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아데르카 교수, 면역항암제 파트너로서의 '얼비툭스' 가능성도 기대

항암화학요법에서 표적치료제로, 표적치료제에서 면역항암제로 치료 옵션의 발전에 따라 생존율과 안전성 데이터가 개선된 다른 암종과 달리, 대장암은 여전히 항암화학요법이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전이성 대장암 환자의 장기 생존과 삶의 질을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골든타임'인 1차 치료는 항암화학요법을 중심으로 혈관내피성장인자(vascular endothelial growth factor, VEGF),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EGFR)를 타깃으로 한 표적치료제 병용을, 이 중 KRAS/NRAS 정상형 환자의 경우에는 EGFR 표적항암제인 '얼비툭스(세툭시맙)'가 1차 표준치료로 권고되고 있다.

그렇다면 대장암에서는 면역항암제 등과 같은 신약 적용이 까다로운 걸까. 또 현재 항암화학요법과 표적항암제의 병용은 어떤 효과를 보일까.

이스라엘 텔 하소머 병원 셰바메디컬 센터의 소화기암 유닛 총괄 담당자 댄 아데르카 교수를 만나 전이성 대장암 1차 치료의 표준요법 및 EGFR 표적항암제 얼비툭스의 역할 등에 대해 들었다.

이스라엘 텔 하소머 병원 셰바메디컬센터 댄 아데르카 교수

- 현재 전세계적으로 권고하고 있는 전이성 대장암 1차 치료의 표준요법은 무엇인가.

대장암 환자의 치료요법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완치가 가능한 환자인지 확인해야 한다. 모든 암 병변을 절제할 수 있다면 환자는 완치될 수 있다. 그러나 진단 시 절제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환자의 경우 항암화학요법과 표적항암제 병용요법을 통해 향후 절제를 시도할 수 있을 정도로 종양을 축소시키거나 환자들의 생명을 연장을 시키고 최대한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때문에 전이성 대장암 치료는 ▲수술이 가능하거나 ▲수술이 가능해지길 바라는 환자, ▲생명 연장만을 위한 유지치료가 필요한 환자 등 세 가지 유형에 해당할 경우 항암화학요법+표적항암제를 1차 표준요법으로 사용한다.

그리고 얼비툭스는 세 가지 유형의 환자들 중 RAS 유전자 변이가 없는 'RAS 정상형' 전이성 대장암 환자의 1차 치료제로 권고되고 있다.

- 전이성 대장암 환자 중 얼비툭스가 1차 치료제로 권고되는 환자의 비율은.

전이성 대장암 환자 중 얼비툭스가 1차 치료로 권고되는 RAS 정상형 환자는 약 50%다. RAS 유전자는 대장암 치료의 대표적인 바이오마커로 RAS 유전자 검사 결과, K-RAS(exon 2,3,4) 및 N-RAS(exon 2,3,4) 등 모든 변이가 없는 경우 RAS 정상형(RAS Wild Type)이라고 부른다. 얼비툭스는 EGFR 표적항암제로서 RAS 정상형 전이성 대장암 환자에게 사용했을 때 치료 효과가 가장 뛰어나다.

- 그렇다면 전이성 대장암 환자에게 유전자 검사가 필수일 것 같다.

그렇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변이 여부에 따라 환자를 잘 선별해 개인 맞춤형 치료를 진행했을 때 가장 좋은 치료 예후와 생존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전이성 대장암 환자의 치료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는 RAS뿐 아니라 BRAF, MSI도 있다. 이 세 가지 유전자에 대한 검사만 진행하면 전이성 대장암에서 의사가 진단을 내리는 데 있어 필요한 정보의 95% 이상은 확보됐다고 볼 수 있다.

- RAS 정상형 전이성 대장암의 표준요법으로 얼비툭스를 권고하는 임상적 근거는 무엇인가.

RAS 유전자 변이가 없는 환자에서 얼비툭스의 치료 효과가 월등히 높게 나타난다는 사실이 12~15년 전 진행된 초기 연구의 하위분석에서 확인됐다. 이후 RAS 정상형 환자들을 대상으로 항암화학요법+얼비툭스 병용요법을 항암화학요법 단독요법과 비교한 3상 임상 CRYSTAL(폴피리+얼비툭스) 연구, OPUS(폴폭스+얼비툭스) 연구, TAILOR(폴폭스+얼비툭스) 연구에서 얼비툭스는 3~6개월의 유의미한 생존기간 연장 효과를 입증했다.

