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항암제, 유전자치료제 등 기존에 대안이 없던 질환에 희망을 안기는 신약들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등장하는 신약의 대다수는 소시민들이 감당하기 벅찰 정도로 비싸다.

실제로 1회당 수천만원, 연간 수억원이 드는 신약까지 나왔다. 다행히도 우리나라에선 이러한 초고가의 약들을 소시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있다. 바로 ‘국민건강보험’이다.

보험급여 목록에만 등재되면 약값을 적게는 1/10만 부담하면 된다(그럼에도 만만찮은 가격의 약들도 상당하지만 말이다). 때문에 환자들은 신약의 보험급여 등재 소식을 목 놓아 기다린다.

이 과정에서 언론은 ‘그림의 떡’이란 표현을 쓰며 정부와 제약사의 전향적인 급여 전환을 촉구한다. 기자 또한 그러한 기사들을 적잖이 써 왔다.

고백컨대 이러한 기사를 쓰면서 보험 재정에 대한 고민은 크게 하지 않았다. 그러기엔 만났던 환자들의 목소리가 너무나 간절했다.

생명보다 더 중한 것은 없다는 ‘진리’만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한편으론 ‘한국은 신약 도입 기간이 너무 길다’라는 제약업계의 줄기찬 주장이 머리에 박혔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성모병원 민창기 교수(대한혈액학회 다발성골수종연구회 위원장)의 언론과 환자들을 향한 당부는 기자에게 적잖은 울림을 남겼다.

민창기 교수는 지난 18일 한국얀센이 주최한 다발골수종 ‘다잘렉스’ 급여 출시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다발골수종 치료 현황 등에 대한 강연 후 사회자가 마무리 발언을 하려고 할 때 재차 발언을 요청했다.

앞서 다발골수종 4차 치료에 단독요법으로 허가된 다잘렉스의 치료 시점을 앞당기는 것과 병용에 대한 질문이 나왔는데, 이에 대한 답변이 미진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민 교수는 관련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다잘렉스의 1차, 2차 치료 적용을 준비해야겠지만 현재는 허가된 범위에서 잘 사용해서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다시 마이크를 잡은 민 교수는 환자들이 신약의 허가나 새로운 연구들을 듣고 와 자신도 쓸 수 없겠냐고 물을 때면 “스스로 무능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을 했다. 혈액암의 석학인 민 교수가 새로운 연구들에 대해 모를 리는 만무할 터, 그러한 정보를 알고 있었으면서도 환자의 경제적 부담, 정책적 상황 등을 고려해 말을 꺼내지 못하는 상황을 토로한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현 국내 신약 도입 등의 상황이 비관적이지 않다고 했다.

그는 “미국과 같은 경우 임상시험이 워낙 많이 진행되고 또 민간 주도 보험시스템이라서 신약의 도입이 빠른 반면, 한국은 (시장 규모도 작고) 국가 주도 보험시스템이다. 또 많은 국가들이 한국과 같다. (한국 등과 같은) 이런 상황이 오히려 신약을 더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도 있다. 그리고 다잘렉스 단일요법이 다른 나라보다 빨리 급여적용이 이뤄졌듯, 최근 (환자들을 위한) 상황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들이 보다 정확한 정보와 (국내) 상황을 인지할 수 있도록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의 신약이 속속 국내에 도입될 것이고, 그 중엔 고가의 신약이 적잖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환자들의 바람에 못 미치는 상황이 연출될 것도 자명하다.

이럴 때마다 ‘그림의 떡’ 운운하는 것이 정말 환자에게 필요한 것인지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약에 대한 장단점과 국내의 현실, 임상적 여건 등 정확한 정보 전달이 필요함을 새삼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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