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지하 6층 규모로 25일부터 진료 시작…‘환자 이름없는 병원’ 시스템 도입

서울대병원이 역사를 잇고 미래를 열어갈 진료 공간으로 오랜기간 준비한 외래전용 건물 ‘대한외래’를 개원한다. 환자 이름대신 진료 당일 고유번호를 부여하는 등 획기적인 시스템을 도입한다.

하지만 서울대병원은 환자를 더 많이 진료하기 위해 대한의원을 개원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서울대병원은 21일 대한외래 개원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대한외래의 시작을 알렸다.

대한외래는 25일 성형외과, 흉부외과, 피부과, 안과, 이비인후과가 먼저 진료를 시작하고, 내과(소화기·혈액·내분비·신장·알레르기·감염 분과)와 외과, 장기이식센터, 신장비뇨의학센터, 정신건강의학과는 3월 4일부터 진료를 개시한다. 공식 개원식은 4월 3일로 예정돼 있다.

서울대병원이 대한외래를 개원하게 된 것은 1978년 건립된 본관만으로는 환자 진료에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978년 동양 최대 규모로 건립된 서울대병원 본관은 당시 하루 평균 외래환자 2,000명을 예상하고 건립됐다. 하지만 현재 하루 평균 외래환자가 9,000여 명으로 크게 늘어 이로 인한 진료실과 편의시설 부족 등의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번에 개원하는 대한외래는 지상 1층에서 지하 6층에 이르는 연면적 약 4만7,000㎡ 규모로 각 진료과 면적이 기존보다 1.2~1.7배 증가돼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하 1층부터 3층까지에는 외래진료실, 검사실, 주사실, 채혈실, 약국 등 진료공간과 식당을 비롯한 각종 편의시설, 직원휴게실 등이 배치됐고, 지하 4층부터 6층까지는 주차장이 자리 잡았다.

개원 전인 대한외래 내부 모습.

대한외래는 입원실과 분리된 별도 공간에 건축됨으로써 혼잡도를 해소하고 감염 위험을 줄인 것은 물론 각종 최첨단 외래진료 시스템이 도입돼 진료의 질을 높이는 역할도 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최근 트렌드를 감안해 환자정보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외래진료 모든 절차에서 환자 이름을 드러내지 않는 ‘이름없는 병원’을 구현했다는 것이다.

환자 이름대신 진료받는 당일 고유번호를 부여해 진료실과 검사실, 수납 및 예약 창구에서 사용하게 되며, 이를 통해 환자의 프라이버시 보호는 물론 동명이인으로 인한 혼란이 없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음성인식 솔루션을 도입해 진료실에서 의사가 강조하는 당부사항을 모바일을 통해 다시 확인할 수 있게 됐으며, 청각장애 환자들이 보호자나 도우미를 거치지 않고 진료를 볼 수 있게 됐다.

한편, 대한외래는 지상층 없이 지하 6층으로만 구성됐지만 지하 구조물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자연 채광이 충분히 드는 선큰가든으로 밝은 공간을 구현했다.

특히 국내 최대의 고해상도 실외용 LED벽을 통해 전해지는 아름다운 풍경은 환자에게 안정과 힐링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양한 편의시설에는 감염, 항균 패널이 설치돼 교차오염을 감소시켰으며, 전시와 문화예술 공간이 조성돼 격조 높은 휴식공간이 마련됐다.

이밖에 대한외래가 들어서면서 기존 서울대병원의 본관과 어린이병원, 암병원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것도 큰 변화로, 이는 대한외래가 명실상부 서울대병원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대병원, 대한외래 활용 대형병원과 경쟁 안한다

한편 서울대병원은 새로 개원하는 대한외래가 환자를 지금보다 더 많이 진료해 타 대형병원과 경쟁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대한외래 개원준비단 김연수 단장(서울대병원 진료부원장)은 “대한외래 개원으로 진료와 편의시설 등 공간이 대폭 확충돼 넓고 편리한 환경에서 첨단의료와 환자중심의 진료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 단장은 “환자를 더 많이 보기 위해 대한외래를 개원하는 것이 아니다. 서울대병원은 다른 대형병원과 경쟁하지 않을 것이다. 3차 병원이 아닌 다른 병원에서 의뢰하는 환자를 진료하는 4차 병원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 단장은 “현재 서울대병원의 환자 회송률은 1.7%다. 이런 모습은 서울대병원의 역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적극적인 회송사업을 진행해 올해 환자 회송률을 3%까지 높이는 것이 목표”라며 “환자 진료대기문제는 (대한외래 개원이 아닌) 이런 식으로 해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김 단장은 대한외래 개원을 통해 ▲중증희귀질환자 진료 고도화 ▲다학제 진료 활성화 ▲의료인 휴식문화 정착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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