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은 아니지만 병원에서 일합니다> 저자 이혜진 메디컬커리어연구소 대표

병원 경영을 말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병원 문화를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메디컬커리어연구소 이혜진 대표가 ‘특별한’ 이유다.

이 대표는 병원에서 15년 넘게 근무했지만 의료인은 아니다. 병원코디네이터라는 말이 낯선 시절부터 병원코디네이터로 병원에 근무하면서 총괄실장까지 지낸 베테랑으로, 병원의 사정을 속속들이 안다. 그리고 지금은 의료경영컨설턴트이면서 병원 문화 개선을 위한 ‘교육’에 전념하고 있다.

그가 병원 문화를 강조하게 된 데는 경험이 한몫했다. 이익만 강조하는 병원은 꼭 ‘탈’이 났다. 환자를 진료하는 병원에서 근무하는 만큼 의료인뿐 아니라 비의료인도 어느 정도는 임상 지식을 갖추고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하지만 이런 교육 체계를 갖춘 병원은 많지 않다.

그가 <의료인은 아니지만 병원에서 일합니라>라는 책을 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저서에는 그가 병원코디네이터로 첫 발을 내디딘 순간부터 상담실장, 중간관리자, 총괄실장이 되는 과정이 담겼다. 이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이 쓴 ‘자기계발서’ 같지만 아니다. 오히려 실용서에 가깝다. 한발 한발 앞으로 나갈 때마다 부딪쳤던 현실의 벽을 어떻게 뛰어 넘었는지를 실제 사례를 들어 알려준다.

<의료인은 아니지만 병원에서 일합니다> 저자인 이혜진 메디컬커리어연구소 대표는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공부하고 발전하는 병원 문화가 정착하려면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6년의 산고 끝에 나온 책 <의료인은 아니지만 병원에서 일합니다>

이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6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처음에는 막연히 ‘잘나가던 시절’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병원 매출 10배 올리기’를 주제로 책을 내보라는 권유도 받았다. 하지만 저술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수록 자신이 책에 담고 싶은 내용은 그런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비의료인의 시각에서 병원 경영과 실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도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병원코디네이터들에게 다양한 길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렇게 써 내려간 이야기는 A4 용지로 1,000장이 넘었다. 출판을 거절당해 눈 내리는 날 강남 한 가운데 주저앉아 울기도 했다. <의료인은 아니지만 병원에서 일합니다>는 그렇게 어렵게 세상 밖으로 나왔다.

“팔리는 책을 내길 원하다보니 원장들을 상대로 ‘병원 매출 10배 올리기’라는 내용을 쓰자는 제안도 받았다. 하지만 싫었다. 평소에도 그런 말을 쉽게 하는 걸 싫어한다.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따로 있었다. 병원에 필요한 경영을 실무와 접목해서 쉽게 풀어내고 싶었다.”

'직원의 지식이 힘이다"…경험에서 깨달은 교육의 중요성

그가 병원 경영에 있어 교육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 건 한 대형 성형외과에 근무했던 시절이었다.

총괄실장을 맡았던 병원이 유명해지면서 강남 한 유명 성형외과에서 같이 일해보자며 그를 찾아왔다. 그동안 주로 치과 쪽에서 일해 왔던 터라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었던 그는 이직을 결심했다.

하지만 막상 가보니 몸집은 컸지만 내부 운영 체계는 부실했다. 상담을 맡은 직원들은 기본적인 임상 지식도 갖추지 않고 있었다. 비단 이 병원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당시 성형외과나 피부과 대부분은 상담을 맡는 직원들을 교육시키는 시스템을 갖추지 않고 있었다.

“환자에게 설명을 잘못하면 큰 일이 생길 수도 있는데 당시 성형외과나 피부과 대부분 이런 부분이 약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성형외과나 피부과에 와서 상담을 하다 보니 물건을 판다는 느낌이 강했다. 인센티브 때문인지 수술할 필요가 없는 환자에게도 일단 권하고 보는 경향이 있었다. 교육을 통해 이런 문화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우선 자신이 속한 성형외과부터 바꿔나갔다. 다른 부서들과 협업해 주제별로 교육을 진행했다. 되도록 관련 분야 전문가가 교육을 맡도록 했다. 원장의 의지도 강했다. 정기적으로 교육이 진행되면서 상담 내용이 바뀌는 등 변화도 생겼다. 교육의 효과를 다시 한 번 경험한 것이다.

“원장이 변해야 병원도 변한다”

그래서 그는 지난 2010년 메디컬커리어연구소를 설립했다. 2년 가까이 성형외과 총괄업무와 연구소 일을 동시에 했지만 지금은 병원은 관두고 컨설팅과 교육에만 전념하고 있다.

<의료인은 아니지만 병원에서 일합니다> 저자인 이혜진 메디컬커리어연구소 대표.

“강의를 들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배운 내용을 현장에 적용하고 있는데 맞게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이다. 병원 내에서 길을 알려주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나도 그랬다. 그래서 교육을 시작했고 핵심적인 내용들을 책으로 정리했다. 책에 담을 내용을 선별하고 그 순서를 정하는데도 심혈을 기울였다. 하고 싶은 말이 제대로 전달되길 바란다.”

그가 이 책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현재 병원코디네이터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왜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지 고민하면서 직업관과 사명을 바로 세웠으면 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 머무는데 만족하지 말고 비전을 더 크게 가졌으면 한다. 많은 길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병원코디네이터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돈 때문에 이 분야로 오려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오직 그 이유 때문이라면 다른 직업을 알아보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꾸준히 공부하고 자신을 발전시켜야 금전적인 보상도 따라온다”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원장의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동안 여러 병원에 근무하면서 내린 결론은 “원장이 변해야 병원도 변한다”는 점이다.

“중간관리자를 구해 달라는 원장들이 많다. 그런데 괜찮은 중간관리자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지 않는다. 현장에서 키워야 하는데 현재 의료현장은 그런 문화가 없다. 병원이 잘 운영되려면 원장이 체계를 세워 직원들을 관리하고 키워야 한다. 직원은 싼 값에 쓰고 버리는 소모품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차근차근 꿈을 이루고 한 단계씩 발전한 그는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공부하고 발전하는 병원 문화를 만들기 위해 진행하는 교육을 통해 후배를 양성하고 그 후배들이 또 다른 후배를 양성하는 선순환 고리를 만드는 게 그의 또 다른 꿈이다. 그는 이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강단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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