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검, 의료법 위반 및 사기 혐의로 수사 받은 비의료인 부부에 불기소 결정
김주성 변호사 “개설기준 위반 법리 명확히 한 사례…의료법인 취지 고려해야”

의료법인 운영에 다소 하자가 있더라도 이를 곧바로 사무장병원이라 볼 수 없다는 검찰 처분이 나와 주목된다.

청주지방검찰청은 최근 의료법 위반 및 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은 의료법인 A의료재단 B이사장과 그의 남편 C씨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비의료인인 B씨와 C씨는 지난 2014년 4월, A의료재단 전임 이사장에게 현금 10억원을 지급하고 A의료재단과 그 산하의 D병원을 인수했다.

이후 B씨는 이사장으로 취임했으며 C씨는 실질적으로 D병원의 모든 업무를 지배·관리했다.

그러던 중 D병원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이 이뤄졌고, 의료재단 운영에 다소 하자가 있음이 확인됐다.

이에 공단은 D병원을 사무장병원으로 판단, 수사기관에 B이사장과 C씨를 의료법 위반 및 사기 혐의로 수사의뢰했다.

이후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B이사장과 C씨를 검찰에 송치하자 공단은 D병원에 대해 요양급여비 지급보류처분과 2014년 5월 20일부터 2018년 9월까지의 요양급여비 총 141억 3,628만원에 대한 환수 처분을 내렸다.

검찰 수사 결과, B이사장과 C씨가 전임 이사장과의 개인적 계약으로 현금 10억원을 지급하고 의료법인 이사장 지위를 이전받은 점, C씨가 직원 채용에 관여하고 언론 인터뷰를 하는 등 이사장 행세를 한 점, B이사장 개인 계좌에서 의료재단의 법인통장으로 수십 회에 걸쳐 입출금이 이뤄진 점, A의료재단을 인수한 이후 정기이사회를 거의 개최하지 않고 감사가 실시되지 않았으며 임원변경 등을 관할관청에 보고하지 않는 등의 정관 위반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검찰은 B이사장과 C씨의 이러한 행위들이 의료법인을 형해화했다거나 의료법인의 실체를 부정한 것에까지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B이사장이 재직기간 중 이사회 승인 없이 개인계좌에서 법인계좌로 115회에 걸쳐 53억2,165만원을 입금하고 84회에 걸쳐 39억6,131만원을 출금했다”면서 “하지만 병원 운영을 위해 개인 자금을 더 많이 투입했고 가지급금 등으로 회계정리가 돼 있으며 병원 운영 수익과 관련해 횡령 등의 불법행위 사실을 인정할만한 자료는 발견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C씨가 이사장 직함을 행사하며 활동한 점은 부적절하다고 할 것이나 부인인 B이사장의 직무를 보조하기 위한 취지로 볼 여지가 있을 뿐 아니라 C씨의 행위가 의료법인을 배제하고 업무수행을 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면서 “피의자들을 포함한 비의료인이 의료행위에 관여한 정황 등 B병원의 불법적인 의료행위를 인정할만한 자료도 없다”고 전했다.

특히 검찰은 의료법인의 운영상 하자를 곧바로 사무장병원으로 연결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검찰은 “정기이사회를 개최하지 않고 감사가 실시되지 않았으며 임원변경 등을 관할관청에 제때에 보고하지 않은 점은 임무해태나 정관 위반을 이유로 의료법인 설립취소의 사유가 될 수 있을지언정 그 자체로 의료법인을 형해화했다거나 의료법인의 실체를 부정한 것에까지 이르렀다고 보기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또 피의자들의 행위가 영리를 목적으로 한 부당한 의료행위와 관련되지 않았고, 기본재산을 처분하거나 병원 수익과 관련한 횡령 등 불법행위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도 불기소 결정의 주요한 사유로 고려됐다.

사기 혐의와 관련해선 “D병원이 의료법인에 의해 정당하게 개설·운영되는 병원이기에 진료 대가인 요양급여비용 청구는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검찰의 불기소 결정으로 지역 유일의 응급의료기관인 D병원은 폐원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으며, 수사 과정에서 지역구 국회의원과 지자체장을 비롯 주민 1,300여명이 B이사장과 C씨의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법인 비위행위 존재하더라도 사무장병원으로 몰고가서는 안돼"

법무법인 반우 김주성 변호사

이번 사건을 담당한 법무법인 반우 김주성 변호사는 의료법인의 운영상 과실을 사무장병원으로 직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일반인이 의사면허를 취득하면 의료기관 개설 자격을 가지는 것처럼, 사인이 기본재산 출연을 토대로 국가로부터 의료기관을 개설자격을 얻는 게 의료법인 제도”라고 전제했다.

하지만 “공단은 유독 비의료인이 이사장인 의료법인에 대해 현지확인을 하고, 운영상의 하자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무자격자의 의료기관 개설, 이른바 사무장병원으로 몰아간다”면서 “이후 정당한 진료의 대가인 요양급여비용을 전면적으로 지급보류하고 지극히 정상적인 의료기관까지도 폐업에 이르게 하는 게 요즘 이슈화된 소위 ‘법인형 사무장병원’”이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D병원은 다행히 요양급여비 지급보류에 대해서 집행정지 인용결정을 받았지만, 상당기간 동안 공단의 지급거부로 고통을 받았다”면서 “초기부터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면 지금쯤 폐업에 이르렀을 게 너무도 자명하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의료법인은 어디까지나 의료법상 개설자격을 갖는 자이므로, 운영 과정에서 임원 등의 비위행위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 개별적인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묻거나 의료법인에 대해 설립취소 등의 행정제재를 내리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이를 사무장병원으로 몰고 가는 건 의료법인 제도의 기본적 취지와 상충한다”고 강조했다.

또 “의사가 병원을 운영하다 의료법위반 등을 이유로 면허가 취소되면 해당 병원이 사무장병원이 되는 것처럼, 의료법인 역시 설립허가가 취소되면 그때부터 속칭 사무장병원이 된다”면서 “이번 청주지검의 불기소 결정은 이러한 개설기준위반 법리를 명확히 확인해준 사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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