제를 가지고 접근한다. 그리고 간략하게 환자를 대상으로 스크리닝한다. 투석 방식을 선택했을 때 환자에게 어떤 장애요인이 있을지 살펴본다.

복막투석이 적절하지 않은 환자들도 있다. 복강에 문제가 있거나, 가족의 서포트 네트워크가 없고, 혹은 손가락 변형이 있어서 복막투석액을 교환할 수 없는 환자 등이 있다. 그런 환자들은 투석 대상에서 제외하고 나머지 환자들은 모두 복막투석, 혈액투석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제하고 교육을 한다. 간호사도 함께 참여해 SDM 중심으로 여러 가지 의사결정을 돕는 자료를 활용해서 교육을 하고, 환자에게 있어 중요한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검토해서 보호자와 함께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어떠한 결정을 하든 불변의 결정이 아니라는 것도 인지시킨다. 언제든 환자가 원하면 다른 방법으로 바꿀 수 있다고 알려준다.

이 프로세스가 완벽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회적, 문화적으로, 환자마다 각기 다른 특성들 때문에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사람들에게는 나름의 편향성이 있다. 특정한 접근을 힘들게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다. 환자가 다른 환자의 경험을 근거로 거부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하면 보다 많은 환자들이 복막투석을 선택한다는 데이터도 있다. 앞선 연구처럼 70%의 압도적인 비율은 아니더라 하더라도 미국의 10%, 한국의 7~8%보다 훨씬 높은 비율의 환자들이 복막투석을 선택할 것이다. 때문에 SDM이 보다 많은 환자들이 복막투석을 선택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더 중요한 것은 환자가 어떤 의사결정을 내리든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사진은 왼쪽부터 양철우 교수(서울성모병원 신장내과, 좌장) 미첼 로스너 교수(버지니아대학 신장내과), 김세중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신장내과), 류동열 교수(이대목동병원 신장내과), 신성준 교수(동국대일산병원 신장내과), 오세원 교수(고대안암병원 신장내과)

양철우 교수(이하 양) : 로스너 박사의 발표를 정리하면, 환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며 그에 따른 문제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이다. 특히 적어도 3번 만나야 한다는 제안은 아직 (한국에선)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로스너 교수 병원의 경험에 비춰볼 때, 환자를 특정 방식에 국한하지 말고,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교육간호사의 역할이 필요하며, 최종결정은 환자들이 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그렇다면 과연 SDM이 국내에서 현실적으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의견을 부탁한다.

신성준 교수(이하 신) : 미국에서 SDM이 활발히 실천되고 있지만, SDM의 정의자체는 상당히 다양하다. 과거 급성신손상(Acute Kidney Injury, AKI), 급성신장손상(Acute Renal Failure, ARF)의 정의를 내리는데 많은 논의가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일각에선 SDM의 공통된 정의(shared definition)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에 낯선 SDM을 적절하게 도입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다. 분명한 것은 SDM은 앞으로 우리가 가야 하는 방향이다.

SDM은 의사-환자 관계에서 환자가 중심이다. 환자를 중심으로 두고 편향되지 않은 정보를 제공하고, 환자가 숙고할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한다. 의사는 환자의 가치관과 삶의 목표, 사회생활을 근거로 적절한 정보를 숙고해 올바른 결정을 하도록 해석자 역할을 해야 한다. 아직 논의가 부족하지만 해나가야 할 일이다.

또 환자와 환자 보호자가 보다 본인들의 건강과 관련된 결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환자들이 의학적 지식이 많이 부족하다 보니 의사와 상의가 제대로 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이런 부분들은 김세중 교수가 진행하고 있는 교육자료 개발을 통해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세번째는 충분한 재정적 지원이다. 이런 재정적 지원은 일개 병원이나 의사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차원에서의 충분한 논의와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다.

: 편향되지 않은 정보가 제공되는 것이 중요하고, 의학지식이 부족한 환자와 보호자에게 제공되는 정보가 공통 교육자료로 해야 할지 혹은 각 병원 별로 진행되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로스너 박사는 미국은 최소 3번 만나야 한다고 했는데 이러한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실질적인 환자 비용은 어떤가.

로스너 교수 : SDM은 단순히 환자를 교육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 이상이다. 환자의 삶의 가치관(values)을 반영하고, 선호도(preference)를 존중하고, 의견을 경청하는 것도 포함된다. 어떠한 투석 요법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환자의 라이프 스타일이 달라질 수 있다. 여행을 좋아하거나 병원에 오는 것을 싫어하는 환자는 복막투석이 적합할 수 있다. 그러나 누군가 알아서 치료를 해주는 환경을 선호하는 환자라면 혈액투석이 적합하다. SDM은 교육을 넘어서 환자의 가치관과 선호도를 함께 검토하는 과정이다.

