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부터 ‘통합내과 입원전담전문의 병동’ 가동…외래 주치의 없는 진짜 모델
김준환 교수, ‘하이펙스 2019’서 경험 공유…환자경험과 입원전담전문의 연관성 조명

5월, 서울아산병원 동관 13층에 특별한 병동이 문을 열었다. 1인실·2인실·5~6인 병실을 합해 46병상으로 운영 중인 이 병동은 ‘통합내과 입원전담전문의 병동(이하 통합내과 병동)’이다.

통합내과 병동은 아산병원의 일반 병동과 외형상으로는 아무 차이가 없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일반 입원전담전문의 병동과도 차이가 크다.

가장 큰 차이는 일반 입원전담전문의 병동과 다르게 입원전담전문의들에게 독립 진료권을 부여하고, 진짜로 1년 365일 내내 전공의 투입 없이 전문의들만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입원환자 관리를 전공의가 아닌 전문의가 맡는다’는 통합내과 병동은 어떤 모습일까.

아산병원 통합내과 입원전담전문의 병동 입구 모습.

통합내과 병동의 핵심 ‘독립 진료권’

아산병원 통합내과 병동이 일반 입원전담전문의 병동과 다른 점은 크게 두가지였다. 우선 일반 입원전담전문의 병동과 다르게 입원환자에 대한 진료권은 입원전담전문의에 있다.

일반 입원전담전문의 병동의 경우 환자마다 외래, 수술, 시술부터 시작된 주치의가 있고 병동에서 환자를 담당하는 전문의가 있어 한 환자당 전문의 두명이 주치의 역할을 하는 형태다.

그러다보니 환자 진료에서 어쩔 수 없는 탑-다운 진료가 발생한다. 외래 주치의가 입원전담전문의에게 진료 관련 ‘오더’를 내리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전문의가 전문의에게 오더를 내리는 상황, 이는 입원전담전문의들이 가장 껄끄러워 하는 부분이다.

반면 통합내과 병동 입원환자는 외래 주치의가 없다. 통합내과 병동에서 자신을 담당하는 입원전담전문의가 주치의가 된다.

때문에 전문의가 전문의에게 환자 진료 관련 오더를 내리는 경우가 없다. 입원전담전문의들이 가장 바라는 것 중 하나인 ‘독립 진료권’이 보장되는 것이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입원전담전문의의 전문성을 인정한 원내 분위기 때문이다.

아산병원 김준환 입원전담전문의(진료전담교수)는 “(입원전담전문의에게 독립 진료권을 부여하려면) 다른 과에서 이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야 한다”며 “어떤 환자를 통합내과 병동에 의뢰할 것인지, 의뢰 후 독립 진료권을 충분히 보장할 것인지 등에 대한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런 공감대가 없으면 통합내과 병동이라는 형식을 만들어놔도 유지되지 않는다”며 “일반 의료진과 입원전담전문의 간 역할분담에 대한 인식이 확실히 있고 통합내과에 환자를 보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통합내과 병동 내 입원전담전문의 공간은 간호스테이션에 별도로 마련돼 있다. 사진 좌측 안쪽이 입원전담전문의 공간.

통합내과 병동, 어떤 환자에 필요한가

원내에서 통합내과 병동에 환자를 입원시키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해도 어떤 환자가 통합내과 병동 입원에 적합한지에 대한 기준은 있어야 한다.

아산병원의 경우 통합내과 병동 운영 10여일 만에 28명의 환자가 입원했는데, 굳이 세부전문의가 담당하지 않아도 관리가 가능한 환자 중, 2주 이내 치료를 끝낼 수 있는 단기 환자를 기준으로 했다. 또한 시술 후 경과 관찰, 특정과 입원이 어려운 복합질환자 등도 통합내과 병동 입원 대상이다.

김 교수는 “소화기내과, 호흡기내과, 심장내과 등 병동이 따로 있지만 환자들 중 굳이 이런 세부전문의가 담당하지 않아도 되는 환자를 한 곳으로 모아 입원전담전문의에게 맡기고 독립 진료권을 보장하자는 것이 통합내과 병동 아이디어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재 입원해 있는 환자의 질환들이 암환자로서 폐렴이 있으면서 출혈도 있는 경우 등”이라며 “경증환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중증환자도 입원하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입원전담전문의 역량이 높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 때문에 출입하는 전공의가 없다

통합내과 병동 소속 입원전담전문의 5인 소개판.

