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협상 생략 약제 3종 조건부 급여에 "현행 규정 위반"

약가협상지침 개정을 추진 중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개정이 완료되지도 않는 지침 내용을 일부 의약품 급여 등재 과정에 적용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공단은 작년 불거진 리피오돌 사태 등으로 의약품의 원활한 공급과 환자보호 조치 필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관련 내용을 담은 부속합의서를 약가협상지침에 반영하는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문제는 완료되지 않는 부속합의서 내용을 현재 급여 절차를 추진 중인 제품들에 적용했다는 점이다.

가장 최근 건보공단과 약가협상을 마친 '스핀라자', '다잘렉스', '프롤리아' 등도 이러한 내용을 담은 부속합의서를 작성했다. 해당 제약사들은 약가협상을 진행 중 공단의 요구에 따라 부속합의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지난 3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약가협상 생략 약제인 '알룬브릭', '파슬로덱스', '아고틴' 등 세 약제는 예상사용량 및 환자보호조치 등의 부속합의가 이뤄진 뒤에야 급여 가능토록 조건부 의결됐다.

약가협상 생략 약제는 공단과의 약가협상 절차를 면제하고 협상에 준하는 가격으로 약을 조기 급여등재함으로써,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행정력을 낭비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때문에 약가협상 생략 약제는 건정심 의결에 따라 약가가 고시되고 난 뒤 제약사와 공단이 부속합의 협상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알룬브릭 등은 기존의 약가협상 생략 약제가 밟아왔던 행정적 절차와는 달리, 건정심 이전 부속합의서를 작성케 한 것이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가 이러한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KRPIA는 건정심 직후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심평원에 "건정심의 조건부 급여 의결은 현행 규정 위반이며, 제도 변경을 위해서는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야 하고 이에 따른 규칙 개정을 통해 법적인 근거를 마련한 다음 제도를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KRPIA는 의견서에서 "건정심의 (알룬브릭 등 세 약제의) 조건부 급여 의결은 약가협상 생략제도의 본래 취지를 훼손시키고, 현행 규정상의 절차에도 어긋난다"며 "현재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11의 2조 제7항 제2호에서는 '30일 이내 심의위원회(건정심) 심의를 거쳐 이후 고시를 하고 이 (약가협상 생략)약제에 대하여 30일 이내 공단에 협상을 명령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결정인 만큼 예상 청구금액 설정, 부속합의 절차를 예외적으로 신속하게 진행해 해당 약제의 보험등재가 하루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부에 노력과 협조를 요청한다"고 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공단 측 역시 "해당 3종 약제들이 신속하게 보험 적용이 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공단은 이달 5일자로 세 약제에 대한 약가협상 명령을 개시해 현재 제약사들과 부속합의 협상을 진행 중이다.

해당 제약사들인 한국다케다제약(알룬브릭), 한국아스트라제네카(파슬로덱스), 환인제약(아고틴) 역시 최대한 빠르게 약제가 급여 등재될 수 있도록 부속합의 협상에 임한다는 입장이다.

다케다 관계자는 "이달 내 '알룬브릭' 급여 등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목표를 잡고 부속합의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케다는 작년 11월 '알룬브릭'의 허가 이후 4월 급여 등재를 목표로 초고속 행보를 밟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환인제약 역시 '파슬로덱스'와 '아고틴'의 최대한 빠른 등재를 최우선으로 하여 협상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공단은 안정적 공급 및 환자보호 조치 등의 내용이 포함된 약가협상지침 개정안을 이르면 이달 말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그 전에 관련 업계 등을 대상으로 의견수렴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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