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슈 캐시 아헤린 아태 총괄책임자, "환자 선별 위한 정확한 데이터 제시 중요"

'티쎈트릭'(성분명 아테졸리주맙)은 항암 분야에서 전통적 강자로 자리매김 해 온 로슈가 꺼내 든 면역항암제 카드라는 점에서, 출시 전부터 국내외 전문가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하지만 허가 당시 후발주자라는 한계 등으로 국내에서 티쎈트릭 영향력이 로슈의 이름값을 따라가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가운데 올해 로슈가 승부수를 던졌다. 정부가 제안한 성과기반급여제도, 즉 급여적용 기준을 기존 PD-L1 발현율에서 실제 환자 반응률로 변경하는 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경쟁사인 MSD와 BMS·오노가 이 안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에 대해 지난달 31일부터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되고 있는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ASCO 2019)에서 기자와 만난 로슈의 글로벌 항암제 상품개발 책임자이자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 책임자인 캐시 아헤린(Cathi Ahearn)은 "보험체계가 다른 각 국가에서 급여 진입을 위한 다양한 시도 중 하나"라며 "애초에 회사가 정확한 환자 선별 데이터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헤린 총괄책임자에게 티쎈트릭의 한국 급여 이슈 및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략 등에 대해 들어봤다.

-최근 한국에서는 면역항암제에 대한 건보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성과기반급여제를 제안했고, 한국로슈는 이를 수용했다.

캐시 아헤린(Cathi Ahearn) 글로벌 상품 전략 책임자

기본적으로 로슈는 환자의 치료접근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별로 보험 체계가 다르고 시장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회사가 단 하나의 정책만으로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국가에서 대응하기란 불가능하다.

로슈는 '성과 기반' 혹는 '인구 기반' 여부와 관계없이 급여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건 해당 약물의 특성에 집중하는 것이다. 만일 약물이 장기 복용이 필요하다면, 복용량을 제한하는 방식의 급여 체계는 적절한 해결 방안이 아니다.

환자의 수요가 무엇인지, 약물 사용 방법 및 사용 기간이 어떠한지와 같은 개별적인 상황에 따라 적합한 급여 방식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로슈 본사에 있는 약가 및 마케팅 관련 부서에서는 환자들에게 약을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때문에 각국의 지부와 소통해 그 나라별 급여 체계을 파악한다. 이후 모든 데이터를 수집해 각 지부에 그 나라에 맞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제시된 방법들은 이미 다른 나라에서 성공을 거둔 플랫폼일 수도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급여권 진입에 있어 가장 큰 장애 요인은 '데이터 부족'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애초에 회사가 환자 선별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제시할 수 있다면 이러한 고민은 불필요하다. 때문에 이 점이 회사의 과제가 될 것이다.

-한국에서는 많은 의사들이 PD-L1 발현율 측정을 위한 티센트릭의 동반진단기기 'SP142' 테스트를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한다. '옵디보·키트루다'와의 호환이 어렵다면 티쎈트릭 처방도 쉽지 않아 보인다.

로슈도 호환 관련 연구를 진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각 테스트가 동일한 결과를 제공하지 않을 수도 있다. 여기서 중요하게 봐야하는 것은 두 가지 유형의 발현율(면역세포와 PD)을 선택하거나 탐지할 수 있는지와 비슷한 특이성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다.

생성된 PD-L1 발현율이 유방암이나 방광암에서 동일한지 여부는 아직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선 적응증별로 연구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병원들은 하나의 테스트로만 (암 진단을) 하고 싶다는 것도 이해하지만, 막상 환자에게 맞지 않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럼에도 로슈 역시 호환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 문제는 한국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우리가 인정해야 할 점은 아직 면역항암요법이 초기 단계라는 것이다. 아직 우리가 알지 못하는 부분이 많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때문에 나중에는 현재의 테스트보다 더 나은 방법이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면역항암제 후발주자인 티쎈트릭이 넘어야 할 과제는. 또 다른 면역항암제와의 차별점을 꼽는다면.

PD-L1과 PD-1을 대상으로 하는 약물은 면역항암요법의 기초가 됐다. 이러한 약물이 작동하는 방식은 많은 유사점이 있다. 헤드 투 헤드 임상(head to head)를 진행하지 않는 한 이 면역요법들이 어떤 차이점을 두고 있다고 확실히 말하기 힘들다.

로슈는 이런 직접 비교 임상 진행을 목표로 두고 있지 않다. 그보다는 어떻게 하면 우리의 치료요법을 더 발전시킬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우리가 시장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면역항암제를 보유한 각 회사가 서로 다른 개발 경로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몇몇 적응증에서 각각의 면역요법이 비슷할 수 있지만, 또 다른 적응증에는 로슈만이 추구하고 있는 '아바스틴' 등 '병용요법'으로 인해 고유한 혜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아태지역에서 로슈가 갖고 있는 계획과 전력하고자 하는 분야가 있다면.

아시아는 우리 비즈니스의 중요한 지역이다. 주요한 임상 연구에도 아시아 지역이 포함돼 있다.

티쎈트릭의 경우, 모든 임상 프로그램이 글로벌로 진행되지만 특히 간암과 같은 분야는 아시아 지역의 중요도가 더 크다. 시장의 측면에서도 그렇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보건당국과 신속한 승인을 논의하려면 강력하고 좋은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로슈는 전 세계에서 진행되는 임상연구들이 충분한 아시아 환자를 포함하고 있는지 언제나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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