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웅 회장 “대형병원 쏠림 상황서 개원가 몰락 가속화…검진은 사후관리가 더 중요”

정부가 오는 7월부터 국가 암 검진 대상에 폐암을 추가하기로 하자 기존 5대 암 검진과 폐암검진의 수검년도를 달리하는 교차검진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개원내과의사회는 지난 23일 약수역 인근에 위치한 사무국에서 폐암검진과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교차검진제 도입을 촉구했다.

(왼쪽부터)서울시내과의사회 박근태 회장, 내과의사회 김종웅 회장, 이정용 총무이사

내과의사회에 따르면 현재 성인을 대상으로 한 국가검진은 일반검진, 암 검진, 구강검진으로 구성되며, 이중 일반검진과 5대 암 검진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일반검진과 5대 암 검진은 2년 주기(대장암 분변잠혈검사, 자궁경부암 자궁경부세포검사는 매년)로 시행되며 홀수년도 출생자는 홀수 년도에, 짝수년도 출생자는 짝수 년도에 검진을 받게 된다.

7월 시행을 앞둔 폐암검진은 만 54~74세 남·여 중 폐암 발생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매 2년마다 시행된다. 고위험군은 30갑년(하루평균 담배소비량(갑)×흡연기간(년)) 이상의 흡연력을 가진 흡연자와 폐암 검진의 필요성이 높아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사람으로 정해졌다.

그러나 폐암검진은 인력 및 장비 기준을 갖춘 종합병원으로 시행기관이 한정된다. 일반검진기관 중 건강보험 금연치료 의료기관인 종합병원으로서 ▲16채널 이상 컴퓨터단층촬영장치(CT)를 구비하고 ▲영상의학과 전문의(폐암검진 판독교육 이수), 전문성 있는 결과상담을 제공할 수 있는 의사(관련 교육 이수), 방사선사가 상근하는 곳이어야 한다.

하지만 내과의사회는 5대 암 검진과 폐암검진 시기가 같을 경우 검진 대상자가 폐암검진까지 가능한 종합병원으로 몰릴 수 있기 때문에 폐암검진과 나머지 암검진을 교차해서 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일반검진 및 5대 암검진은 개원가에서도 충분히 가능하지만 폐암검진 제한규정으로 인해 검진 영역에 있어 개원가의 설 자리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내과의사회는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2월 21일 각 시·도의사회, 각 학회, 대한개원의협의회, 각과 개원의협의회 등에 공문을 보내 폐암검진 도입과 관련한 의견을 조회하자 ▲폐암검진에 교차검진제 도입 ▲공장식 폐암검진 시행 의료기관 출현을 예방하기 위한 의료기관당 연간 검진횟수 상한제 도입 ▲과별, 종별 의료기관의 분쟁을 조장하는 정책 지양 등의 요구사항을 의협에 전달했다.

폐암검진은 정부의 시행의지가 분명하고, 비용·효과에 대한 명분도 뚜렷하므로 향후 회원들의 불이익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시행에 방향을 유도하는 게 현시점에서 가장 바람직하다는 게 내과의사회의 판단이다.

내과의사회가 제안한 교차검진제는 폐암검진 대상을 지난 2년간 진행된 시범사업과 동일한 연령대인 만 55∼74세로 변경하고 홀수년도인 올해는 짝수년도 출생자(1964년생 기준)를 수검자로, 내년 2020년 짝수년도에는 홀수년도 출생자(1965년생 기준)를 수검자로 지정해 기존 검진과 격년으로 시행하는 방식이다.

