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앤더슨 CEO "모든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제 제공하는 게 로슈의 존재 이유"
항암제 분야 선두 주자 로슈가 향후 비전으로 '맞춤치료‘를 제시하며 유전체 및 리얼월드 데이터 활용을 위해 데이터 전문 기업을 인수해 주목된다.
지난 31일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된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ASCO 2019)에서는 '로슈 미디어 브리핑'이 열렸다. 이날 미디어 브리핑에는 전세계 암 전문가들이 모이는 ASCO의 명성답게 로슈 제약산업부 빌 앤더슨(Bill Anderson) 최고경영자(CEO) 및 앨런 산드럴(Alan Sandler) 글로벌 임상 개발 책임자, 캐시 아헤린(Cathi Ahearn) 글로벌 상품 전략 책임자 등이 참석해 로슈 항암사업부의 향후 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빌 앤더슨 CEO는 "로슈가 존재하는 이유는 모든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제를 제공하기 위함"이라며 "앞으로는 임상시험 및 리얼월드 데이터들(real world data, RWD)의 분석을 통해 환자 개개인에 맞는 항암제를 처방할 수 있도록 (로슈 항암사업부도)맞춤치료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빌 앤더슨은 “모든 암환자들이 자신에게 맞는 치료법을 찾기 위해서는 약물의 효능 및 안전성을 연구한 상당한 양의 양질의 임상데이터가 필요하고, 데이터의 축적과 진보된 분석 기술을 통한 통찰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어떤 환자에서 어떤 치료제를 사용할지 현재의 의학은 예측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특히 항암제 분야의 맞춤치료 꿈을 이루기 위해 리얼월드 데이터 수집 전문기업 플랫아이언(Flatiron)과 유전자 분석 전문 기업 파운데이션 메디슨(Foundation Medicine)을 인수했다고 전했다.
빌 앤더슨은 "플랫아이언은 미국인에서만 약 200만명의 리얼월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해외 진출을 진행 중"이라며 "이들이 수집하고 있는 데이터는 단순한 빅데이터가 아닌 실제 치료 환경에서의 암종 타입, 분자학적 특성, 치료요법의 종류, 종양 감소 여부, 치료 기간별 결과치 등이 포함된 양질의 데이터"라고 강조했다.
또한 "파운데이션 메디슨은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ext Generation Sequencing, NGS)을 통해 환자당 400개 이상의 유전자를 분석할 수 있는 전문기업“이라며 ”암환자에서 광범위한 유전자 변이를 진보된 정확도로 탐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빌 앤더슨는 "플랫아이언과 파운데이션 메디슨이 보유하고 있는 양질의 데이터와 분자학적 프로파일을 접목할 때, 우리는 어떠한 유전자 변이 가진 암환자에서 어떤 치료제가 가장 적합할지를 예측해 맞춤치료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향후 이러한 리얼월드 근거(real world evidence, RWE)가 종양학 연구 개발에 큰 도움이 되고 임상 가이드라인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앨런 산드럴(Alan Sandler) 글로벌 임상개발 책임자 또한 리얼월드 데이터의 효용성에 주목했다.
그는 "리얼월드 데이터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분야는 희귀암"이라며, "희귀암의 경우에는 환자수가 매우 적어 대규모의 무작위 3상 임상을 수행하는 게 불가능한데, 이런 환자들에서 치료제가 개발된 유전자 변이가 있을 경우 리얼월드 데이터를 활용한다면 무작위대조시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 RCT) 3상 임상을 생략할 수 있으며 승인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규제 당국들이 RWE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고,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RCT를 줄일 수 있을 뿐아니라 환자의 치료접근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로슈 또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는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그는 "현재의 리얼월드 데이터는 치료기간 및 사망 시점에 대한 데이터는 확보할 수 있지만, 임상시험에 참여하지 않은 의료진으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하는 만큼 데이터의 균일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도전 과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캐시 아헤린(Cathi Ahearn) 글로벌 상품 전략 책임자는 리얼월드 데이터 활용의 제한점으로 '틀의 부재'를 꼽았다.
캐시 아헤린은 "현재 우리는 (임상 데이터, 유전자 데이터 등) 너무나 많은 수단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환자에서 그들을 제대로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들을 모든 암환자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형태로든 형식을 갖춰야 하는데, 이런 면에서 리얼월드 데이터와 분자학적 프로파일을 매칭하는 것이 숙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빌 앤더슨은 "하나의 회사가 모든 암종에서 모든 치료제를 제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맞춤항암치료를 위해서는 전방위적인 파트너십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빌 앤더슨은 "항암제의 개발은 긴 호흡을 가지고 접근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로슈는 이미 20~30개소의 연구기관 및 병원과 연계하고 있으며, 규모와 상관없이 산ㆍ학ㆍ연ㆍ병과의 파트너십에 열린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