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산 대상에 한의사 전문의 포함 유력…복지부와 사실상 합의
한의협 "한의사는 안되고 예방의학과는 된다? 신경과 주장은 팀킬"

요양병원 전문의 가산 과목 제한 폐지를 요구해왔던 의료계가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나게 됐다. 정부가 요양병원 전문의 가산 과목 제한을 없애기로 하면서 한의사 전문의도 포함시키는 것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양병원 전문의 가산제도는 내과, 외과,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의학과, 가정의학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등 8개 전문과의 전문의 채용 비율이 요양병원 전체 의사의 50% 이상일 경우 수가의 20%를, 50% 미만인 경우에는 수가의 10%를 가산해주는 것을 말한다.

이에 비뇨의학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일부 전문과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제도 개선을 촉구해 왔고, 결국 지난해 12월 27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전문가산 과목 제한을 폐지하기로 했다.

다만 요양병원 특성에 따라 필요로 하는 과목의 전문의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되, 1등급 가산을 위한 전문의 확보 비율(현행 50%)은 추후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한의계에서 요양병원 전문의 가산 대상에 한의사 전문의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실제 한의계는 전문의 가산 과목 제한 폐지가 결정된 건정심 회의에서 ‘유관전문과목 폐지 시 의과뿐만 아니라 한의과 전문과목 인정’ 및 ‘요양병원 가산 시 전문의 확보율 상향조정은 추가 논의 후 2019년 건정심에서 다룰 것’ 등을 건의했다.

그리고 지난 1월 18일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요양병원수가개선팀과 ‘요양병원 입원료 차등제 관련 1차 간담회’를 갖고 ▲한의사 전문의 반드시 포함 ▲전문의 확보율 60% 상향에 합의하되, 2022년 1월 시행되는 가산율 5% 인하 시점까지 유예나 전문의 가산제 자체 폐지 및 환자 당 의사·한의사 수 기준을 32:1 이하로 한 1등급 구간 신설 등을 요구했다.

같은 달 29일 열린 2차 간담회에서는 ▲한의사 전문의 포함 ▲전문의 확보율을 60%로 상향하되 중간에 55% 적용을 통해 충격을 완화하자는 사실상 합의안이 마련되기도 했다.

이처럼 정부가 요양병원 전문의 가산 대상에 한의사 전문의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의료계도 강력히 반발했다.

대한신경과의사회는 지난 10일 성명을 통해 “의료계에 어떠한 입장을 묻지도 않고, 한의계 측이 주장한 ‘기존 재직자들의 실직문제’라는 해괴한 밥그릇 논리를 수용한 복지부의 졸속 탁상행정에 심히 유감을 표한다”면서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의 건강과 보건을 염려한다면 요양병원 전문의 가산 인력에 한의사라는 비전문가를 포함시키는 악수를 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신경과의사회는 “요양병원 전문의는 환자의 건강과 안전 관리 뿐 아니라 만성질환, 감염병, 신경계 질환의 예방과 관리 등 전문의학지식을 갖춰야 하기에 체계적으로 의학지식을 습득하고, 전공의 수련을 받은 의사 전문의로 국한됨이 당연하다”면서 “의사와 한의사는 다른 직군의 의료인데도 불구하고 요양병원 전문의 가산제 개편안에 한방전문의를 포함시키는 건 노인과 국민 건강을 기만하는 일”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도 본지와 통화에서 “요양병원이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선 주치의 역할이나 의료행위를 제대로 할 수 없는 한의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의사 전문의에 가산을 주는 건 요양병원 질 향상에도 역행하는 처사”라고 피력했다.

하지만 한의계에서는 요양병원 전문의 가산 대상에 한의사가 포함되는 건 당연하다는 입장을 표했다.

대한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의과 과목 제한을 푸는 건 좋지만 갑자기 가산율을 높이면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한의사 1,800여명 중 적어도 1,000명에서 많게는 1,500명까지 일자리를 잃게 된다”면서 “멀쩡히 일하던 사람들을 내보내면서 가산을 주겠다고 의과 전문의만 확대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피력했다.

이 관계자는 “‘한의사 1,500명이 실직하고 로컬로 나오면 한의계 개원가는 끝장’이라는 이야기를 정부에 했고, 결국 가산 전문의에 한의사도 같이 넣어주는 걸로 협의가 끝났다”면서 “다만 지난 12일 열린 건정심에서는 전문의 가산 내용 자체가 빠졌다. 재정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문의 가산 대상에 한의사를 포함시켜선 안 된다’는 의료계 주장을 강력 비판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의과에서 한의사 전문의들을 물고 늘어지고 있는데 (그런 논리라면) 산업의학과나 예방의학과 등 임상을 안 하는 곳도 마찬가지 아니냐”면서 “신경과 성명서는 팀킬(team kill)을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의사 전문의는 중풍 급성기 및 후유증, 근골격계를 관리하는데 특화된 사람들”이라며 “협회는 계속적으로 (요양병원 전문의 가산 대상에 한의사 포함을)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한 의료계 관계자는 “어렵게 요양병원 8개과 제한을 풀었는데 개편 논의가 산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 너무 안타깝다”면서 “한방이 끼면서 논의가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요양병원 수가 개편은 국민에게는 양질의 진료를 보장하고 의사에게는 불필요한 차별을 없애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면서 “각 직역마다 입장이 있겠지만 무조건적인 주장은 옳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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