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침해 소지”…국회에 의견 제출

정신의료기관 퇴원사실을 환자 동의 없이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장 등에게 통보하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이 헌법에 위반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국회의장에 “해당 법률 개정안이 헌법상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고, 정신질환을 이유로 한 차별행위에 해당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법률안 개정의 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비정신장애인에 의한 범죄율(1.4%)은 정신장애인에 의한 범죄율(0.1%)보다 15배 가량 높으며, 강력범죄의 경우도 비정신장애인 범죄율(0.3%)이 정신장애인 범죄율(0.05%)에 비해 6배 가량 높다.

하지만 일부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가 언론에 부각되면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자·타해 또는 치료중단의 우려가 있다고 진단하거나 입원 전 특정범죄경력이 있는 환자는 본인의 동의 없어도 의료기록 및 범죄전력을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에 통보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내용의 ‘정신건강복지법’ 일부개정 법률안 3건이 현재 국회에 발의 중이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상임위원회 결정을 통해 “해당 개정안의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되지만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먼저 “정신건강복지센터 사례관리요원 1인이 평균 70~100명의 환자를 지원하고 있는 현실에 비춰 볼 때,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대한 인력보강 및 기능강화 등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 없이 동의도 하지 않은 환자의 퇴원사실을 공유한다고 해서 입법목적 달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환자 스스로 동의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우선 고려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임의적 정보제공을 최우선의 수단으로 하는 등 완화된 수단을 고려하지 않은 점과 기본권침해의 원인행위인 위험성에 대한 판단을 정신과전문의 1인에게 위임하고 그에 대한 판단기준도 법령에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지 않은 점도 문제 삼았다.

아울러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정신의료기관이 모든 입퇴원환자에 대해 특정강력범죄전력에 대한 조회요청을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 “이는 과도한 개인정보조회에 해당한다”고 우려했다.

특히 “개정안이 구체적인 의료행정행위 및 범죄사실의 확인 등 명확한 목적의 이유로만 개인민감정보를 수집·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의료법’ 및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에 비해 정신질환자의 경우에만 과도하게 정보제공을 허용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한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개정안의 목적이 현행법 제64조(외래치료명령) 등을 통해서도 달성가능하다는 점이 고려됐다.

인권위는 “UN총회에서 결의된 MI원칙에 따르면, 모든 정신질환자는 인간 고유의 존엄성을 바탕으로 치료받을 권리가 있으며, 정신질환이 있다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와 가급적 개인의 자율성이 보장된 환경에서 치료받을 권리가 있다”면서 “과거 치료 또는 입원 기록 그 자체만으로 현재 또는 미래의 정신질환을 판단하는 근거가 될 수 없고 치료에 대한 비밀은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정신건강복지법 기본이념에 따라 모든 정신질환자는 정신질환이 있다는 이유로 부당한 차별대우를 받지 않고, 의료 및 복지서비스 이용 시 자기결정권을 존중 받아야 한다”면서 “과거 자·타해 전력이나 범죄경력을 근거로 다시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고 막연하게 추측, 개인 민감정보를 본인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제공하는 행위는 국제사회 및 국내법 체계에서도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