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바오로병원 노태호 교수 “기술발달은 흐름, 원격 모니터링은 현실”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 1호로 손목시계형 심전도기를 허용하자 한동안 잠잠했던 원격의료 허용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환자에게 의료기기를 착용시켜 실시간 환자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통해 환자를 진료하는 것은 원격의료라는 게 손목시계형 심전도기 허용을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와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SNS를 통해 애플워치를 통한 심전도 측정의 효용성을 꾸준히 전파하고 있는 가톨릭대 성바오로병원 순환기내과 노태호 교수는 자신을 ‘원격진료 반대자’라고 소개하면서도 ‘원격 모니터링’은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원격 모니터링 허용을 주장하는 이유는 기술적으로 환자의 심전도를 실시간 체크하고 이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모니터링 할 수 있음에도 제도가 막혀 있다보니 부정액 환자들이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원격의료-원격진료-원격 모니터링, 구별해야"

성바오로병원 노태호 교수

노 교수는 가장 먼저 '원격의료, 원격진료, 원격 모니터링'을 구분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노 교수에 따르면 원격의료는 ‘원격으로 진단·치료·예방활동 등 모든 의료 관련 활동을 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원격의료라는 말 대신 ‘스마트헬스케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게 노 교수의 지적이다.

대면진료의 반대개념으로는 원격의료라는 말 대신 ‘원격진료’를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원격 모니터링은 말 그대로 ‘심전도 등 환자 정보를 원격으로 살펴볼 수 있는 시스템’이기에 원격 모니터링은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노 교수는 강조했다.

노 교수는 “내가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하던 시기에는 군대를 제외하고 6개월간 무의촌에 근무해야만 전문의 시험 자격이 부여됐다”며 “30여년 전 근무했던 무의촌이 충청북도 중원군 소태면이라는 곳인데, 그때도 버스타고 한시간이면 충주까지 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지금은 차타고 30분만 나가면 어디서든지 전문의를 만날 수 있는 시대”라며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리나라는 대면진료를 대신할 원격진료가 필요없는 나라”라고 덧붙였다.

노 교수는 “우리나라는 사실 원격 모니터링 활용이 중요한 나라인데, 쓸데없는 원격진료 논란 때문에 꼭 해야 할 원격 모니터링 도입도 안되고 있다”면서 “결국 환자들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목시계형 심전도기, 시범사업이라고 생각하자

노 교수는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로 허용한 고대안암병원의 손목시계형 심전도기 활용 사업을 원격 모니터링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목시계형 심전도기 활용 사업은 고대안암병원을 찾은 심장질환자 중 최대 2,000명에게 착용시켜 실시간으로 심전도를 측정하고 측정된 내용을 휴노이가 관리하는 클라우드시스템을 통해 병원 측이 2~3일 간격으로 확인하는 것이 골자다.

병원 측은 수집된 정보를 통해 환자 이상 유무를 파악하고 별다른 이상이 없을 경우 환자가 고대안암병원을 찾는 대신 가까운 협력병원에서 관리받게 하고, 이상이 있을 경우 병원에 내원해야 한다고 알리게 된다.

노 교수는 “의료가 시작된 이래 수천년간 이어져 온, 의사-환자 간 대면진료 사이에 다른 것이 개입되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을 이해한다”며 “또한 과학적으로 이 기술이 안전한가에 대한 확신이 없어 불안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 교수는 “그렇다고 해서 기술발달에 따른 변화를 뒤집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의료에) 기계 개입을 받아들여야 하며 기계가 완전하지 않다면 어떤게 문제인지 파악해 고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 교수는 지금 의사들이 믿고 사용하고 있는 ‘홀터심전도검사시스템(Holter‘s monitoring system)’의 경우도 처음에는 신기술이기 때문에 의심을 받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했다.

또한 홀터심전도검사를 통해 환자의 심전도를 병원 내에서 모니터링 하는 것과 손목시계형 심전도기를 활용하는 것은 병원 안이냐 밖이냐의 차이뿐이라고 강조했다.

노 교수는 “병원 내에서 (홀터심전도검사 등을 통해) 진행되는 텔레 모니터링도 100% 완전하지 않다. (원격 모니터링과 같이) 똑같이 기술 요류가 있을 수 있고 환자 활동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부분을 의사들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그럼에도 (의사들은)이 기술을 믿고 사용한다. 새로 도입되는 (원격 모니터링) 방법들은 지금보다 위험성이 더 클 수는 있다. 아직 연구를 통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고대안암병원에서 하는 사업은 이를 검증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러기관 검증 거치고 상업성 경계해야

다만 노 교수는 이같은 검증을 한 기관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기관에서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 교수는 “한 기관에서 진행한 사업 결과만을 신뢰할 순 없다. 여러기관에서 같은 검증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그리고 나오는 결과를 냉철하게 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부정맥을 예로 들면 같은 (심전도) 결과를 놓고도 부정맥 전문가가 보는 것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보는 것에 (진단) 차이가 크다”며 “반드시 전문가 참여가 필요하다. 사실 부정맥 점문가들은 이점을 더 걱정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업이 상업성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하며 이에 대한 보건당국의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했다.

노 교수는 “상업성 논란이 크게 일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보건당국이 검증할 필요가 있다. (건강에 큰 문제가 없어도) 건강염려증 때문에 마음이 급한 사람들이 (손목형 심전도기를) 살 수 있다. 이런 부분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해당 사업을 진행하는 의사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잘 세팅해야 한다”며 “여러 조건을 잘 달아서 공정한 연구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료계 ‘원격 모니터링’ 도입, 환자 위해 냉철히 판단해야

결국 노 교수는 환자들을 위해 의료계가 원격 모니터링 도입에 대해 냉철한 판단을 해야 한다고 했다.

노 교수는 “기술발전에 따른 변화를 막을 수는 없다. 의료계도 냉철한 판단을 통해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여야 한다”며 “받아들일지, 아닐지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은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지, 위해가 되는지를 보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노 교수는 “기술발달은 시대의 흐름이다. 그 중에서도 원격 모니터링은 당장 눈앞에 다가온 현실”이라며 “기술개발은 이미 인공지능을 통한 부정맥 진단을 연구하는 단계까지 이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의료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삽입형 제세동기는 환자의 심 리듬을 원격으로 전송하는 기능을 이미 갖추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환자 입장에서는 좋은 기능이 있어도 활용이 안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교수는 “개원의가 많은 의협은 (원격 모니터링을 원격의료가 뚫리는) 둑이라고 생각한다”며 “터지는 순간 원격진료가 시작된다고 보는 건데 하지만 환자들 입장에서는 원격 모니터링 허용이 신세계가 열리는 게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노 교수는 “(의료계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부분이겠지만 그 방향이 옳다면 처음부터 거부만 하지 말고 수용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면서 "그러나 하루아침에 변화가 오지는 않을 것이다. 작용과 반작용이 거듭되면서 이해가 넓혀지면 상당한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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