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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투석 방법을 환자가 결정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전문가들 "병원 찾는 환자들에 정확한 정보 제공 필요…수가 등 교육환경 개선도 중요"
  • 청년의사
  • 승인 2019.05.31 09:33
  • 최종 수정 2019.06.05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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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 사회 진입이 코앞에 다가오면서 다양한 질환에서 현재의 치료 및 관리 시스템의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가 만성콩팥병이다.

만성콩팥병의 주원인은 당뇨병과 고혈압, 사구체신염 등이다. 당뇨병과 고혈압은 국민병으로까지 일컬어질 정도로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만성콩팥병 환자는 연 8.7%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2013년 15만1,511명이던 만성콩팥병 환자는 2017년 20만3,978명으로 5년 새 약 34% 증가했다. 더불어 만성콩팥병의 마지막 5단계로 신대체요법(혈액투석, 복막투석, 신장이식)이 필요한 말기신부전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신대체요법을 받고 있는 환자는 2017년 기준 총 9만8,746명으로 혈액투석(HD)이 7만3,059명, 복막투석(PD)이 6,475명, 신장이식(kidney transplantation) 1만9,212명이다. 이는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도 높은 수치다. 미국신장환자등록시스템(United States Renal Data System, USRDS)의 인구 100만명당 말기신부전 환자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말기신부전 누적 환자수는 대만, 일본, 미국, 싱가포르, 포르투갈에 이어 전세계에서 6번째다.

그렇다면 현재 국내 말기신부전 치료 및 관리 시스템은 적절한 것일까. 혈액투석 중심의 치료 시스템에 문제는 없을까.

최근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에서도 국내외 전문가들이 모여 '환자 중심의 투석방법 결정'이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좌담회에는 가톨릭의대 신장내과 양철우 교수(좌장)와 미국 버지니아대학 신장내과 미첼 로스너(Mitchell H. Rosner) 교수, 동국대 일산병원 신장내과 신성준 교수, 고대 안암병원 신장내과 오세원 교수, 분당 서울대 신장내과 김세중 교수, 이대 서울병원 신장내과 류동렬 교수가 참석했다.

이에 본지는 이날 논의된 만성콩팥병, 특히 투석 환자들의 치료 및 관리 현황과 최근 신장질환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Shared Decision Making’ 요법에 대해 살펴봤다.

사진은 왼쪽부터 양철우 교수(서울성모병원 신장내과, 좌장) 미첼 로스너 교수(버지니아대학 신장내과), 김세중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신장내과), 류동열 교수(이대목동병원 신장내과), 신성준 교수(동국대일산병원 신장내과), 오세원 교수(고대안암병원 신장내과)

양철우 교수(이하 양) : 과거 신부전 환자가 (신대체요법으로) 투석 치료나 신장 이식 선택 시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요인은 의료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환자들이 자신이 받게 될 치료방법에 대해서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병원을 찾는다. 때문에 환자 중심으로 치료방법을 결정하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먼저 혈액투석 쏠림 현상이 과연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문제인지, 어떤 요인이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오세원 교수(이하 오) : 투석을 시작하는 환자들은 노인 환자, 심혈관 질환(cardiovascular disease)을 가지고 있는 환자 중 급성신손상(AKI; Acute Kidney Injury) 등이 생기면서 응급투석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전체 1/3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급성 환자들은 복막투석을 생각하기 어렵고, 혈액투석을 1차로 고려한다. 즉 노인인구가 증가하고, 동반질환이 늘면서 혈액투석을 할 수 밖에 없는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개인적으로 복막투석은 셀프케어가 가능하고 위생상태가 좋아 복막염 등 감염이 적을 것 같은 환자들에게 권한다. 이렇게 권유하면 환자들이 잘 따라온다. 그러나 혈액투석과 복막투석 옵션을 함께 이야기하면 환자가 다른 정보를 찾아보고 혈액투석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의료진은 환자의 요독소(Uremic toxin) 부담을 제거하고 싶은데, 복막투석은 시간이 지날수록 관련 효과가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환자와 의사의 상황이 복막투석을 덜 선택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류동렬 교수(이하 류) : 국내 투석 상황이 혈액투석에 치우친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혈액투석에 대한) 쉬운 접근성 때문인 것 같다. 국내 혈액투석 기관은 매년 6.2% 정도로 증가하고 있고, 기관들이 보유하고 있는 혈액투석 기기도 매년 10% 씩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환자가 혈액투석을 선택하더라도 집 근처의 기관에서 편리하게 혈액투석을 받을 수 있게 돼 있다.

