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대 이기효 교수 "단독개원 줄이고 병원 외래기능 줄여 '외래전문기관' 설립하자"
미국에 있고 한국에 없는 보건의료직업 ‘71개’…신규 직종 창출 목소리 높아져

고질적인 의사와 간호사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건의료 분야에 새로운 전문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신규 보건의료 전문직종 창출이 의사 및 간호사 등 의료전문직 업무를 분담하고 기존 의료인력 수 증대에 관한 과도한 압력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보건의료공급체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개별 의원급 의료기관과 다르게 여러 전문의들이 모여 ‘병원급 외래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외래전문기관을 설립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인제대 보건대학원 이기효 교수는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 주최로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보건의료 공급체계 혁신과 일자리 창출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보건의료 공급체계 혁신과 인력정책’을 주제로 발제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의료비가 증가하면 이에 비례해 더 많은 사람들이 보건의료분야 직업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증가한 의료비용을 낭비하지 않고 국민 삶의 질도 높일 수 있다”며 “소득주도성장을 위해서도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기존 직종 인력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신규 직종을 늘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의사와 간호사 등 (기존 인력들이) 반대할 가능성이 크지만 설득해야 하며, 정부는 (보건의료분야 신규 일자리 창출과 관련한)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척추지압사(chiropractor) ▲검안사(optometrist) ▲침술사(acupuncturist) ▲의료보조자(physician assistant, PA) 등을 미국에 존재하지만 한국에 없는 보건의료직업으로 언급했다.

또한 이 교수는 새로운 보건의료 전문직종 창출 외 국내 보건의료 공급체계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지금처럼 전문의가 각각 의원급 의료기관을 개원하는 것은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병원급 의료기관 역할 중 외래기능만 분리한 ‘외래전문기관’ 설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외래전문기관이라고 하면 의원급 의료기관을 생각할 수 있는데, 지금 의원급 의료기관은 병원급에서 받을 수 있는 외래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며 “외래전문기관을 허용해주면 기존 개원의들이 단독개원을 탈피해 (집단으로) 외래진료기관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테면 지금처럼 한 건물에 여러 전문의가 각각 개원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모여서 병원급 외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을 설립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여러 의사들이 모여서 기관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주식회사 형태가 어렵다면 의사들 간 조합이나 합명회사 형태 법인이라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이외에도 ▲아급성 진료기관 ▲치료가 아닌 간호에 중점을 둔 간호시설 ▲가정보건기관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발제 후 이어진 토론에서도 보건의료분야 신규 직종 창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C&I 소비자연구소 조윤미 대표는 “보건의료영역에서 직능·직종 개발과 민간부문에서 일자리 창출은 자기 직종의 이익만을 고집하는 기득권들의 생각 전환 없이는 어렵다”며 “자기직종 이익만을 고집하다 보니 시장 변화와 동떨어지게 돼 보건의료서비스 영역에서 직종 역할이나 책임, 권리 등은 무방비 상태거나 편법이 난무하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직능이 다양화 되면 이와 연결한 의료인 고유 서비스도 발달할 수 있고 새로운 수요층도 형성해 급성기 의료기관도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조 대표는 “턱없이 부족한 의사와 간호사 인력을 충족시키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다양한 지원인력을 개발해 공식화하고 자신의 업무범위 내에서 정당하고 합법적인 직종으로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지금은 우리에게 어떤 새로운 서비스 제공 기관형태가 필요하고 어떤 새로운 직종이나 직능이 필요한지에 대한 연구도 거의 없다”며 “보건의료 서비스 다양화와 직종 다양성을 보장하는 공급체계 개발은 의사, 간호사, 병원노동자 등에도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선임연구위원은 “(보건의료분야) 직종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보건의료분야 재정 사용을 보면) 아직 얼마든지 늘릴 가능성과 여력이 있다”며 “하지만 의사 일인당 업무량을 보면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국민들의 의료이용량이 적정한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정혜주 교수는 우리나라에 있는 보건의료직종 중 전문성 강화가 필요한 직종은 전문성을 강화하고 없는 직종 중에서 일부를 도입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정 교수가 전문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직종은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장애인재활상담사 ▲의지·보조기기사 ▲언어재활사 ▲청능사 ▲조산사 등, 우리나라에 없어 도입을 고려해볼 수 있는 직종은 ▲카이로프랙터 ▲검안사 ▲유전상담사 ▲마취간호사 ▲개업간호사 ▲운동생리사 ▲직업보건안전전문가 등이다.

하지만 정 교수는 “보건의료분야에 새로운 직종 도입에 대한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특히 서비스 직종의 경우 이미 처우에 대한 문제가 많이 지적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곽순헌 과장은 정부부처들이 참여하는 일자리위원회를 통해 보건의료분야 신규일자리 창출에 대해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곽 과장은 “(보건의료분야) 신규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서는 일자리위원회에서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하기로 했다”며 “그 중 청능사 관련 부분은 복지부에서 한다. 이런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정책적 고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 과장은 “국가차원의 중장기 기본계획을 세우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지금처럼 사무관 한명이 관련 정책을 추진해서는 연속성과 지속성이 없다”며 “이를 위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보건의료인력법 통과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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