또한 종양 크기 감소 비율도 항암화학요법 단독 치료 시 45%인 반면, 얼비툭스와 병용 투여할 경우 65%까지 개선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오늘날 얼비툭스가 RAS 정상형 전이성 대장암 1차 치료의 표준요법으로 인정 받게 됐다.

- 실제 임상 현장에서 경험한 얼비툭스의 생존 연장 효과는 어떠한가?

지난 15년 동안 지켜본 임상 현장의 진전 상황이 어느 정도 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과거 항암화학요법을 단독으로 사용할 때의 전체생존기간(OS, 중앙값)은 약 18개월이었다. 얼비툭스가 도입됨에 따라 생존기간에 매우 유의미한 진전이 관찰되고 있다. 특히 좌측 대장암은 환자의 경우 전체생존기간이 38개월, 즉 절반 이상의 환자가 3년 이상 생존할 수 있게 됐다.

단, 표적항암제뿐 아니라 치료 환경의 변화도 전이성 대장암 환자의 생존기간이 개선의 부분적인 이유가 될 수 있다. 예전이라면 수술이 어렵다고 생각되는 환자도 이제는 항암치료를 통해 종양 크기를 충분히 감소시키고 수술까지 시도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거다.

- 최근 항암 치료 분야의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는 환자 '삶의 질'이며, 이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작용이다. 얼비툭스의 안전성 프로파일은 어떠한가.

얼비툭스의 안전성 프로파일은 매우 양호하다고 볼 수 있다. 얼비툭스 병용요법 시 발생하는 대표적인 이상반응은 피부발진인데, 이는 다른 이상반응과 비교하여 관리 가능한 수준이다. 치료 현장에서 얼비툭스의 경험이 충분히 쌓여있는 만큼 이러한 증상에 대해 이미 잘 파악하고 있어 선제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심각한 피부발진을 겪는 환자들이 거의 없다.

- 그렇다면 향후 전이성 대장암 1차 치료에서 얼비툭스를 단독으로 사용할 가능성도 있나.

현재 전이성 대장암의 1차 치료는 항암화학요법과 얼비툭스를 병용함으로써 치료 반응을 극대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며, 1차 치료에서 얼비툭스 단독요법의 치료 효과를 측정한 임상연구는 아직까지 없다. 다만 전이성 대장암 3차 치료에서는 얼비툭스가 단독요법으로 권고되고 있으며, 이에 해당하는 환자는 전체의 약 13%로 알려져 있다.

- 최근 대장암 치료 분야에도 면역함암제가 등장했다.

그렇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아직 대장암 분야에 면역항암제 치료를 허가하지 않고 지켜보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MSI-H 대장암 환자들이 면역항암제에 이상적인 치료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면역항암제는 아직 2상 임상시험 단계이며, 바이오마커인 MSI-H를 충족하는 환자들이 전체 전이성 대장암 환자 중 단 4~8%로 극소수라는 한계가 있다.

다만, 절제 불가능한 환자라도 MSI-H 유전자 특성을 보이면 면역항암제를 통해 수술 없이 완치까지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어 보인다. 그리고 얼비툭스도 역시 자체적으로 면역기능 강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추후 면역항암제의 역할이 확대되면, 얼비툭스는 현재 항암화학요법의 베스트 파트너이자 미래 면역항암제와의 베스트 파트너로서 전이성 대장암 환자의 좋은 치료 예후를 보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지속할 것으로 기대한다.

- 앞으로 대장암 치료 분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대장암을 포함해 전이성 암들은 현재 완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언젠가 완치요법이 등장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현재로선 이미 개발된 치료제들을 통해 전이성 대장암 환자들의 치료 반응을 높이는 방안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만 대장암은 치료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예방이 가능한 암으로, 대장암을 보다 잘 예방하고 대처하기 위해서는 대장 내시경 검사가 중요하다. 유럽 등 서구 국가에서는 대장 내시경으로 용종을 미리 제거해 10년 전 대비 대장암 발생률이 30%나 감소한 경험이 있다.

때문에 만 50세 이상이거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 대장암 발생 가능성이 두 배 이상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대장 내시경을 필수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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