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미래포럼서 바이오헬스 분야 규제 샌드박스 필요성 놓고 의견 엇갈려

헬스케어 분야의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를 두고 찬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업계 등은 규제 때문에 경쟁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이 만들어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시민단체는 안전성과 유효성이 불분명해 산업 발전에 해를 끼칠 수 있음을 우려했다.

제1회 헬스케어 미래포럼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주최로 지난달 30일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제1회 헬스케어 미래포럼'에서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헬스케어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에 대해 논의했다.

올 초 정부는 휴이노의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를 활용한 심장관리 서비스와 마크로젠의 DTC(소비자가 비의료기관에 직접 검사를 의뢰하는 방식)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보건의료분야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로 허용했다.

이에 따라 휴이노는 심혈관계 질환자를 대상으로 2년간 심장관리서비스 사업을 시작하고, 마크로젠은 현재 탈모 등 웰니스 항목에만 허용되던 유전자 DTC 검사를 일부 질병으로 확대해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실시한다.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의 목적은 현재 법으론 시행할 수 없거나 모호한 신사업·신기술을 일정 기간 규제를 면제해 실제 시장에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웰트(WELT)의 강성지 대표는 "실증특례에 대해 업계가 거는 기대는 별로 없다"면서도 "실증특례는 잠재적인 갈등을 발견하고 합의를 이뤄 정립시킨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지나친 규제로 국내 기업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지 않도록 글로벌 평균만큼은 따라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규제 샌드박스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차의과대학교 정보의학교실 한현욱 교수도 "인터넷이 처음 도입됐을 때도 인터넷의 여러 악영향으로 청소년들이 사용 못 하게 막는 일이 있었다. 하지만 그게 무섭다고 인터넷을 안 쓰는 사람은 이제 없지 않나"라고 반문한 뒤, "기술이 계속 발전하는 상황에서 우리 사회도 조금씩 나아가야 한다. 단순히 규제를 풀자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산업을 시도하면서 문제점을 발견하고 대응책을 마련해간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 소비자가 직접 선택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국경제 안현실 논설전문위원은 "가장 중요한 건 사용자인 국민"이라며 "신제품·서비스는 어떤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써보겠다는 2.5%의 혁신 사용자들, 그들을 보고 따라가는 13.5%의 얼리어답터의 벽을 돌파해야 비로소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다. 이 16%의 사용자가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신서비스가 대부분 효용이 없어 불필요한 지출만 발생시킬 뿐 산업 경쟁력을 발전시키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정형준 부위원장은 '엠씨스퀘어'를 그 예로 꼽았다.

정 부위원장은 "당시 규제가 없어 시장에 들어온 엠씨스퀘어는 집중력을 향상시킨다며 엄청난 돈을 벌었다. 그 돈으로 다른 의료기기 사업에 투자해 발전을 이끌었어야 했는데 실제로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에 기여한 바는 전혀 없었다"며 "결국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규제완화만 한다고 산업이 발전되는 것이 아니라 정말 효용성이 있어 환자에게 도움이 되고, 해외에서도 경쟁력이 있는 제품인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각에서는 유전자 DTC 검사나 웨어러블 기기가 생명과 직결되진 않으니 괜찮다고 말하는데, 효과가 없는 걸 허가했을 땐 경제적인 부분에서 간접 피해를 일으킨다"며 "낮은 효용성 기준은 투기자본의 먹잇감밖에 되지 않으며, 수출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인보사처럼 문제가 터지면 산업 전체가 망가진다"고 비판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전진한 정책국장은 "시장 진입장벽을 낮추고 사후적으로 관리한다는 것은 국민 건강이 달린 보건의료분야에선 적절치 않다. 국민 건강과 관련된 문제는 사전예방이 원칙"이라며 "약사법 등 현재 법체계를 모두 뛰어넘어 사회적 합의를 무력화시키는 실증특례는 근본적으로 폐기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의료계에서는 규제 완화 혜택이 일부 대기업에 쏠릴 우려를 제기했다.

대한의사협회 이세라 기획이사는 "규제를 풀기 전 여러 방면으로 점검하지 않으면 대기업이나 대형병원의 배만 불릴 수 있다"며 "대표적으로 얼마 전 건강보험 재정 보고에서 대형병원 매출은 20.5% 상승했지만 소형병원은 그다지 상승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비를 줄이기 위해 펼친 정책의 혜택이 국민이 아니라 엉뚱한 곳으로 흘러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이오헬스케어 사업이나 의료 빅데이터를 산업화하면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되고 의료비 지출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그 근거가 매우 부족하며, 이를 심의하는 심의위원회조차 실제 임상을 하는 전문가가 없어 대체 누가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에 대한 입장차가 극명했으나, 신기술에 대한 과학적 점검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한현욱 교수는 "바이오헬스케어는 이제 막 시작된 산업이라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에 동의한다. 실증사업은 과학적 점검을 하며 근거를 쌓아나가는 과정이 될 것"이라며 "물론 고혈압, 당뇨 등 유전적 영향이 미미하다고 입증된 것처럼 확실히 효용이 낮다고 평가되는 것은 걸러낼 필요가 있다. 이러한 부분을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헬스케어 미래포럼 공동위원장인 연세대의대 송시영 교수는 "환자에게 혜택을 주는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것은 산업"이라며 "업계가 환자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대명제를 언제나 갖고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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