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 길병원 전공의 사망 이후 수련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전공의들의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특히 수련병원별로 전공의 노동조합 지부 설립을 추진하는 등 조직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난 23일 충남 천안시 단국대병원 회의실에서 ‘전국 전공의 대표자 대회’를 열고 전공의 노조 지부 설립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고 대정부 요구안을 마련했다.

대전협은 이날 길병원 전공의 신형록 씨 사망 이후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업무 강도 및 휴게시간 보장 설문조사’ 결과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눴다. 전공의 대표자들은 전공의 권리 보호를 위해 수련병원별 전공의 노조 지부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대전협 이승우 회장은 “임금 문제 등 전공의 처우는 물론 환자와 전공의 안전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법적 보호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전공의 노조 지부 설립이 필요하다”며 “이를 확대해 나갈 수 있도록 협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전공의가 당직 근무 중 사망하는 등 수련환경이 안전하지 못하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과 올바른 의료계 발전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성전 전공의협의회장은 “항상 묵혀있던 전공의 과로, 열악한 수련환경 문제가 신형록 전공의 사망으로 다시 한 번 지적됐다”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공의 1인당 환자 수 제한 등 요구

대전협은 이날 야간 당직 근무 시 전공의 1인당 환자 수 제한 등을 담은 대정부 요구안도 마련했다.

대정부 요구안에는 환자 수 제한 외에도 ▲병원평가지표에 입원전담전문의 비율 포함 및 별도 재정 지원 ▲의료기관 내 무면허 의료행위 근절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전공의 참여 확대, 수련환경평가 결과 공개 ▲전공의법 미준수 과목별 과태료 부과와 현지평가 시행 ▲전공의 참여하는 의료전달체계 개선 대책 마련 TFT 구성 ▲급여 및 심사기준 개선 논의 구조에 전공의 참여권 보장 등이 담겼다.

대전협은 “미국에서는 주치의 1인이 안전을 담보하면서 책임질 수 있는 환자 수가 최대 15명 선이라는 연구결과가 제시된 바 있다”며 “반면, 협회가 시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정규 근무 시 담당하는 평균 입원 환자 수가 전공의 1인당 평균 20명이 넘었고 당직 근무 시에는 평균 100명이 넘어가고 있다. 안전하게 진료하고 수련할 수 있는 환경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대전협은 또 “업무 강도에 비해 보상이 마땅치 않고 의료 소송 등 각종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큰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은 전공의 충원율이 높지 않다”며 “젊은 의사를 끌어오려면 수가 정상화는 물론 전공의 수련환경을 개선하고 체계적이 교육 과정 마련 등 다양한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국민 건강을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의학적 필요성의 우선순위에 따라 필수의료와 재난적 의료비 발생을 최소화하는 보장성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