내과의사회는 지난 2일 세브란스빌딩에서 복지부 주관으로 열린 ‘국가폐암검진 도입 간담회’에도 참석, 이같은 내용의 폐암검진의 교차검진제 도입을 강력히 주장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간담회 후 ▲국가검진과 관련이 있는 개인 또는 단체 9곳의 의견 조회결과, 한 곳만 교차검진에 찬성했고 ▲2019년 하반기 폐암검진 수검 대상자가 31만명으로 전체 국가검진 수검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낮아 대형병원 쏠림현상과 지역 내 독과점 등 부작용이 크지 않을 것이며 ▲국가검진은 통상 2년에 한 번 의료기관을 방문하면 되는 폐암 교차검진을 시행하게 되면 1년 마다 의료기관을 방문하게 돼 비용, 편의성 측면에서 국민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입장을 내과의사회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내과의사회 김종웅 회장은 국민건강 향상을 위해 폐암검진 시행은 찬성하지만 건강검진 사후관리 효율성 제고와 의료전달체계의 정립이라는 과제를 풀기 위해선 교차검진제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수검률 향상과 수검자 편의성 향상이라는 측면만을 고려해 기존 암종과 동일한 주기 시행을 주장하고 있다”며 “정부가 대형검진 센터들의 외연 확장을 방관한 결과 현재 이들이 지역사회에서 공룡처럼 국가검진을 독과점하고 있다. 이로 인해 수검자에 대한 사후 관리가 되지 않아 국가검진의 효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향후 단계적 확대 계획에 따라 의원급에서도 폐암 검진이 시행된다면 대형검진센터의 독과점 폐해를 더욱 조장해 검진을 시행하는 일차 의료기관의 몰락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했다.

김 회장은 또 “폐암의 조기발견이라는 일차적인 성과보다, 사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금연에 대한 충분한 교육·상담으로 금연 비율을 높이는 계획이 실효성 있게 진행돼야 한다”면서 “폐암검진을 일반검진, 5대 암 검진과 동시에 시행하게 된다면 여러 검진에 따른 시간적 제약으로 형식적인 교육·상담이 될 수밖에 없으며 수검자의 집중도도 낮아져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나아가 교차검진을 시행할 경우 2년 주기 대신, 1년 주기로 의료기관을 방문하게 돼 금연에 대한 체크와 교육·상담 등 꾸준히 관리를 받을 수 있다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아울러 정부가 정책시행에 있어 해마다 심해지는 상급종합병원 쏠림현상과 일차 의료붕괴라는 상황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김 회장은 “만일 종합병원 이상에서만 시행되는 폐암 검진을 기존 방식대로 그대로 시행한다면 동네의원에서 국가검진과 사후 관리를 잘 받고 있는 수검자들이 대형병원으로 이동해 일반검진과 5대 암 검진까지 받게 될 것”이라며 “이는 무분별한 대형병원 이용으로 의료전달체계를 더욱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또 “복지부가 의견 조회를 한 9곳은 예방의학과 교수 3인, 소비자단체, 환자단체, 경실련 등으로 대학에 있거나 건강보험 가입자 단체들로 국가검진이 시행되고 있는 현장 또는 국가검진의 전체적인 맥락에 대한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사람들”이라면서 “만약 공급자들과 같이 모여 교차검진의 필요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상호 토론 후 의사 결정을 했다면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보장성 강화정책으로 상급병원 쏠림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는 현실에서 국민들이 상급병원을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며 결코 가볍지 않은 사안”이라면서 “폐암 검진 수검대상자가 2019년 31만명에서 2년 뒤인 2021년에 61만명으로 두 배 증가하게 되는데 이후에도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어 상당기간 지속적으로 수검 대상자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폐암 검진의 목표는 조기 폐암 진단으로 완치율을 높이고 금연 실천으로 폐암 발생률을 낮추는 것”이라며 “교차검진 시행으로 금연을 위한 교육 상담의 충실도를 높이고 매년 의료기 관 방문으로 금연 여부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금연에 대한 꾸준한 교육상담이 가능해 질 수 있다”고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검진은 검진이 목적이 아니라 사후관리가 더 중요하다”면서 “폐암의 교차검진 시행이 된다면 검진의 내실화로 검진의 효과와 수검자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수검률도 폐암검진의 특성과 동네의원의 적극적인 협조로 정부가 예상하는 30%를 훨씬 상회할 것이다. 동시에 대형병원 쏠림, 지역 내 독과점 검진을 억제하고 동네의원·중소병원 회생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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