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인 경피용 판매 늘리려 피내용 수입 중단…과징금 9억9천만원 부과

지난 2017년 발생한 피내용(주사형) BCG 백신 부족 사태는 고가인 경피용(도장형) 백신을 더 많이 팔기 위한 한 수입사의 ‘꼼수’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6일 고가인 경피용 BCG 백신을 더 많이 팔기 위해 국가가 무료로 접종해주는 피내용 백신 공급을 중단한 ㈜한국백신과 한국백신판매, 한국백신상사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9억9,000만원을 부과했다. 또 한국백신과 임원 2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국내 판매 허가된 BCG 백신은 덴마크 공기업 SSI(Statens Serum Institut)의 피내용과 일본 JBL(Japan BCG Laboratory)의 경피용·피내용 등 3가지다. SSI 백신은 ㈜엑세스파마가, JBL 백신은 한국백신이 국내 독점판매계약을 맺고 수입해 판매 중이다.

그러나 지난 2015년 3월 SSI 백신부문 민영화 과정에서 생산중단으로 피내용 BCG 백신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그해 9월부터 2018년 6월까지 한국백신은 사실상 국내 BCG 백신 시장에서 유일한 독점 공급사업자였다.

자료제공: 공정거래위원회

질병관리본부는 피내용 BCG 백신 수급이 어려워지자 2016년 3월 한국백신에 JBL의 피내용 백신 허가를 내줬다.

한국백신은 2016년도 피내용 BCG 백신 총 2만1,900세트를 수입했으며 2017년에도 질병관리본부의 요청으로 피내용 BCG 백신 2만 세트를 수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2016년 9월 경피용 BCG 백신의 안전성 논란이 일면서 8월 2만3,394세트였던 판매량이 11월 1만2,242세트로 급감하자 한국백신은 피내용 BCG 백신 주문을 줄였다.

한국백신은 2016년 10월 JBL에 피내용 BCG 백신 주문량을 2만세트에서 1만세트로 축소했으며 그해 12월 수정된 주문량 1만세트도 더 축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뒤 2017년에는 피내용 백신은 전혀 수입하지 않았다.

한국백신은 질병관리본부와 합의 없이 주문을 취소했으며 그 이후에도 관련 정보를 전달하지 않았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이로 인해 2017년 피내용 BCG 백신 수급이 중단됐고 질병관리본부는 신생아 결핵 예방을 위해 2017년 10월부터 2018년 1월까지 고가의 경피용 백신으로 무료접종을 실시했다.

국가필수예방접종인 BCG 백신의 경우 피내용은 무료지만 경피용은 유료로 7만원 정도(예방접종비 포함) 든다.

이 기간 동안 경피용 BCG 백신 월 평균 사용량은 2만7,566세트로 전월 대비 88.6% 늘었으며 월평균 매출액도 7억6,200만원으로 전월 대비 63.2%나 증가했다.

공정위는 고가의 경피용 BCG 백신을 국가가 무료로 지원하는 데 140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소요돼 국고 손실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부당한 출고조절행위에 대한 제재 조치는 20년 만에 이뤄진 것으로 이번 건은 신생아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백신을 대상으로 한 독점사업자의 출고조절행위를 최초로 제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유관기관과 효율적인 모니터링과 신속한 조치를 위해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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