전국 분포 현황에서도 주로 서울시와 경기도에 (혈액투석실이) 집중돼 있으며, 서울의 경우 큰 사거리에는 혈액투석실이 한 군데씩 있을 정도다. 때문에 복막투석의 장점인 유연한 투석 일정 조정 및 자율성이 국내에서는 상쇄되는 것 같다.

: 투석 방법 선택 시 의료진의 편향(selection bias)도 작용하는 것 같다. 두 가지 투석방법을 이용했을 때의 생존율 차이는 어떤가.

: 대한신장학회에 따르면, 10년 동안 혈액투석환자는 49.4%가 생존한 반면 복막투석은 36.4%가 생존했다. 하지만 환자등록사업 결과가 여러 개선점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국내 전향적 코호트 분석 연구(국내 말기신부전 임상연구센터. CRC for ESRD: Clinical Research Center for End Stage Renal Disease)에선 혈액투석에 비해 복막투석 환자들의 생존율이 유의하게 좋았다. 물론 2년 반에서 3년 사이에는 혈액투석과 복막투석 환자의 생존율이 비슷하게 나타났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전체 투석환자를 분석한 조사에서도 (혈액투석과 복막투석 간) 통계적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2년 반 정도의 시점에서는 혈액투석 보다 복막투석 환자 생존율에서 더 나은 결과를 보였지만, 이는 혈액투석에 비해 복막투석의 환자가 젊다는 등 환자의 여러가지 기초적 특성 차이 때문으로, 성향점수(Propensity score) 매칭 분석에선 복막투석 환자 생존율이 좋지 않았다.

장기 사망률 데이터(long-term mortality)를 보기 위한 건강보험공단 데이터 분석에서도 심평원 분석과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봤을 때는 통계적 유의한 차이가 없었지만, 성향점수 매칭 후 결과는 혈액투석 환자의 생존율이 좋았다.

사망률이 외 심혈관 질환(cardiovascular disease), 심근경색(myocardial infarction), 뇌졸중(stroke) 결과를 살펴봐도 뇌졸중 외에는 혈액투석 치료결과가 좋았다. 뇌졸중 중 출혈성 뇌졸중(Hemorrhagic stroke)은 혈액투석 시 위험한 경향을 보였다. 하위 분석 결과 65세 미만의 당뇨가 없는 환자에서는 어떤 투석 방법에서든 생존율 차이가 없었지만, 나머지 그룹에서는 혈액투석 환자의 생존율이 좋았다.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의 위험도를 비율로 보면 2004년도에는 혈액투석에 비해 복막투석 사망 확률이 40% 정도 혈액투석보다 높았다. 하지만 2014년 이후는 역전되어서 2015년에 투석 환자의 사망률을 살펴보면, 혈액투석의 사망 위험 대비 복막투석의 사망 위험이 더 유의하게 낮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왜 복막투석 환자의 사망률이 높을까. 이는 의료진이 심장질환이나 당뇨가 있는 환자에게 복막투석을 더 많이 권하게 되었기 때문이라고도 본다. 투석 방식에 따른 결과 그래프를 살펴보면 심근경색이나 울혈성 심부전, 당뇨는 복막투석을 선택했을 때 사망위험이 더 높은 동반질환이다.

그런데 동반질환에 따라 어떤 투석방식을 더 많이 선택하는지 확인한 결과, 심근경색이나 울혈성 심부전 당뇨를 가진 환자들이 복막투석을 선택할 확률이 높았다. 즉 생존율이 좋지 않을 환자들이 복막투석을 하고 있었으며, 이러한 선택편향(selection bias)이 복막투석 환자의 생존율이 좋지 않았던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

: 대한신장학회의 복막투석 생존율이 혈액투석에 비해 안 좋다는 자료가 다른 해외 학회에서 종종 인용된다. 하지만 복막투석 환자 대부분은 대학병원에 있기 때문에 사망 보고가 잘되는 반면, 혈액투석은 개원가도 포함되어 있어 사망보고에 포함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환자는 투석을 두려워만 하고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따라서 환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어떻게 줄 것인지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신성준 교수(이하 신) : 과거에는 담당 교수, 의사들이 (투석 종류를) 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나 역시 처음에 투석을 결정할 때, 환자에게 알맞을 것 같은 방법을 유도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환자, 환자의 보호자, 자녀들이 정보를 찾아보고 많이 물어보는 경우가 늘고, 그 후에 삶의 질에 대해서 묻는 경우도 많았다.

