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MC 인권 설문 한글화 작업·프로토콜 마련 시작…의대협 “프로토콜 있어도 작동안해”

인권의학연구소와 의대협이 의대생 인권문제를 공론화하자, 학장들도 의대생 인권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는 모습이다. 그러나 의대생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인권의학연구소, 국가인권위원회,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는 최근 토론회를 열고 '의과대학 학생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관련기사 : 여성이라는 이유로 전공 선택에 차별…"불이익 우려 신고도 못해").

이날 의대생의 인권침해 실태를 접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한희철 이사장은 상임이사회에 의대생 인권 침해 관련 내용을 올려 해결책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 결과로 지난달 27일 KAMC 이사회가 열렸으며, 이날 3가지 방안을 중점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전 의과대학 인권침해 대응 프로토콜 유무 전수조사 ▲미국의과대학협회(AAMC)에서 실시하는 졸업생 대상 설문조사 한글화 작업 ▲이상적인 인권침해 대응 프로토콜 마련을 위한 연구에 들어가기로 했다.

AAMC 설문조사는 한글화 작업을 거쳐 이르면 내년 졸업생을 대상으로 실시하겠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전 졸업생을 대상으로 인권침해에 대한 설문을 시행하고 있다.

한 이사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의대에서 인권 문제 발생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먼저 조사하려 한다. 어떤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 전체 대학을 대상으로 조사하려 한다“며 "그런 다음에 문제가 생겼을 시 어떤 이상적인 루트를 갖춰야 하는지, 인권침해 대응 프로토콜을 제작하려 한다. 개발 후 대학에 권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 이사장은 “미국에서 졸업한 의대생을 대상으로 시행 중인 설문을 받아 이를 한글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협회에서 바람직한 설문을 만들고 가능하면 내년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시작해 자료를 축적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의대생들은 이같은 방안이 인권침해가 만연한 현실을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 봤다.

이미 인권침해 대응 프로토콜이 있는 대학이 있는 만큼 왜 이 프로토콜이 작동하지 않는지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것.

의대협 전시형 회장은 “지난해 협회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에 따르면 학교의 과반 이상에서 인권침해 관련 프로토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명문화된 제도가 존재하더라도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않고 있었다“고 말했다.

전 회장은 “인권침해 사건에 대응하는 제도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왜 활용되지 못하고 우리의 인권 실태가 묵과되는지 파악해야 하는 것이 먼저”라며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했던 의대 내 인권침해 실태에 대한 심각성을 통감하고 모든 유관기관이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갔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설문조사를 한글화해 실시하려는 계획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봤다.

전 회장은 “이제라도 학생들의 인권침해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려는 것은 고무적”이라며 “이상적 프로토콜 마련에 있어서는 단순 사건 처리에 대한 부분만 담을 것이 아니라 해결 주체 대상의 광범위한 인권교육을 통해 학내의 인권의식을 높이는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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