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제약바이오업계를 뒤흔든 사건은 단연 인보사의 성분 변경 논란이다.

임상시험을 거쳐 확인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믿고 써 온 약이 알고 보니 다른 성분이었다는 소식은 모두를 '멘붕'에 빠뜨렸다.

인보사 문제가 알려진지 한달여가 지났지만, 아직까지 성분이 뒤바뀐 경위를 명확히 밝혀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내달까지 조사를 진행해 인보사의 허가 유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식약처 조사로도 명확하게 원인이 밝혀지지 않을 경우 수사기관이 나설 가능성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식약처의 신약 심사능력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식약처가 인보사 허가자료를 제대로 심사했다면 이러한 논란이 일어났겠냐는 것이다.

식약처는 이를 의식한 듯, "인보사 허가 신청 당시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했던 서류 일체를 재검토한 결과, 당시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한 자료는 2액의 주성분이 연골세포임을 보여주고 있고 신장세포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없었다”는 중간조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세포·유전자 치료제 분야 전문가 5명으로 구성된 전문가 위원회에서도 확인된 바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이들이 식약처의 신약 심사 능력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혹은 유럽 의약품청(EMA)에서 허가를 받은 신약은 빠르게 검토하고 심사를 하지만, 국내 기업이 개발한 신약에 대한 심사능력은 부족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들은 인보사의 성분이 바뀐 걸 알게 된 게 미국 FDA 심사 과정이었음을 그 근거로 들고 있다.

그렇다면 정말 식약처는 신약을 심사할 능력이 없을까.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세계 최초 바이오시밀러 제품인 셀트리온의 램시마를 허가한 것도 식약처다. 당시 식약처는 램시마 심사자료를 검토하고 셀트리온에 보완이 필요한 사항들을 요구해 최종 허가에 이르렀다.

셀트리온이 램시마 유럽 허가획득을 위해 EMA에 제출한 자료는 식약처에 제출했던 자료와 거의 같은 것으로 알려졌다. 램시마는 현재 유럽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러나 인보사 사태로 식약처 허가 심사 시스템에 허점이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식약처는 인보사 사태의 원인을 명확하게 밝히는 한편 이 허점, 즉 심사의 신뢰를 높일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심사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선 보다 꼼꼼하고 정확한 심사가 전제돼야 한다. 빠른 심사만이 최선이 아님을 이번 인보사 사태가 명확하게 보여줬다.

그렇다고 신약의 심사 기간이 늘어진다면 그 또한 문제로 지적될 것은 자명하다. 지금도 제약업계에선 심사에서 출시까지의 기간이 너무 길다고 토로하고 있다. 해외진출을 노리는 바이오업계에서는 허가심사 수수료를 올려서라도 심사인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보다 정확하고 빠른 심사가 필요한데, 이를 위한 전제조건은 '전문심사인력'이다.

식약처의 심사인력은 식약처 공무원과 의사 등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관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이 임상시험계획서 등 자료를 심사한다. 하지만 이들 인력은 미국이나 캐나다, 유럽 등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라다. 캐나다의 1/5에도 못미친다는 지적까지 있다.

식약처도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5월에 임상시험선진사업단에서 전문성 강화를 위한 종합계획을 발표할 예정인데, 여기에 국내 개발 신약에 심사인력을 집중시키는 안도 포함돼 있다.

모쪼록 식약처가 이번 인보사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다시는 이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