또한 과거 의사가 투석방식을 결정했던 환자들을 5년, 10년간 팔로우업(추적) 해보면, 당시 다른 결정을 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환자에게 최대한 정보를 많이 주고,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가능하면 자료 등을 최대한 제공하고 (환자와) 상의해 되도록 환자들이 결정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투석이 급한 경우에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의료진이 먼저 결정해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김세중 교수(이하 김) : 환자의 사구체여과율이 15ml/min 미만으로 만성신부전 5단계가 되면 만성신부전 교육 프로그램 안내해서 먼저 설명 듣게 한다. 동영상 자료 등을 제공해 환자가 보고 오도록 안내를 하고 있다. 하지만 다음 80분 교육을 통해 한번에 (투석방법을) 결정하는 환자는 거의 없다. 때문에 환자의 사구체여과율이 낮아지는 속도를 보고 투석 방식 결정이 임박했다는 정보를 주고, 환자가 결정할 때까지 외래 추적기간을 2개월에서 1개월, 4주에서 2주 이렇게 좁혀간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보호자나 인터넷 정보를 바탕으로 투석방식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드물지만 실제 투석 후 방법을 바꾸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환자가 투석 방식을 결정할 수 있도록 충분히 정보를 얻을 시간이 필요하다.

: 환자들 중에는 인터넷 정보를 맹신하거나, 반대로 불신해 정보를 취사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보니 (투석에 대해)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 같다.

: 환자들은 인터넷, 지인, 가족, 다른 환자 등 다양한 통로를 통해 투석 정보를 얻는다. 이런 정보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 의료진의 역할이다. 대개 혈액투석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아와서 외래진료 시에는 복막투석에 대해서 알려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혈액투석을 원하는 환자들이 많다.

: 사구체여과율이 15ml/min 미만이면 투석을 시작할 때가 됐다고 알려주는데, 대부분의 환자가 놀라며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병원에선 간호사가 투석선택교육을 1시간 정도 제공하는데, 환자들은 혈액투석, 복막투석 하는 다른 환자의 모습을 보며 각각 어떤 방식인지를 알아간다. 정보가 너무 많아서 선택을 잘하지 못하는 환자가 많은데, 담당의의 의견을 물어보면 복막투석이 알맞을 것 같으면 복막투석을 추천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중립적으로 얘기해서 환자가 결정하도록 한다.

: 김세중 교수께서 대한신장학회에서 환자 교육 프로그램 구성을 위한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이에 대해 소개를 부탁한다.

: (대한신장학회의 환자등록사업 자료에서) 투석을 시작하는 환자 대비 교육수가 청구된 건수를 살펴보면, 약 24%만 수가가 청구된 교육을 받고 나머지는 교육 없이 투석이 진행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교육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환자는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80분 동안 증상, 합병증, 영양교육까지 받고 투석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너무 많은 내용을 벼락치기로 주입하다 보니 환자가 그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이에 (학회에서) 개선을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그 결과 교육 여건이 갖춰진 상급종합병원에서는 (교육이) 잘 이뤄지지만 종합병원, 혹은 병원 급에서는 교육 전담인원을 구성하기 힘들어 1/3이상이 교육 자체를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따라서 현재 교육하는 정책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학회의 첫 번째 과제다.

두 번째로 (필요한) 교육내용에 대해 설문을 진행한 결과, 어떤 투석 방법을 할지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는 현 교육프로그램에서 커버되는 부분이 아니다. 때문에 새로운 제도를 통해 환자의 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찾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국내에서 전문가 3인 이상이 참여하여 암환자에 한해서 항암치료, 수술을 결정 하도록 하는 다학제 진료가 수가를 받아 진행 되고 있다. 이 부분을 차용하여 예를 들어, 신장내과 의사, 신장 관련 수술을 하는 외과의사, 내분비, 노인외과, 순환기 등 환자의 동반질환 전문가가 모여서 의학적으로 봤을 때 환자가 투석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지, 어떤 방법이 좋을지를 결정하는 방법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구체적인 절차는 실제 시행 후 준비해볼 예정이다.

: (투석환자 치료와 관리에 있어서) 투석 교육 수가도 중요한 요인이다. 교육 간호사에게 한 달간의 교육 횟수를 확인을 할수록 그 횟수가 확연히 증가할 정도로 의료진의 관심이 중요한 분야다. 각 병원에서 교육 사례를 공유하고, 대한신장학회에서 어떻게 환자를 더 잘 교육시킬 수 있을지 방안에 대해 고민한 결과, ‘투석방법을 결정하는데 환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환자가 결정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자’가 공통적인 의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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