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인보사 연구개발한 연구원 중 지금까지 남아있는 유일한 인물
코오롱생명 "티슈진에 자료요청 중"…미국법인 티슈진 강제조사 불가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의 293세포 혼입 원인과 시기가 안갯속인 가운데, 초기 연구를 총괄했던 코오롱티슈진 노문종 대표(CTO)가 '키맨'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노 대표는 문제가 불거진 지 3주가 지나도록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현재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 2액(형질전환세포)에 GP2-293(이하 293세포)이 혼입된 이유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못 하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 이우석 대표와 김수정 상무는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293세포가 걸러지지 못할 가능성이 적은 것은 맞다"라면서도 "세포를 걸러내는 필터 일부가 찢어져 있었거나 다른 데서 묻어서 오염됐을 수 있는데 모두 추측일 뿐이며, 당시 연구원 등을 대상으로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초기 인보사를 연구개발했던 티슈진 연구원들은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나간 상황"이라며 원인 파악의 어려움을 표했다.

인보사의 근간이 되는 초기 물질은 '티슈진'으로 코오롱 중앙연구소 생명공학연구팀이 개발을 주도했다. TGF-β 물질을 분비하도록 유전자 조작한 세포를 개발하는데 성공한 연구팀은 치료제로 상품화하기 위해 미국에 코오롱티슈진을 세워 마스터세포은행(MCB)을 구축했다.

반면, 코오롱생명과학은 티슈진이 구축한 셀라인을 토대로 임상 및 허가 등을 담당했다.

김수정 상무를 비롯해 코오롱생명과학 연구개발을 책임지는 유수현 상무, 최헌식 상무 등은 모두 2010년 이후에야 코오롱과 연을 맺었다. 즉, 초기 개발의 의문을 풀 열쇠는 모두 코오롱티슈진이 쥐고 있는 셈이다.

그 중에서도 코오롱티슈진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초기 연구원인 노문종 최고기술책임자(CTO)이자 대표이사가 인보사 의문을 해소할 수 있는 '키맨'으로 꼽힌다.

코오롱티슈진의 연구개발과 임상을 총괄하는 노 대표는 오는 5월 23일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었던 이범섭 대표가 지난 3월 27일 돌연 사임하면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11일 간담회에서 이우석 대표는 "문제가 된 2003년 세포주(셀라인)를 구축하는데 관여한 사람은 현재 티슈진에 남아있지 않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노 대표가 있었으며, 심지어 인보사 초기 물질 개발을 주도한 장본인이었다.

서울대 미생물학과를 졸업해 카이스트에서 생명과학 박사 학위를 받고 코오롱에 입사한 노 대표는 1990년대 중후반 당시 코오롱 중앙기술원 생명공학연구실장으로서 인하대학교 이관희 교수팀과 인보사 연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공동 연구팀이 인보사 초기 물질 개발에 성공하면서 노 대표는 특허 발명자로 등재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코오롱티슈진에서 인보사 상업화를 주도한 노 대표는 지금까지 티슈진 연구개발 및 임상을 총괄하고 있다.

하지만 노문종 대표는 코오롱 내에서 293세포 혼입 배경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유일한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인보사 문제에 대한 어떠한 언급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현재 노 대표는 미국에서 FDA(식품의약국) 대응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그 사이 국내에선 자료 조작이나 제3의 세포일 가능성 등 2액 세포 성분을 둘러싸고 온갖 의혹이 번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코오롱티슈진 조사를 우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93세포 오염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선 초기 인보사 연구 자료와 MCB가 핵심인데, 이는 코오롱티슈진만 갖고 있다.

이에 식약처는 코오롱티슈진 본사 방문을 코오롱생명과학에 요청한 상태다. 하지만 미국 법인인 코오롱티슈진이 거절하면 식약처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

게다가 식약처 담당자들은 "코오롱이 외형적으로는 식약처에 협조하는 모습을 취하지만 실질적으로 협의한 것은 없다"며 요청한 자료들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을 갖고 있다.

현재 국내 대응은 코오롱생명과학이 전담하면서 코오롱티슈진은 한 발 뒤로 물러나 있다.

코오롱티슈진 대표이사이기도 한 이우석 대표마저 "저희(코오롱생명과학)도 자료를 공개하겠지만 상당 자료는 티슈진으로부터 받아야 한다"며 코오롱티슈진과 별개라는 뉘앙스를 풍긴 바 있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2액 세포에 대한 의혹이 일파만파 퍼지는 상황에서 티슈진의 속 시원한 설명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며 "물론 미국 임상 재개도 중요하겠지만, 국내는 인보사 존폐가 달려있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노문종 코오롱티슈진 대표가 직접 나서지 않는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아마 과거 자료를 토대로 계속 293세포 혼입 원인을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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