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입장 통해 진화 나섰지만 '미국 임상 재개'만 강조…"안이한 대처" 비판

코오롱티슈진이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이하 인보사) 2액의 세포 성분이 뒤바뀐 사실을 이미 2년 전 통지받은 것으로 드러나 은폐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마침내 티슈진이 입을 열었다.

코오롱생명과학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은 인보사 연구개발을 주도한 원 개발사로, 인보사 개발에 관한 모든 자료와 마스터세포주(MCB)를 갖고 있다. 형질전환한 2액 세포 성분이 애초 목적한 연골유래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GP2-293, 이하 293세포)로 달라진 배경을 파악할 수 있는 '키'를 쥐고 있는 셈이다(관련기사: 인보사 논란 풀어줄 '키맨' 노문종 티슈진 대표, 그는 왜 침묵하나)

국내에서 문제가 불거진 지 한 달 넘게 침묵을 지키고 있던 코오롱티슈진은 지난 3일 공시로 논란이 커지자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서신의 주요 내용은 임상 재개를 위해 세포 특성 자료를 제출하라는 것으로, 종양 관련 임상 데이터나 회사가 종양원성이 없다고 판단했던 사유 등은 임상 중단 이유로 특정되지 않았다'며 "이는 예상했던 범위 내에 있던 내용들인 만큼 빠른 시일 내 자료를 제출해 임상재개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했다.

인보사가 국내 허가를 받기 4개월 전 시점에 이미 2액 성분이 293세포였다는 사실을 위탁생산업체(론자)로부터 통지받았음에도 이를 알리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서는 "이번 달 예정된 식품의약품안전처 실사를 통해 모든 의혹이 해소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만 전했다.

은폐 의혹에 대해서는 납득할 만한 해명 없이 '미국 임상재개 승인'만 강조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 회사가 사안을 매우 안이하게 보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결정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니 임상이 재개되면 국내 문제도 덩달아 해소될 것이라 보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한국은 허가를 받은 것으로 임상 단계인 미국과 상황이 엄연히 다른데, 국내 문제를 안이하게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미국 임상 재개 가능성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성공회대 김병수 교수는 "FDA는 제출한 자료가 충분히 납득할 만한 수준이 아니면 임상중지 해제를 안 하면 그만"이라며 "임상중단 이유로 특정되지 않았다고 해서 재개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은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고 있지 못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FDA가 요구한 자료들이 단시간에 준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지금까지의 논문이나 임상을 사실상 다시 해야 할 수도 있는데 회사는 마치 바로 임상중단을 풀 수 있을 것처럼 말한다"고 비판했다.

지금까지 상황을 지켜보던 주주들도 "더 이상 회사를 믿을 수 없다"며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코오롱티슈진과 코오롱생명과학 일부 소액주주들은 법무법인 및 시민단체와 함께 집단소송에 뜻을 모으고 있다. 생명과학과 티슈진의 소액주주는 각각 약 56%, 38%에 달한다.

한편, 검찰은 코오롱 인보사 사건과 관련해 코오롱 및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이 사건은 지난달 30일 시민단체가 코오롱생명과학과 이우석 대표를 약사법 위반으로, 식약처와 이의경 처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한 데서 비롯됐다.

서울중앙지검은 해당 사건을 형사2부(부장검사 권순정)에 배당했다. 형사2부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 수사를 맡았던 의료범죄 전담부서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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