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조건부급여를 결정하며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부속합의 후 급여 등재가 예고됐던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제 다케다 '알룬브릭(브리가티닙)'이 지난 18일 공단과의 합의를 마쳐 19일부터 급여 적용된다.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서 경쟁력을 잃은 화이자 '잴코리(크리조티닙)'는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ROS1 양성 비소세포암 환자에서 급여 확대를 예고해 또 한번의 기회를 맞았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4일 고시한 '약제 급여 목록 및 급여 상한금액표' 별지4 약제에 대한 부칙 단서조항에 따라 19일부터 알룬브릭의 보험급여 적용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알룬브릭은 작년 11월 30일 허가 후 140여일 만에 초고속 등재됐다. 알룬브릭의 급여상한금액은 30mg 2만9,709원, 90mg 6만9,322원, 180mg 10만3,984원이다.

알룬브릭이 급여 등재됨에 따라 잴코리로 치료 실패한 역형성 림프종 인산화효소(Anaplastic Lymphoma Kinase,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은 2차 치료에 '자이카디아(세리티닙)', '알레센자(알렉티닙)'에 더해 '알룬브릭'까지 3가지 치료제 사용이 가능해졌다.

한국다케다제약은 "알룬브릭은 크리조티닙 실패한 환자들에게 기존 치료제 대비 2배에 가까운 무진행생존기간 중간값 16.7개월을 보여 의료진, 환자들의 미충족 수요를 해결할 수 있는 치료제"라며 "국내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과 경제적 부담을 더욱 낮추기 위해 최대한 빠르고 적극적으로 보건당국과 협상을 진행했다. 앞으로도 치료제 공급 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알룬브릭은 2017년 4월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최초 허가를 획득했으며, 2018년 11월에는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의 승인을 받았다.

영국 국립보건임상평가연구소(The National Institute for Care and Health Excellence, NICE)는 올해 2월 영국과 웨일즈에서 국민의료보험(National Health Service, NHS) 통해 알룬브릭을 ALK 양성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에 사용하도록 권고했다.

이 결정은 작년 NICE가 알룬브릭이 비용효과적이지 못하다는 의견을 밝힌 후 내린 결과여서 주목을 받았다.

NICE는 "다케다와의 상업적 합의 및 추가적인 경제적 모델 자료 제출에 따라 NHS 적용을 권고하게 됐다"며, "더이상 잴코리가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 고려되지 않기 때문에 향후 2차 치료에서 알룬브릭의 사용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는 국내 상황과도 다르지 않다. 현재 국내에서는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는 잴코리, 자이카디아, 알레센자 등이 모두 급여 적용되고 있다.

1세대 ALK 억제제인 잴코리보다 치료효과 및 부작용이 개선된 2세대 ALK 억제제들이 등장하고 작년 말 급여 등재되며, 잴코리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다.

실제로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안진석 교수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알레센자는 잴코리 대비 약 3배 이상 개선된 무진행생존기간(Progression-Free Survival, PFS)을 확인했으며,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을 비롯한 암 치료 분야에서는 가장 효과가 좋은 치료제를 먼저 사용하는 것은 일종의 진리"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심평원이 ROS1 양성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에서 잴코리의 급여기준 확대를 예고하며, 잴코리는 또 한번의 기회를 맞았다.

17일 심평원은 '암환자에게 처방·투여하는 약제에 따른 공고 개정(안)'을 공개하며, '크리조티닙(잴코리캡슐)은 'ROS1-양성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의 치료' 허가가 추가됐고, 'ROS1 동반진단 검사(AmoyDx ROS1 gene fusions detection kit)'가 급여등재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최근 발표된 국내 연구에 의하면, 2014~2017년 폐암 환자 1,110명에서 ROS1 돌연변이 스크리닝 분석한 결과 국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3%가 ROS1 돌연변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