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원에 메일 보내 “육아휴직 보상, 회사 아닌 국가가 할 일…승급기간 산정 반대”
메일 받은 직원들 "성차별적 발언에 경악…여성이 일하기 좋은 기업 맞나"

육아휴직 기간을 승급에 필요한 기간에서 제외해왔던 한국MSD가 이를 개선하기로 하고 전직원에게 공지를 내렸지만 고위직 한 임원이 ‘육아휴직과 보상은 국가가 사회 복지 차원에서 고려할 부분’이라며 반대하고 나서 물의를 빚고 있다.

특히 이 임원의 발언은 ‘육아와 일이 병행 가능한 문화 정착’이라는 사회적 흐름을 역행하는 처사여서 한국MSD 내부에서도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국MSD는 육아휴직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해 지난달 19일 전직원에게 공지했다.

지난달 19일 한국MSD는 법에 어긋나는 육아휴직 제도를 개선한다고 공지했다

그동안 한국MSD는 승진에 필요한 근무기간에서 육아휴직 기간을 제외해왔다. 더욱이 육아휴직을 쓴 직원들이 복귀할 때 관계없는 직군으로 발령을 내는 등 사실상 불이익을 주기도 했다. 때문에 직원들 사이에서는 육아휴직을 쓰기 어려운 회사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뒤늦게나마 한국MSD는 외부 전문 기관에 의뢰해 ‘육아휴직 기간을 승급/한글직함 변경 대상 자체에서 배제하는 것은 개선해야 한다’는 자문을 받았다. 또한 공정성과 투명성을 분명히 하기 위해 육아휴직 기간을 승급 및 한글 직함 변경에 필요한 기간에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9조에서도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아니되며,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마친 후에는 휴직 전과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 또한 제2항의 육아휴직 기간은 근속기간에 포함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날 회사가 육아휴직 제도 개선방안을 전직원에게 공지하자 A상무가 전직원에게 메일을 보내 개선안에 대해 반대하고 나섰다.

한국MSD A 상무가 전 직원에게 보낸 육아휴직 제도 개선 반대 메일

본지가 단독 입수한 메일에 따르면 A상무는 ‘육아휴직과 보상은 국가가 사회에서 복지 차원에서 고려할 부분이다. 육아가 업무와 동등하게 회사에 기여한 것으로 간주돼 승진 대상 경력에 포함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A 상무는 ‘육아휴직이 짧게는 6개월, 길면 1년 6개월이 될 텐데, 이 부분 때문에 능력이 평가절하 되는 부분은 없어야 하지만, 육아가 마치 회사에 대한 기여로, 업무 향상의 기회로 간주되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는 건전한 노동 환경 조성을 위한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A 상무의 이같은 메일을 받은 직원들은 황당해 했다.

고위직 임원이 시대착오적인 발상을 하고 있는 것도 어처구니 없는데 전직원에게 이같은 내용의 메일을 보낸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더욱이 회사가 겉으로는 '여성이 일하기 좋은 직장'을 강조하면서 실상은 이를 원치 않고 있는 것이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한 한국MSD 직원은 "출산과 육아를 하찮게 생각하는 것도 모자라 회사에 기여했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식의 성차별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는 것에 경악했다"며 "이는 회사 및 임직원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리더가 보여야 할 모습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직원도 "법에 어긋나는 부분을 시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것이 논리적이지 않다고 주장하는 A상무를 이해할 수 없다"며 "매년 성차별 교육을 하면 뭐하나. 정말 한국MSD가 여성이 일하기 좋은 기업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현재 직원들은 A 상무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공식 사과와 더불어 회사 차원의 징계를 요구해놓은 상태다. 하지만 2주가 지난 지금까지도 회사 차원에서는 어떠한 조치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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