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진 저/건강미디어협동조합/232쪽/15,000원

동교동 사거리로 향하는 언덕빼기에 위치한 동교신경정신과의원을 운영하던 의사, 배기영 씨의 삶을 정리한 책이 나왔다.

저자는 자그마한 의원을 운영했던 의사를 책까지 써가며 기리는 게 의아할지도 모르지만 ‘의사답다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는 이 시대에 그의 삶이 전해주는 의미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기영 씨는 정신장애인 뿐 아니라, 노숙자, 고문 피해자, 수배 중인 학생 운동가, 사측의 탄압으로 정신적 피해를 입은 노동자 등 수많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헌신했다.

그의 실천은 사회적 재활을 강조한 정신보건법 제정, 고문 피해자의 첫 국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승리, 직장 내 ‘왕따’로 인한 노동자의 피해 최초 인정, 정신 질환의 산업재해 최초 인정 등 적지 않은 역사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저자는 배기영 씨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그의 성과보다 겸손한 삶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행적은 인간으로서 누구나 살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상황들이며 의사로서는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마주하게 되는 순간들에서 나왔다. 단지 그는 그 상황과 순간들을 외면하지 않고 그들에 반발짝 더 다가갔을 뿐이다.

저자는 그런 그를 세상 사람들이 각자의 아름다운 빛깔을 낼 수 있도록 하는 배경 같은 사람이라고 했다.

“세상의 배경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던 사람, 배기영 씨에게 이 책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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