재정적인 이슈도 전세계적으로 상당히 중요하다. 각국의 급여체계가 각각 장단점이 있지만 이러한 체계들이 환자나 의사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지 않기도 한다는 것이 문제다. 미국에서 투석은 번들 페이먼트(Bundled payment) 모델로 운영된다. 일부 시설로 들어가는 수가가 있고, 의사에게 오는 수가도 있다.

복막투석의 경우 비용 효과성이 훨씬 높아, 투석센터에서는 복막투석 환자가 많을수록 더 투석센터에 경제적으로 유리한 환경이다. 미국은 복막투석 환자가 늘어날수록 비용 효과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교육 비용을 투석센터에서 소화를 하는데 교육 비용이 들지만 환자가 복막투석를 선택하면 병원에도 재정적으로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투석 교육에 대한 수가도 있기는 하다. 그런데 수가에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규정은 없고 교육을 하면 수가를 지원 받는다. 한국에서는 수가 체계와 환자 관리를 어떻게 연계시키는가에 대한 문제가 있을텐데, 그 부분은 정치적일 수 있어서 답변하기 어렵다. 환자들이 가장 적절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끔 수가, 재정 문제가 잘 해결될 수 있도록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 미국에서는 복막투석을 하면 병원의 비용효과성이 높아진다는 점은 국내와는 괴리감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중요한 포인트라고 본다. 결국 병원이 어느 정도의 수익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한 지점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수가체계가 잘 돼 있다. 일본은 복막투석 도입 교육이 14일 동안 진행되는데 1회에 5천엔 정도, 14일 간 총 7만엔 가량 들어간다. 국가에서 잘 지원해준 덕인 것 같다. 한국도 이런 시스템 활용, 개선할 필요 있어 보인다.

오세원 교수(이하 오) : 좌담회에선 환자가 본인의 가치를 선택한다는 것, 의사가 환자가 생각하는 바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앞으로는 환자가 어떤 삶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지 투석 결정 시에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

류동렬 교수(이하 류) : SDM이 우리가 나가야 할 방향은 맞으나, 우리나라는 외국과 다른 환경, 여건을 가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혈액투석이 굉장히 보편화 돼 있기 때문에 재가치료(home therapy)가 많이 약한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앞으로 어떤 식으로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을 교육하고 관리해야 할지, 한국 만의 자료를 만들고 교육을 시행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김세중 교수(이하 김) : 각 병원들마다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의사결정 방식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방식을 표준화하기 위해 대한신장학회에서는 중립적인 위치에서 표준화된 교육자료를 만들고자 하고 있다.

: 로스너 박사의 발표처럼 SDM이 단순히 자료를 만드는 개념이 아니라, 보다 포괄적인 개념이며 이를 위해 교육자료가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한다. 때문에 학회의 TF에서 교육자료와 한국형 모델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학회에서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SDM에 대해 단발적인 의견이 나오는 게 아니라, 교육자료가 나오면 활용을 하고, 활용 효과에 대한 정기적인 평가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근거로 해야 SDM이 왜 우리나라에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가 잘 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복막투석와 관련해서는 대학병원과 개원가에서 구분이 너무 명확하게 되어 있다. 개원가의 신장내과 의료진 역시 복막투석 교육을 받았는데, 개원 후에는 혈액투석만 한다는 것은 제도적인 문제가 있다고 본다. 복막투석에 대한 적절한 수가가 보장이 된다면 개원가에서도 복막투석이 늘 것이라고 본다.

로스너 교수 : 신 교수님께서 중요한 말씀을 해주셨다. 이런 과정은 어디에서부터든 출발을 해야 한다. 시간을 들여서라도 계속해서 다듬어나가야 하는 과정인데, 처음에는 교육 자료를 만들어 개원가 의사들에게 전달하고, 복막투석에 대해 알아가게 하는 등 환자와 개원가에게 도움을 주는 이런 작은 시도를 하다 보면 한국 문화에 맞는 모델이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인 전제는 환자의 ‘가치관’과 환자의 ‘선호’를 먼저 고려하는 것이다. 환자에게 최대한 많은 정보를 주어서 의사가 환자와 같이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개념이 어렵지는 않은데, 실천하기가 어렵다. 마치 경주를 하듯이 0에서 100까지 바로 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들여 다듬어야 하는 문제이며, 각국의 문화와 환자와 의사의 상황들이 고려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통일된 개념은 바로 의사로서 환자를 최우선시하고 고려한다는 점이다. 이 개념을 유념한다면 적절한 모델이 정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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