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환자에서 완치에 이르는 효과를 보이면서 암 치료의 대세로 떠오른 면역항암제. 하지만 국내에서 면역항암제는 치료 반응률이 낮고, 고가라는 점에서 급여 적용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뜨거운 감자이기도 하다.

이에 정부는 환자의 면역항암제 접근성을 높이고, 재정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안으로 면역항암제를 투약한 후 치료반응을 보인 환자에게 급여를 인정하는 ‘성과기반 급여기준’이란 방안을 관련 제약사들에게 제시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면역항암제는 반응이 있는 환자에서는 우수한 치료효과를 보이지만 그렇지 못한 환자에서는 매우 단시간 효과를 보이다 사라지거나 아예 효과가 없는 경우가 있다"며, 현재 기준인 PD-L1 반응률을 만족하는 모든 환자에서 급여를 인정할 수 없어 이러한 방안을 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 면역항암제의 허가와 급여 기준에 적용되는 바이오마커인 PD-L1은 암종별, 환자별 민감도가 달라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약제 투여 후 치료 성과에 따라 급여를 인정하겠다는 심평원의 제안은 환자의 치료접근성을 보장하면서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한 나름의 묘책인 셈이다.

그러나 면역항암제를 보유한 MSD(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오노약품공업·BMS(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 로슈(티쎈트릭(성분명 아테졸리주맙)) 중 로슈만 이 제안을 받아들여 사전협상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 먼저 선보였고, 대상 적응증도 가장 넓은 두 제품(키트루다, 옵디보)을 보유한 회사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이 방안의 실현 여부는 미궁에 빠지게 됐다.

제약사들 입장에선 적응증까지 허가 받은 마당에 또 굳이 적용 대상을 축소하고, 여기에 자신들이 약값을 부담해야 하는 방안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또 세계 각국의 면역항암제 적용 현황과 투자비용 등도 고려했을 것이다.

그러나 제약사들에게 이 방안이 마이너스 요인으로만 작용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우선 면역항암제의 쓰임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 자명하다. 대상 암종이 폐암 등에서 방광암, 위암, 간암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고, 치료 시기는 4기에서 3기 또는 그 이전 단계로 앞당겨지고 있다. 면역항암제의 수술전 보조요법에 대한 임상연구들이 진행 중이기도 하다.

쓰임의 확대는 곧 재정부담의 급격한 증가를 의미한다. 때문에 정부는 대상 또는 시기 확대에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급여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치료효과를 담보한 급여 적용이 전제된다면, 환자들과 의료진은 현재보다 더 적극적으로 치료 접근성 개선을 요구할 것이고 이를 정부가 간과하긴 힘들 것이다. 이는 하나의 약제로 다양한 암질환 치료가 가능한 면역항암제만 가능한 모습이다.

‘성과기반 급여기준’이 완전히 새롭거나 혁신적인 방안은 아니다. 쉽게 말하면 ‘면역항암제판 위험분담제’ 정도일 것이다. 때문에 예상치 못한 새로운 문제가 야기되거나, 옥상옥이 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에 앞서 주목할 점은 (자의에서건 타의에서건)정부가 면역항암제 사용을 위해 고심 끝에 내놓은 방안이란 점이다.

이에 대해 MSD 등도 보다 전향적인 답변을 내놓길 기대한다. (후발주자이긴 하나) 로슈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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