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원격의료 무관…원격으로 전원‧내원 여부만 전달, 의학적 소견 아니야” 강조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 1호에 ‘의료기관 내 손목시계형 심전도기’가 포함되며 원격의료 신호탄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이번 사업이 원격의료 도입 논란으로 번지는 것을 경계했다.

하지만 손목시계형 심전도기 허용이 원격의료와 전혀 관련이 없다는 복지부 설명이 애매해 의료계와 시민사회단체를 설득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 임인택 국장은 15일 오후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나 이번 사업이 원격의료 허용과 관련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임 국장에 따르면 이번 사업은 국내업체 휴노이가 개발한 손목시계형 심전도기를 고대안암병원을 찾는 심장질환자 중 최대 2,000명에게 착용시켜 실시간으로 심전도를 측정하고 측정된 내용을 휴노이가 관리하는 클라우드시스템을 통해 병원 측이 2~3일 간격으로 확인하는 것이 골자다.

병원 측은 수집된 정보를 통해 환자 이상 유무를 파악하고 별다른 이상이 없을 경우 환자가 고대안암병원을 찾는 대신 가까운 협력병원에서 관리받게 하고, 이상이 있을 경우 병원에 내원해야 한다고 알리게 된다.

손목시계형 심전도기 필요성이 인정되는 환자를 병원 측이 선정하고 환자가 동의했을 때 착용하게 되며 약 25만원의 기기 구입비용은 환자가 부담하게 된다.

하지만 이같은 방침에 의료계는 물론 시민사회단체, 정의당 등 정치권은 환자에게 의료기기를 착용시켜 실시간 환자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통해 환자를 진료하는 것은 원격의료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복지부 입장은 다르다. 해당 사업은 원격의료와 전혀 관련이 없으며, 오히려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줄이고 대면진료 시 더 많은 정보를 토대로 환자에게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라는 것이 복지부 주장이다.

이에 대해 임 국장은 “고대안암병원이 이번 사업을 제안한 이유는 병원에 환자가 너무 많기 때문에 몰리는 환자를 (협력병원 등으로) 분산시키고자 하는 목적이 가장 크다”며 “환자 분산이 원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만큼 모니터링을 하면서 환자를 안심시키고 1~2차 병원으로 전원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 국장은 “또 다른 목적은 대면진료 시 환자에게 좋은 진료를 하기 위한 것”이라며 “좋은 진료는 정확하고 많은 정보가 필요한데, 손목시계형 기기로 환자도 편하고 병원이 얻을 수 있는 정보량도 크다”고 덧붙였다.

환자가 착용한 기기를 통해 수집된 정보를 모니터링 하고 상태를 체크해 전원이나 내원 요청을 하는 것 자체가 의학적 판단에 따른 원격의료라는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임 국장은 “원격의료가 되려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의사가 의학적 판단을 한 소견을 전달해야 한다”며 “하지만 이번 사업의 경우 의사가 2~3일 간격으로 모니터링은 하지만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유선상으로) 환자에게 의사 소견을 전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 국장은 “모니터링 결과 더 이상 큰 병원에 내원할 필요가 없는 상태라면 주변 협력병원에서 지속적인 관리를 받으라고 말하고, 이상이 있다면 병원에 내원해 달라고 말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금도 부정맥 환자가 있으면 홀터검사기를 착용시켜 돌려보낸 후 다음번 내원 시 홀터에 저장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진료를 한다”며 “홀터와 차이점은 홀터에 저장된 정보는 내원 시 확인하지만 이번 사업은 실시간으로 클라우드에 저장해 (환자 내원 전) 환인하는 것 뿐”이라고 했다.

또한 “고대안암병원에는 사업비 지원도 없다. 보상도 없고 사업비도 병원과 업체가 자부담해야 한다”며 “그래서 경영진은 사업을 못하게 했다고 하더라”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같은 복지부 설명이 이번 사업을 원격의료 신호탄으로 보는 측을 얼마나 설득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선 수집된 정보를 통해 환자에게 협력병원 관리나 내원 등을 요청할 때 의사가 소견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은 납득하기 쉽지 않다.

임 국장은 ‘문제가 있어 병원에 내원해 달라고 이야기할 때 환자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유선상으로는 말하지 않기’ 때문에 의사 소견을 전달하는 진료가 아니라고 했지만 의사가 환자에게 전화를 걸어 ‘문제가 있으니 내원해 달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의학적 판단에 따른 소견을 밝히는 것이라는 주장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외 복지부에 따르면 사업 진행 중 발생하는 사고에서 기기 이상으로 발생하는 사고 외 모든 사고는 전적으로 병원 측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인데, 이에 대한 논란도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임 국장은 마지막까지 이번 사업이 원격의료와 관련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임 국장은 “논의 자체가 원격의료 도입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다. 발전된 기술을 의료현장에서 적절하게 사용해보자는 것”이라며 “의료계가 원격의료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복지부가 일부러 시끄럽게 만들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특히 임 국장은 “ “의료계와 협의가 없는 상황에서 원격의료를 추진하는 것은 상상도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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