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삼 원료 조제도 의문…비의학적인 완치‧호전사례 게시는 명백한 허위‧과장 광고”

‘산삼을 원료로 조제한 약침이 암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한의사 말에 속아 수 천 만원의 치료비를 지불한 환자와 그 가족이 법정다툼 끝에 치료비와 위자료를 돌려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환자 A씨의 유족이 B한방병원(사건 당시 B한의원) C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반환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하며, 4,260만원을 배상하라고 주문했다.

A씨는 지난 2012년 4월경 강원도 D병원에서 간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이를 믿을 수 없었던 A씨는 서울 E병원에서 다시 검사를 받았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A씨는 E병원 의료진이 ‘가족과 상의해 항암치료 여부를 결정해 오라’고 했음에도 여전히 의문을 품었고 인터넷 검색을 하던 중 B한의원 홈페이지를 방문하게 됐다.

당시 B한의원 홈페이지에는 ‘자체 개발한 S약침에 든 진세노사이드 Rg3, Rh2, dompound K 성분이 종양세포의 자연 사멸을 유도해 항암 효과를 낳고, 암세포의 전이와 재발을 방지한다’고 하면서 ‘세계적 학술지가 증언하는 진세노사이드 항암효과’라는 표제 아래 근거 논문을 소개하는 한편, 수많은 완치 및 호전 사례를 게시했다.

홈페이지에 게시된 치료방법과 완치·호전사례를 신뢰한 A씨는 2012년 5월경 가족과 함께 B한의원을 내원했고 C원장은 ‘S약침은 B한의원에서 산삼엑기스를 추출한 진세노사이드 성분으로 제조한 약인데, 이를 정맥에 직접 투여하면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등 효과가 탁월하다. 간암 말기 환자를 완치한 사례가 여럿 있다. 일단 12주 프로그램을 해보자. 산삼이 고가이므로 S약침의 가격이 상상외로 비싸다’ 등의 설명을 하며 치료 여부를 결정하게 했다.

이에 A씨는 마지막 희망을 걸고 S약침 치료를 시작했다. 그렇게 A씨가 지불한 비용은 1차 치료 프로그램 비용 2,376만원과 2차 치료비 1,044만원으로 총 3,42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A씨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A씨는 같은 해 9월 24일 S약침 치료를 중단했고 이후 E병원 등에 내원해 확인한 결과, 암이 온몸으로 퍼졌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2012년 12월 17일 사망했다.

이에 A씨 유족은 C원장을 상대로 치료비 전액 상당의 부당이득금반환과 위자료를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인용했다.

법원은 먼저 S약침이 암 치료에 효능이 없어 보인다고 판단하는 동시에 산삼 등을 원료로 조제한 게 맞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법원은 “C씨 논문에 의하면 진세노사이드 Rg3 성분이 신경교종 세포의 증식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일정 농도 이상의 Rg3에 세포가 노출돼야 한다”면서 “이를 논문에 따라 추정해보면 60kg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약침 농도가 367㎎/L가 돼야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S약침 성분분석표 상 어느 것도 이 함량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면서 “Rd, Rh1 등 다른 진세노사이드 성분을 고려하더라도 S약침이 신경교종에 크게 효과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나아가 A씨에 대한 치료 효과가 전혀 없었던 점을 종합해 보면 A씨가 걸린 간암을 비롯 다른 암에도 별 효능이 없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또 “C씨가 제출한 산삼 열수추출물과 S약침인 SR-Masal의 성분함량 비율을 검토해 보면 열수추출물의 경우 Rb1함량이 Rg3보다는 2배 가까이, Rh2보다는 155배나 높은 데 반해 SR-Masal의 경우는 오히려 Rb1함량이 Rg3의 6%, Rh2보다는 42%에 불과할 정도로 현저히 낮다”면서 “C씨가 조제한 S약침이 과연 (산양)산삼 등을 원료로 조제한 것은 맞는지, 부당하게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약물을 희석한 건 아닌지 하는 강한 의문이 든다”고도 했다.

법원은 B한의원 홈페이지에 게시된 내용도 명백한 허위·과장 광고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C씨가 S약침이 항암 작용을 나타내기에는 그 농도가 너무 낮아서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함에도 S약침이 진세노이드 성분으로 인해 암세포만 선별적으로 죽이고 면역세포는 활성화시켜 모든 암에 효과가 있는 듯이 광고하고 의학적으로 부적절한 방법 등으로 완치 및 호전사례를 게시한 것은 명백한 허위·과장 광고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법원은 C씨가 A씨 유족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한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A씨와 그 가족이 C씨의 허위·과장 광고 및 말에 속아 치료비를 지급했기에 C씨는 이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면서 “C씨가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치료효과에 한계가 있음을 고지했고, 환자 상태에 관한 혼전도 보장할 수 없을 주지시켰으며 A씨와 그 가족이 모두 이에 동의해 치료가 시작됐기에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과실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C씨의 의료행위가 정당한 경우에나 타당한 것이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나아가 법원은 “C씨의 위법한 행위로 인해 A씨가 적절한 치료기회를 상실해 정신적 고통을 받았으리라 예견할 수 있다”면서 “이에 대한 위자료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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