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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료계 뜨겁게 달궜던 '왓슨' 열풍 이대로 식나부산대·동산병원 "재계약 안해"…투자금액 회수 못해 외면하는 분위기
건양대·대구가톨릭대병원, 왓슨 지속적 활용…"다학제적 진료에 도움"
  • 김은영 기자
  • 승인 2019.05.17 12:00
  • 최종 수정 2019.05.17 12:00
  • 댓글 0

의료계를 뜨겁게 달궜던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식고 있다.

IBM의 왓슨은 2016년 12월 길병원이 최초 도입한 이후 2017년 부산대병원이 두 번째로 도입했다. 이후에도 건양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계명대동산병원, 조선대병원, 화순전남대병원 등이 차례로 왓슨을 들여왔다.

하지만 거액을 투자해 왓슨을 도입했지만 국내 의료 실정과 맞지 않아 비용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주로 암 진단에 활용되는 왓슨이 서양보다 동양에서 발생 빈도가 높은 암에서는 진단 정확도가 떨어져 왓슨의 실효성이 사실상 없다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왓슨 일치 비율 하락…"손해보면서까지 사용해야 할까"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 발행잡지(IEEE Spectrum)에 따르면 태국의 방콕 범룽랏병원(Bumrungrad international hospital)에서 유방암, 직장암, 위암, 폐암 환자 211명에 대해 왓슨을 적용한 결과 일치 비율은 83%였다.

또 인도 방갈로르의 마니팔 종합암센터(Manipal Comprehensive Cancer Center)에서 유방암 환자 638명에 대해 왓슨을 적용한 결과 일치 비율은 73%로 나타났다.

특히 길병원에서 대장암 환자 656명에 대해 왓슨을 적용한 결과 일치 비율이 49%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암에 대한 진단 정확도가 낮은 문제 외에도 거액을 들여 왓슨을 도입했지만 왓슨이 의료기기로 인정되지 못해 환자들에게 서비스 차원의 '덤'으로 제공되고 있는 현실도 병원들이 왓슨을 외면하는 이유로 꼽히고 있다.

병원들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사용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왓슨 내리막 현실로…재계약 포기하는 병원 늘어

이에 왓슨을 도입했던 병원들 가운데 재계약을 하지 않는 병원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지난 2017년 1월 왓슨을 도입했던 부산대병원은 올해 초 2년 계약이 종료된 후 더 이상 계약을 이어가지 않기로 했다.

비슷한 시기에 왓슨을 도입해 1년만 시범적으로 사용키로 했던 계명대동산병원도 왓슨 재계약을 포기했다.

아직 계약기간이 남아있어 사용은 하고 있지만 화순전남대병원도 시들하기는 마찬가지다.

화순전남대병원 관계자는 “왓슨을 도입했지만 생각 만큼 활용하고 있지는 않는다”면서 “왓슨을 이용한 진단보다 그간 (병원에) 쌓인 환자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진단이 더 훌륭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왓슨 데이터가 국내 환자들에게 특화돼 있지 않다”며 “왓슨은 초기 모델이다. (완성되기까지) 앞으로 시간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의료계는 왓슨의 내리막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반응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왓슨을 활용해 진료를 한다고 하더라도 환자들에게 별도 비용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정확도도 높지 않다”며 “초반에는 병원들이 마케팅 목적으로 활용했지만 지금은 초기 투자 금액도 회수하지 못하면서 점차 외면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만큼이나 왓슨이 등장하자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던 다른 나라들도 “왓슨을 사용하는데 지쳤다”는 반응을 보일 정도로 회의적이다. 왓슨이 임상 현실과 맞지 않다는 비판적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왓슨이 전적으로 통계에 기반한 결과를 도출하고, 주요 결과를 수집할 수는 있지만 복잡한 임상 현실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즉, 의사들의 의사 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인공지능 의사일 뿐 ‘진짜 의사’는 될 수 없다는 의미다.

IBM의 전직 의학자였던 마틴 콘(Martin Kohn)은 IEEE Spectrum에서 “IBM의 기술이 엄청나게 강력하다는 게 입증됐지만 임상적 측면에서는 적절하지 않다”며 “그 기술이 나와 내 환자들의 삶을 더 좋게 만들 수 있는지 증명해 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사진제공: IBM)

IBM도 신약개발 등 일부 분야에서 발 빼

더욱이 IBM은 신약개발 전문 인공지능(AI)인 ‘왓슨 포 드럭 디스커버리(Watson for drug discovery)’를 더 이상 개발·판매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IBM의 대변인인 에드워드 바비니(Edward Barbini)는 Medical News Journal Stat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왓슨 포 디스커버리를 사용하는 기존 고객에 대한 지원은 지속하겠지만 신규 고객 확보는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왓슨 포 디스커버리의 개발·판매를 중단키로 결정 한 이유로는 부실한 재무 실적을 꼽았다.

왓슨, 한계 있지만 의사결정 보조자로서 다학제적 진료에 도움

반면 병원 내 의사결정 보조자로서 다학제적 진료에는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건양대병원과 대구가톨릭대병원은 왓슨을 임상 현장에 활용할 방침이다. 왓슨을 질병 진단의 최종 결정자가 아닌 의사결정 보조자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건양대병원 김종엽 헬스케어데이터사이언스센터장은 “왓슨도 임상의사결정지원시스템(CDSS, Clinical Decision Support System)의 일환이다. 왓슨이 최종 결정을 하도록 하는 게 아니라 의사들이 왓슨의 이야기를 한 번 더 듣는 과정을 통해 한 번 더 고민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왓슨이 추천만 해주는 것이 아니라 관련 논문을 수십 페이지 출력해 주는데 이는 다학제 진료가 더 건전한 방향으로 흘러 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면서 “CDSS는 앞으로의 큰 흐름이고 새로운 기회다. CDSS의 일환인 왓슨은 새로운 시대의 시작일 뿐이다”라고 했다.

이에 건양대병원은 CDSS의 일환으로 최근 AI를 기반으로 한 약물처방 오류방지 모니터링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했다.

김 센터장은 “외래환자를 볼 때 진료실 밖에서 수십 명씩 대기하고 있으면 약물 처방 시 오타가 발생하곤 하는데 AI를 활용해 이런 실수를 최대한 줄여주는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며 “CDSS를 통해 의료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했다.

대구가톨릭대병원 혈액종양내과 배성화 교수도 왓슨을 다학제적 진료 과정에서 의사결정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배 교수는 “다학제 진료를 하는데 보조적인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고 향후 여러 영역에서 의료와 AI의 결합은 지속될 것 같다”며 “질병에 대한 정확도나 비용 효율적인 측면 등 우려를 갖고 있음에도 병원이 2년 정도 더 활용해 보자고 결정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배 교수는 “모든 AI가 모두 성공할 수 없을 거라고 본다. 왓슨은 실제로 AI인지 의문을 가질 정도로 초기 버전”이라면서 “극단적인 예로 왓슨이 시장에서 퇴출된다 하더라도 AI를 보조 장치로 의료에서 활용하는 일은 점점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은영 기자  key@docdocd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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