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연구자들 "세포 배양 등 과정서 패턴·발현 달라 모르기 힘들다" 한목소리

인보사-K에 대한 코오롱생명과학의 해명을 두고 여러 의혹이 일고 있다. 그중 하나는 세포 규정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무려 15년간 임상 등을 하면서 전혀 눈치채지 못했냐는 점이다.

앞서 코오롱생명과학은 "2004년 세포 특성 분석을 했을 땐 연골세포의 특성만 나타나고 293 세포의 특성은 나타나지 않아 연골유래세포로 판단했었지만, 최근 STR 기법으로 분석한 결과 293 유래세포로 확인됐다"고 지난 1일 밝혔다.

293 유래세포, 즉 HEK-293는 연골세포와 확연히 다른 형태를 보인다. 연골세포는 넓적하고 둥근 형태인 반면, HEK 293은 뾰족뾰족한 모양을 띤다.

염색체 수도 다르다. 연골세포는 같은 염색체가 쌍을 이루는 복상(2n)으로 총 46개 염색체를 지니지만, HEK-293은 일부 염색체가 3개의 복사본을 가져 46개보다 더 많은 수의 염색체가 존재한다.

연골세포(좌)와 HEK-293 세포(우) (사진 위키피디아)

숫자나 모양 등 염색체의 외형적인 부분을 볼 수 있는 핵형 분석만 해도 충분히 세포가 달라졌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코오롱생명과학은 "레트로바이러스가 자신의 유전자를 염색체상에 군데군데 박아넣으면서 핵형이 상당히 불안정해진다"며 "여기에 방사선 조사로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세포와 모양이나 핵형이 굉장히 달라졌다 "고 거듭 해명했다.

그럼에도 연구자들은 "이해가 어렵다"는 반응이다.

암세포처럼 무한 증식이 가능하도록 형질전환된 293세포는 증식 속도나 발현 등 정상세포인 연골세포와 확연히 다른 패턴을 보이기 때문이다.

한 연구기관 소속 A연구원은 "형질전환이 심하면 모양이 변해 구분이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배양 과정이 있다면 세포가 자라는 속도, 대사속도 등만 확인해도 연골세포와는 다르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을 것"이라며 "당시 STR 검사가 없는 것도 아니었고, 꼭 그 검사가 아니더라도 검증할 방법은 많은데 세포주 재검증이 전혀 없었다는 것도 놀랍다"고 지적했다.

바이오업계 B연구원도 "세포를 만들었으면 스펙을 정할 때 당연히 연골세포에 해당하는 스펙을 잡았을 거다. 실제론 293 세포였으니 만드는 것마다 다 기준에서 벗어나거나 특정한 단백질 패턴이 나타나거나 했을 텐데 어떻게 몰랐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건물로 비유하면, 핵형분석을 할 때 연골세포가 건물 20채를 바라보는 느낌이라면 293 세포는 30채를 멀리서 바라보는 느낌이다. 즉, 연골세포가 형질전환으로 핵형이 바뀐다 해도 건물 20채에서 한두 채 늘어난 수준일 텐데, 건물 30채인 293 세포와 구분 못 할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사가 15년간 눈치채지 못했다면 세포 품질관리(QC)에 대한 직무유기라는 지적도 나왔다.

A연구원은 "무책임한 QC 과정으로 환자들을 위험에 처한 것에 대한 큰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바이오 업계 C연구원도 "연골세포와 293세포는 아예 다른 수준인데 그동안 QC시험을 어떻게 했는지 궁금하다"며 "세포가 혹시 오염되지 않았는지 이상한 발현을 보이는지 등을 계속 확인하고 검사하는 건 당연한 작업인데 STR 검사가 의무가 아니어서 몰랐다는 건 무책임한 말"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