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코오롱 늑장대응에 인보사 처방은 지속…3월 인보사 맞은 환자수 파악조차 못해

2월 말,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 인보사 세포 성분 문제 인지.

3월 22일, 코오롱생명과학,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문제 보고.

3월 31일, 식약처, 인보사 판매중지 조치.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에 문제가 생겼음을 인지한 뒤 판매중지 조치가 내려지기까지 한달이란 기간이 소요되면서, 식약처와 코오롱생명과학 모두 '부실 대응'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이 기간 동안 인보사를 처방받는 환자가 발생했지만, 정부와 회사 모두 이를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코오롱생명과학에 따르면, 회사는 2월 말 파트너사인 바이오릴라이언스로부터 미국 임상시험용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용세포은행(WCB)의 일부 세포가 293 유래 세포일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이에 회사는 국내 판매용 제품을 생산하는 다른 WCB 및 제품에 대한 검사를 의뢰한 후 지난 3월 14일 검체를 발송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월 말에는 293유래세포라는 '가능성'을 알았을 뿐 데이터에 대한 검증 절차가 완료되지 않은 단계라 확인이 필요했다"며 "이 때문에 바로 식약처에 보고하지 않았던것"이라고 밝혔다.

또 "질병·장애·사망 등 심각한 위험 사례가 발생하지 않았으므로, 15일 이내에 반드시 식약처에 보고해야 할 사안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약사법 위반 의혹을 일축했다.

그러나 심각한 위험 사례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걸러졌어야 할 293세포가 인보사 WCB 세포에 혼입됐고, WCB 세포는 하나의 마스터세포주로부터 나오는 만큼 국내 환자에게도 293세포가 투약되고 있었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늑장 공개'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인보사 문제를 보고받고도 즉각 환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식약처는 더 큰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가 해당 사실을 인지한 건 미국용 세포의 중간검사 결과가 나온 지난 3월 22일이다. 하지만 식약처는 그로부터 9일이 지난 31일에야 판매중지 조치를 취했다.

식약처는 22일부터 대응책 마련에 나섰음에도 가장 중요한 환자들에겐 어떠한 조치도 내리지 않았다.

식약처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22일 중간 결과를 보고받을 당시 최종 결과도 같을 것이라 여기고 이미 대응을 준비하던 중이었다"면서도 즉각 판매 중지를 내리지 않는데 대해서는 "처음 겪는 일이라 일단 문제가 정확히 뭔지 파악하는 게 우선이었다"고 해명했다.

결국 처방되지 않아야 할 의약품이 회사와 식약처의 미진한 대응으로 한동안 환자들에게 그대로 노출되고 있었던 것이다.

더욱이 식약처와 코오롱생명과학은 3월에 인보사를 처방받은 환자수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식약처와 코오롱생명과학이 공개한 인보사 처방 환자 수는 집계일이 2월 28일까지다.

그러나 코오롱생명과학은 2월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인보사가 지난해 12월 기준 시술 건수 2,600건을 돌파했다. 2017년 11월 국내 출시된 인보사는 매월 200건 이상의 시술 건수를 유지, 시장 안착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다"고 자랑하기까지 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의 말대로라면 판매중지 조치가 내려진 3월 31일까지 200건의 처방이 이뤄진 셈인데 이와 관련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 3월 처방 환자 수는 파악된 바가 없으며, 코오롱생명과학에 요청해야 알 수 있다"고 답했다.

코오롱생명과학도 "3월 처방 환자 수를 현재 파악 중"이라고만 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