입원전담전문의 5명이 담당하는 통합내과 병동은 ‘일’ 때문에 전공의가 출입하는 경우가 전혀 없다는 것도 일반 입원전담전문의 병동과 차별점이다.

1년 365일 내내 입원환자 관리를 전문의가 한다는 입원전담전문의제도의 목적을 충실히 구현한 것이다.

5명의 입원전담전문의는 낮에 2명이 근무하고 이를 이어받아 밤에 1명이 근무한다. 다음날이 되면 다시 전문의 2명이 밤 근무자에게 환자관리를 이어받는 식이다.

한달을 5주로 계산했을 때 3주는 일하고 2주는 쉬는 형태다. 주당 근무시간으로 환산하면 42시간 정도 된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낮 근무도 하고 밤 근무도 해야 하지만 생각보다 워라벨(Work-life balance)이 좋은 편이다.

하지만 통합내과 병동에서 내과계 여러 환자를 모아놓다 보니 뜻하지 않은 효과도 있다. 전공의 교육에 효과적이라는 소문이 퍼져서 전공의가 일하러 오지는 않아도 교육하러 가기는 좋은 병동이라는 평을 듣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입원전담전문의들이 원하는 안정된 지위를 위해서는 교육과정 마련이 필수인데 그 길 중 하나로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에는 이미 티칭호스피탈리스트라는 제도도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남은 숙제는 '안정성'

김 교수는 통합내과 병동 모델이 궁극적으로 입원전담전문의제도가 가야할 방향이라고 힘주어 말하면서도 직업으로서 입원전담전문의가 가지는 부족한 안정성이 제도 정착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전공의법 시행, 부족해지는 전공의 수, 내과 3년제 등 이제는 병원들이 입원전담전문의제도를 도입하지 않고서는 입원환자 관리를 할 수 없는 환경이 되고 있다”며 “그럼에도 입원전담전문의제도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한 것은, 직업으로서 안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부는 올 7월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 최종 보고서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하반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 예산을 확보하고 내년 1~2월 중 본사업을 발표한다는 계획이지만 아직도 ‘시범사업이니 없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은 여전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 교수는 “입원환자를 담당하는 의료진이 부족해지는 현실을 계속 무시해서는 안된다”며 “결국 돌파구는 입원전담전문의제도가 될 것이다. (의료계) 역량을 모아 입원전담전문의제도로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현재 입원전담전문의 병동에 입원한 환자 한명당 하루에 4만1,000원(환자 본인부담 4,000원 포함) 정도 지원받고 있다. 사실상 입원전담전문의 인건비로 사용되지만 아직 모자르다”며 “(본사업을 위해서는) 결국 재원 마련이 중요하다. (통합내과 병동 등을 통해) 재원 투자의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통합내과 병동 김준환 입원전담전문의가 병동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

6월 하이펙스, 환자경험과 입원전담전문의 관계 조명

입원의학연구회 홍보이사로도 활동 중인 김 교수는 6월 19일부터 21일까지 명지병원에서 열리는 ‘HiPex 2019(Hospital Innovation and Patient Experience Conference 2019)’ 둘째날인 20일 연자로 참석해 ‘입원전담전문의로 일해 보았다’를 주제로 강연한다.

김 교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전국에 입원전담전문의는 124명뿐이다. 이날 강연에서는 입원전담전문의를 해본 입장에서 경험을 공유할 것”이라며 “입원전담전문의로서 느낀점, 입원전담전문의 병동의 환자와 보호자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등을 이야기 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김 교수는 “상급종합병원 평가에 환자경험평가가 포함됐는데, 환자경험평가와 입원전담전문의제도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관심이 있다”며 “미국에서는 이미 이에 대한 연구도 진행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 교수는 “입원전담전문의제도가 환자경험평가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참가자들과 논의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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