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협 "만관제 시범사업은 원격진료 도입의 도구…의료계는 참여 철회해야"

보건복지부가 의료취약지를 중심으로 의사-환자간 원격의료를 추진하겠다고 하자 병원의사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12일 성명을 내고 “무리한 원격진료 시행을 위해 국민과 의료계를 기망하고 우롱한 복지부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복지부는 거짓말로 의료계와 국민을 속인 것에 대해 책임을 지고 원격진료 추진 철회와 함께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만관제) 시범사업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병의협은 “대한민국에서 원격진료를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는 대면진료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여러 가지 의학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지만 정부가 원격진료를 추진하려는 의도가 매우 불순하기 때문이기도 하다”며 "복지부가 그 동안 원격진료를 추진하지 않을 것처럼 거짓 행동한 것에 대해 심한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원격진료가 국내 실정에 맞지 않으며 여러 문제를 파생시키고 의료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병의협은 “외국에서 원격진료가 이용되는 경우는 넓은 국토로 인해 의료접근성이 극도로 떨어지는 지역에 한해서 의사들이 필요성을 먼저 인식하고 정부 등에 요구하여 이루어지는 경우”라며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현재도 대면진료를 원칙으로 하고 있고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이를 엄격하게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병의협은 “전세계에서 가장 의료접근성이 좋은 우리나라에서 원격진료를 추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원격진료는 환자를 직접 보면서 하는 시진, 청진, 촉진, 타진과 같은 기본적인 진찰이 불가능하기에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 진단이 잘못되거나 늦어지는 상황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병의협은 또한 “원격진료는 환자로 하여금 의료기관 방문을 등한시하게 만들고 환자가 의도적으로 데이터를 조작하거나 의사에게 잘못된 정보를 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며 “환자 정보의 무분별한 유출, 데이터 전송의 오류나 의도적인 조작의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과 범죄에 악용될 위험성이 항상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병의협은 “정부는 재정 절감을 주 목적으로 원격진료를 추진하는 것이며, 이는 급격한 의료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정부가 원격진료를 강행하려고 하는 이유는 의료기기업계에 당근을 주어 규제를 철폐한다는 이미지를 주면서도 대면진료보다 낮은 원격진료 수가 책정을 통해 건보재정 지출을 줄이겠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병의협은 “선진국들은 고령화로 인해 의료비 지출이 증가해도 이를 억제하기 위해 의료의 질을 극단적으로 훼손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지는 않는다”며 “저수가로 인해 박리다매식 진료를 강요받는 상황에서 원격진료를 도입한다면 의료의 질은 극단적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만관제 시범사업이 원격진료 도입의 도구이자 지불제도 개편의 단계라며 의료게의 시범사업 참여를 반대하기도 했다.

병의협은 “이미 여러 증거들을 통해서 만관제 시범사업은 주치의제 시행 및 원격진료 도입의 도구이자 지불제도 개편의 단계임이 드러났다”며 “이 상황에서 의료계가 만관제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정부 정책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병의협은 “결국 만관제 시범사업을 유지하는 것은 의료계가 대정부 투쟁을 할 명분조차 갖지 못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며 “의협과 시도의사회가 대정부 투쟁을 할 의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복지부의 이번 원격진료 발언을 계기로라도 만관제 시범사업 참여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 복지부는 그 동안 거짓말로 국민들과 의료계를 속인 것에 대해서 무릎 꿇고 사죄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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