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요양병원협회, 요양보호사 중심 간병서비스 모델 제안…복지부 “갈 길 멀다”

요양병원들에게 간병비 급여화는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였지만 정부 입장은 달랐다.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는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과 함께 지난 20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요양병원형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도입 방안 모색 토론회’를 열고 간병비 급여화가 필요하다며 요양보호사를 중심으로 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제안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를 위한 서비스 유형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기는 어렵다면서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요양병원협회, 요양보호사 중심 ‘요양병원형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안

고려대 명순구 법학전문대학원장은 지난 20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요양병원형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도입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요양보호사 중심 모형을 제안했다.

고려대 명순구 법학전문대학원장은 이날 주제발표를 통해 일반병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모델을 요양병원에 그대로 적용하면 간호인력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요양보호사를 중심으로 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모델을 제안했다.

명 대학원장은 요양보호사 1명당 환자 6명을 기준(8시간 근무 3교대)으로 요양병원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도입에 필요한 인력은 10만2,800명이라고 추계했다.

2018년 최저임금을 반영한 요양시설 요양보호사의 평균 월급 225만5,000원을 기준으로 인건비를 책정할 경우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도입에 필요한 전체 요양보호사 인건비는 연간 2조7,818억원이다.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요양보호사 인건비에 본인부담률 20%을 적용하면 매월 소요되는 건강보험재정은 1,854억5,000여만원이다.

명 원장은 “요양보호사가 필수적으로 배치된다면 별도로 간호인력 추가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요양병원 입원 기준 정립을 통해 사회적 입원 환자들을 요양시설로 전환하고 요양시설 입소자들 중 요양병원 입원이 필요한 자들을 요양병원으로 전환한다면 간병인력도 이에 따라 이동할 것이므로 간병인력 확보 문제가 상대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명 원장은 이어 “건강보험 재정 상황을 고려할 때 초기 건강보험 소요 재정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본인부담률을 50%로 하면서 동시에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실시하는 비율을 의료필요도에 따라 제한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라며 “초기 소요 재정을 최소화면서 단계적 확산을 염두에 둔다면 전체 환자의 26% 정도인 의료최고도 및 의료고도 환자군에 대해서만 우선 적용하는 게 현실성 있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이 방안에 필요한 건강보험재정(국민건강보험공단 부담금)은 연평균 3,652억4,000만원으로 추산됐다.

노인요양병원협회도 요양보호사를 중심으로 한 요양병원형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필요하다고 공감했다.

노인요양병원협회 이윤환 기획위원장(경도요양병원 이사장)은 “요양병원의 특성상 인지기능과 신체기능이 저하된 노인 환자들의 낙상사고 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각 병실마다 간병사가 상주해야만 하다”며 “이에 필요한 인력은 간호인력보다는 간병인력 즉, 요양보호사와 같은 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2014년 자료에 따르면 간병인 서비스를 이용하는 환자 가정의 80.7%는 종일 간병인을 고용해 210만원의 간병비를 지출했고 이와 함게 지출해야 하는 수술비나 치료비까지 포함하면 경제적 부담이 매우 크게 작용한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간병 급여화의 한 형태인 요양병원형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요양병원 간병급여화는 노인 환자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것뿐만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된다”며 “국가가 환자 당 필요한 요양보호사의 수와 급여 등을 제도화한다면 8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고 했다.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와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 지난 20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요양병원형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도입 방안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에 신중한 복지부·공단…"건보재정 감안해야"

하지만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온도차를 드러냈다.

공단 김훈택 보장사업실장은 요양병원협회가 제안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모형을 현장에 적용하려면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며 중장기 과제로 가져가야 한다고 했다.

김 실장은 “요양병원 특성상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모형을 단순하게 확대 적용하기에는 면밀하게 들여다 볼 부분들이 있다”며 “현행 제도와 차별화된 정책 목표를 따로 설정해야 한다. 환자 분류 기준이나 적용 가능한 서비스 모형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기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요양병원에 단순하게 적용하는 게 수월하지 않다. 서비스 질과도 연결된 문제”라며 “요양보호사 활동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지, 어느 수준까지 보상할지 등에 대한 사전 연구가 없어서 인력 모형 개발과 함께 수가 산출 방법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급성기병원 입원 환자는 퇴원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 않지만 요양병원 입원 환자는 퇴원하고 나서 갈 곳이 없는 경우가 많다. 퇴원 이후 사회 복귀를 위해 커뮤니티케어 등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며 “건강보험 재정을 감안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복지부 정윤순 보험정책과장은 “갈 길이 멀다”며 건강보험 재정 문제를 꺼냈다.

정 과장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시행 이후 건강보험 재정이 당기 적자를 기록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건강보험 재정 문제를 볼 수밖에 없다. 보장성 강화와 비급여의 급여화로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생긴 적자이기는 하지만 우려가 큰 만큼 같이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 과장은 “간병이 건강보험으로 들어와야 하느냐를 오늘 이 자리에서 답하기 어렵다. 커뮤니티케어와 요양병원-요양시설 기능 재정립이 가시화되면 얘기할 수 있다”고도 했다.

요양병원들 “복지부 인식, 현장과 너무 다르다” 분통

복지부와 공단의 유보적인 입장 표명에 토론회에 참석한 요양병원 관계자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급성기병원과 요양병원을 같이 운영하고 있다는 한 원장은 “급성기병원보다 요양병원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더 급하다. 급성기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은 입원 기간이 짧지만 요양병원 입원 환자는 그렇지 않다”며 “의료의 질 저하를 걱정한다고 했는데 현재 상황보다 더 나빠질 수 없다. 상황 인식이 요양병원과 너무 달라서 놀랐다. 현장을 더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요양병원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요양병원을 적폐라고 해서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그런 부분을 지적하기 전에 요양병원들이 환경 개선을 위해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며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를 위해서는 많은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하루 빨리 도입해야 한다. 시급한 문제”라고 했다.

노인요양병원협회 이윤환 기획위원장은 “MRI나 상급병실 급여화가 그렇게 급한 일이냐”며 “돈이 없어서 침대에 묶여 있고 욕창이 생기는 환자들이 제대로 간병을 받을 수 있도록 급여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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